케빈 데 브라이너는 공격적인 재능이 충만한 미드필더다. 실제로 그는 2017~20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팀 맨체스터 시티 공격의 핵심이었다. 리그 37경기(선발 36)에서 8골 16도움을 올렸다. 2016~2017시즌에도 36경기(선발 33) 6골 18도움을 기록한 바 있다. 그는 예측할 수 없는 패스와 총알 같은 슈팅력을 앞세워 세계 최고의 공격 재능으로 불린다.
그래서 더 의아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벨기에 대표팀을 지휘하는 로베르토 마르티네즈 감독은 데 브라이너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용했다. 데 브라이너가 수비적인 능력을 갖췄고 빌드업 능력이 빼어나긴 하지만,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상대를 혼란에 빠뜨리는 모습이 더 잘 어울리고,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전 세계 축구팬들의 간절한 외침이 마르테니스 감독을 움직인 것일까. 데 브라이너가 마침내 억제해온 공격 본능을 폭발시킬 기회를 잡았다.
데 브라이너는 브라질과 맞붙은 2018 러시아 월드컵 8강전에서 드리스 메르텐스를 대신해 전방에 포진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데 브라이너는 대포알 슈팅으로 승부의 쐐기를 박은 것은 물론이고, 3차례의 키 패스 성공과 날렵한 드리블 등을 선보이며 조국의 준결승 진출에 앞장섰다.
이탈리아 세리에 A 최고의 ‘크랙’ 메르텐스가 주전 자리를 잃은 것은 아쉽지만, 데 브라이너의 포지션 변경은 벨기에의 화력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1일 오전 3시(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치러지는 프랑스와 2018 러시아 월드컵 준결승전에서도 마찬가지다.
데 브라이너는 이번에도 공격의 선봉장 역할을 해줘야 한다. 준결승 상대인 프랑스는 공격력이 빼어날 뿐 아니라 수비도 탄탄하다. 이번 대회 5경기에서 3경기가 무실점이었다. 난타전을 벌인 아르헨티나와 16강전 3실점을 제외하면, 4경기 1실점이다. 라파엘 바란과 사무엘 움티티가 버티는 중앙만으로도 위압감이 느껴지는데, 그들의 앞에는 은골로 캉테까지 있다.데 브라이너가 공격에 포진해야만 하고, 맹활약까지 필요한 이유다. 그의 장기인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창의적인 패스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킬리안 음바페와 앙투안 그리즈만을 필두로 한 프랑스의 빠른 역습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데 브라이너는 빠른 발도 가진 만큼, 공수 양면에서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한동안 올라서고 싶은 마음을 억제하느라 고생했다. 브라질전이 공격으로의 복귀를 알린 경기였다면, 프랑스전은 자신의 진가를 다시 한 번 증명할 절호의 기회다. 데 브라이너가 또 한 차례 억제해온 공격 본능을 폭발시키며 조국의 사상 첫 결승 진출에 힘을 더할 수 있을지 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스포츠한국 이근승 객원기자lkssky020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