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수원=이재호 기자] 역시 2,3위팀간의 싸움다웠다. 치열한 공방전에 후반전은 특히 방심할 틈 없이 훅 지나갔다. 하지만 홈팀 수원 삼성이 진 것은 결국 '실수'때문이었다.

수원 삼성은 7일 오후 7시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K리그1 15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에서 끈질긴 집념을 보여줬지만 실수로 자폭하며 2-3으로 패했다.

승점 25로 전반기를 2위로 마친 수원, 승점 24로 3위로 마친 제주는 지난해에도 제주가 2위, 수원이 3위로 마치며 전북을 제외하곤 최근 가장 전력이 강한 팀다운 경기 수준을 보여줬다.

하지만 수원은 실수에 자멸했고 제주에 승점 2점차 역전 당하며 2위 자리를 내줬다. 제주는 실수를 놓치지 않았고 세트피스에서 뛰어났다. 수비수 권한진은 선제골에 결승골까지 넣으며 제주 2등 등극의 공신이 됐다.

ⓒ프로축구연맹
▶출사표 : “프로의식 충만한 데얀 기대” vs “늘 까다로운 상대”

-수원 서정원 감독 : “월드컵에서 후배들이 비난받는 것으로 보고 가슴 아프더라. 나도 해봤지만 본능처럼 눈물이 난다. 다른 경우지만 저의 경우 미국 월드컵 때 스페인전 골을 넣고 그날밤 잠을 자야하는데 잠이 안 오더라. 그만큼 월드컵 때 선수들은 극도로 예민해져있다. 염기훈은 부상에서 회복해 연습경기를 소화하면서 몸을 끌어올렸다. 교체로 기대한다. ‘여름 사나이’ 데얀은 요즘 훈련하는걸 보면 확실히 운동한번 쉬지 않고 거드름 피우는 것도 없다. 자신의 클래스를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선수다. 기대한다. 신화용이 부상 회복 중이라 노동건이 선발이다.”

-제주 조성환 감독 : “휴식기동안 스트레스 덜 받고 살아있다고 느꼈다. 잘 충전했다. 오반석이 월드컵에서 뛰지 못해 아쉽다. 3백을 생각하고 데려간 것 같은데 그렇게 운영이 되지 않았지 않나. 아직 피곤이 있어서 일단 명단에서 제외했다. 수원은 늘 까다롭다. 제가 부임한 이후 패가 훨씬 많았다. 하반기 레이스의 첫경기로 중요하다는걸 모두가 안다. 오반석 대신 조용형이 들어가며 볼소유에 기대하고 있고 후반 진성욱, 류승우 교체 카드를 믿어보겠다. 정운의 군입대는 박진포, 정다훤 등 수비 밸런스 좋은 선수들이 있다.”

▶전반전 : 팽팽한 경기 깬 제주 권순형-권한진의 합작골

팽팽했다. 지난해에도, 그리고 올해에도 2,3위를 나눠가지고 있는 두 팀은 그래도 K리그 최고 클래스 팀답게 공격했고 수비했다. 팽팽한 공방전이 이어졌고 균형은 전반 22분 깨졌다. 왼쪽 다소 먼 거리에서 프리킥을 얻은 제주는 주장 권순형이 강하게 오른발로 감아올렸고 문전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권한진이 그대로 헤딩슈팅 했다. 이 공은 노동건 골키퍼가 막긴 했지만 제대로 잡지 못하며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권순형의 날카로운 킥, 권한진의 강력한 헤딩, 노동건 골키퍼의 캐칭 실수가 겹쳐 나온 골이었다.

선제골 후 기세가 오른 제주는 밸런스 유지를 잘했고 반면 수원은 생각보다 공격이 잘되지 못해 곤혹을 치렀다. 결국 수원 서정원 감독은 전반 40분만에 신예 전세진을 빼고 한 달 반여만에 부상에서 돌아온 염기훈을 교체 투입했고 공격을 예고한채 전반을 0-1로 뒤진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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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 : 후반에만 4골… 실수로 자멸한 수원

염기훈이 전반 마지막 5분동안 예열을 한 수원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동점골을 위해 내달렸다. 성과는 금방 나왔다. 후반 12분 페널티박스 왼쪽 중앙 바로 밖에서 바그닝요가 개인기를 통해 제주 수비진을 당황하게 만들고 있는 사이 공이 잠시 왼쪽 윙백 이기제에게 흐르자 이기제는 지체하지 않고 특유의 왼발 강력한 슈팅으로 제주 골문을 갈랐다. 벼락같은 이기제의 왼발 슈팅이 터지자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은 홈팬들은 동점에 열광했다.

하지만 이 환호성은 2분만에 다시 조용해졌다. 수원이 동점골에 잠시 들떠 방심하고 있던 후반 14분 수원 중앙 수비수 구자룡이 제주 공격수 마그노와 경합 중 어이없게 공 처리를 하고 말았다. 골키퍼를 준 것도, 걷어낸 것도 아닌 애매한 공이 수원 골문으로 향했고 마그노는 구자룡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맞이한 일대일 기회에서 정확하게 반대편 골문으로 감아차며 동점을 허용한지 3분만에 다시 달아나는 골을 넣었다.

수원으로서는 선제골도 노동건 골키퍼의 다소 아쉬운 방어, 두 번째 실점도 구자룡의 명백한 실수가 빌미였다는 점에서 뼈아플 수밖에 없었다. 제주는 상대의 실수를 놓치지 않는 집중력을 통해 곧바로 동점 실점의 충격에서 벗어났다.

이대로 끝날줄 알았던 경기는 수원 염기훈의 발부터 시작된 공격에서 다시 활기를 찾았다. 후반 29분 왼쪽 코너킥을 염기훈이 왼발로 감아 문전에 올렸고 바그닝요가 노마크 헤딩슈팅을 했다. 이 헤딩은 제주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고 옆에 있던 양상민이 놓치지 않고 리바운드 공을 골문에 밀어 넣으며 2-2 동점이 됐다. 양상민은 시즌 첫 골에 감격했고 바로 뒤에 있던 수원 응원석에 꾸벅 인사를 하며 응원에 감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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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제주는 류승우, 수원은 김종민을 마지막 교체카드로 쓰며 2-2 동점 상황을 깨고 승리를 가져오기 위해 노력했다. 좀처럼 골이 들어가지 않으며 이대로 끝나나 했던 승부는 후반 42분 결국 결정됐다. 제주의 왼쪽 코너킥이 문전으로 감아 들어갔고 외국인 수비수 알렉스가 공격 가담해 헤딩으로 골키퍼 앞에 공을 띄웠다. 하지만 공이 다소 높아 노동건 골키퍼가 쉽게 잡을거라 봤지만 수원 수비에 가담한 김종민이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함께 떴다. 노동건과 김종민 누구도 공을 잡지 못하고 떨어졌고 빈 골대에 제주 수비수 권한진은 가볍게 밀어넣으며 결승골을 넣었다.

수원은 결국 3골 모두 실수로 나온 점수였기에 자멸했고 제주는 상대의 실수에 집중력을 잃지 않은 경기력으로 승리하며 수원을 넘어 2위 등극에 성공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 : "하지말아야할 실수" vs "권한진, 세트피스 도움되는 선수"

-수원 서정원 감독 : "월드컵 휴식기 후 첫 경기였는데 홈에서 승리했어야했다. 자멸했다. 수비에서 하지말아야할 실수로 힘든 경기를 했다. 전방 공격수들이 다소 느렸던 경기 감각 면에서 힘든 경기였다. 앞으로 경기가 갈수록 좋아질거라 본다. 정상적으로 진것보다 실수가 많아서 진 경기는 선수들이 위축되고 수비들도 정신적으로 압박 받는다. 바로 잡고 팀 전체의 실수로 가다듬어야한다. 염기훈의 이른투입은 전세진이 컨디션이 좋아보이지 않아서였다. 계획된건 아니었다."

-제주 조성환 감독 : "원정 7경기 연속 무패인데 이 기세로 하절기 부진했던 제주의 인상을 지우겠다. 이제 하절기가 다가오는데 간절함과 선수들의 자기관리로 백프로 전력으로 버티겠다. 권한진이 2골을 넣었는데 늘 세트피스에 도움되는 선수라고 여겨왔다."

▶경기정보

-수원 2 : 노동건(GK) - 양상민 곽광선 구자룡 - 이기제 장호익 조원희 김종우(후18 조지훈) - 전세진(전40 염기훈) 바그닝요 데얀(후33 김종민)

-제주 3 : 이창근(GK) - 알렉스 조용형 권한진 - 박진포 정다훤 김현욱(후31 류승우) 권순형 이창민 - 마그노(후26 마그노) 호벨손(후16 진성욱)

-득점자 : 이기제 2호(후12) 양상민 1호(후29·이상 수원), 권한진 1,2호(전22, 후42), 마그노 5호(후14·이상 제주)

-스한 리뷰 : 스포츠한국 기자들이 현장에서 전하는 종합기사. 여러 기사 볼 필요 없이 이 기사 하나면 날카로운 경기분석부터 현장의 코멘트까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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