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10 남아공 월드컵. 염기훈은 대회 후 ‘국민 역적’으로 온갖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됐다. 중요한 기회에서 놓친 슈팅으로 국민적 비판을 받았고 이전과 이후 어떤 활약을 해도 그 인상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씩 상처를 치유해갔고 염기훈은 월드컵 결장이 가장 아쉬운 선수로 언급되기도 했다. 누구보다 그 상처와 비난을 잘 아는 염기훈이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비난 여론의 도마에 오른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뭘까.

수원 삼성은 7일 오후 7시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K리그1 15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에서 끈질긴 집념을 보여줬지만 실수로 자폭하며 2-3으로 패했다.

수원은 실수에 자멸했고 제주에 승점 2점차 역전 당하며 2위 자리를 내줬다. 제주는 실수를 놓치지 않았고 세트피스에서 뛰어났다. 수비수 권한진은 선제골에 결승골까지 넣으며 제주 2등 등극의 공신이 됐다.

이날 염기훈이 전반 40분 전세진과 교체 투입되며 약 두달 만에 부상에서 회복해 돌아왔고 팀의 두 번째 골 당시 정확한 킥으로 코너킥으로 팀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

염기훈은 월드컵을 목전에 뒀던 5월 9일 울산 현대전에서 갈비뼈 부상을 당해 기대했던 월드컵 승선에 실패한 바 있다. 이후 두달간 재활에만 매진했고 생각보다 이른 이날 후반기 첫 경기에 모습을 드러냈다.

경기 후 만난 염기훈은 “솔직히 부상 타이밍이 아쉬워 많이 속상했다. 부상이 많이 힘들었고 빨리 잊으려고 노력했다. 주위에서 위로도 많이해주셨다”면서 월드컵 승선이 좌절된 부상에 대해 “더 늦게 나을거라 봤는데 병원에 갈때마다 뼈 붙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더라”라며 긍정적인 면을 봤다.

또한 2달간의 재활을 “나를 돌아봤던 휴식”이라며 “정말로 그 어느때보다 간절하게 월드컵을 응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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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월드컵 대표팀 감독은 대회 도중 “염기훈 등 부상자들이 없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할 정도로 염기훈의 부재를 아쉬워했다. 염기훈 역시 이 뉴스를 봤다며 “제가 안다쳤어야 했는데 신태용 감독님께 죄송할 뿐이다. 월드컵 전에도 만나 먼저 죄송하다고 얘기하기도 했다”며 아쉬움을 삭혔다.

그나마 독일을 이기며 유종의 미를 거둔 것에 대해 “대표팀 후배들이 정말 간절하게 유종의 미를 거뒀다”며 “비난 여론이 큰 후배들에게 감정이입이 잘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염기훈은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박주영과 투톱을 이뤄 대표팀 공격 최선봉에 섰다. 하지만 무득점에 그쳤고 특히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 경기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며 한국의 1-4 대패 당시 비난 여론의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이후에도 염기훈은 조롱의 대상이 됐고 이 상처를 치유하기까지 쉽지 않았다.

염기훈은 “지금 비난의 도마에 오른 후배들의 마음을 정말 잘 알고 누구보다 마음이 아팠다”며 안타까워하며 “안 좋은 말이 많이 나오는데 친했던 후배들이라 더 그렇다. 그 인상과 상처를 치유하는데 한순간에 할 수 있는건 없다. 저 역시 8년이나 걸리지 않았나. 결국 운동장 안에서 팬들의 마음을 바꿔야한다. 시간이 약이며 꾸준히 활약하며 여론을 바꿔야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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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 국민 역적이었던 염기훈은 이번 월드컵에 승선되지 못해 가장 아쉬운 선수로 회자되고 있다. 그의 말대로 화난 민심을 돌리기 위해서는 꾸준히 활약하며 좋은 모습을 보이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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