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BBNews = News1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스페인은 경기 내내 공을 가졌지만 제대로 넣질 못했다. 전반 초반 골도 상대 자책골이었고 전반 추가시간이 되기 전까지 슈팅 하나 때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공은 점유했고 패스는 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러시아의 텐백 수비를 뚫어내지 못했고 스페인은 연장전

러시아는 1일(이하 한국시각) 오후 11시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16강전 스페인과의 승부에서 1-1 무승부로 연장전까지 마쳤고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승리하며 8강전에 올랐다.

전반 12분만에 스페인의 오른쪽 프리킥에서 왼발로 감아올린 것을 러시아 수비수 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가 스페인의 세르히오 라모스를 막다 자신의 발에 맞고 자책골이 되며 스페인은 1-0으로 앞서갔다. 하지만 전반 41분 코너킥 상황에서 스페인 수비수 헤르라드 피케가 핸들링 반칙을 범했고 러시아 공격수 아르튬 주바가 PK골을 성공시키며 1-1로 남은 시간이 전개됐다. 결국 연장전까지 1-1의 균형은 깨지지 않았고 승부차기에서 스페인의 3번째 키커 코케와 5번째 키커 이아고 아스파스의 슈팅이 이고르 아킨페프 러시아 골키퍼에게 막히며 러시아가 승부차기 4-3으로 승리했다.

스페인은 경기 내내 볼을 점유했다. 하지만 페널티박스까지 전진하는 모습보다 중앙 아크서클과 페널티박스 사이, 골대에서 3~40m지점 수준에만 공을 돌리는 상황이 많았다. 그만큼 러시아의 필드 플레이어 10명이 촘촘하게 수비했고 스페인은 오른쪽 왼쪽을 오가며 패스하며 공간을 노리는 수밖에 없었다.

마치 똑같은 장면을 100번은 보는 듯 스페인은 패스하고 러시아는 수비하며 정규시간 90분을 보냈다. 러시아는 단 한번이라도 집중력을 잃으면 날카로운 패스가 골문 앞까지 들어올 스페인을 상대로 뛰어난 정신력을 보였다. 스페인 역시 자신들의 축구 철학을 관철하고 압도하는 경기를 유지하기 위해 패스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럼에도 경기는 지루할 수밖에 없었다. 스페인은 패스하고 러시아는 버티는 장면이 계속되는데다 스페인이 이렇다할 골 기회도 만들어내지 못한 무의미한 패스들만 했기 때문. 물론 러시아가 수비를 잘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스페인 정도의 팀이라면 위험지역에 들어갔을 때 결실을 맺어주거나 아니면 화끈한 슈팅이라도 보여줬어야 했지만 이스코가 가끔씩 보여주는 스루패스가 아닌 이상 스페인 공격도 한계가 명확했다.

결국 전성기시절에는 패스축구 속에서도 2대1패스, 스루패스, 크로스 등 각종 방법으로 완벽하게 상대 수비를 쓰러뜨렸던 스페인 축구는 패스 축구의 허울만 남고 결정적 한방은 잃은채 텐백에 고전했다. 물론 텐백은 어느 팀이든 뚫기 힘들다. 하지만 스페인 정도의 팀이라면, 그리고 과거에 보여줬던 ‘티키타카’의 정수를 기억한다면 러시아 텐백에 속수무책으로 겉에서만 패스하는 축구는 가뜩이나 늦은 밤에 하품을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결국 120분동안 이런 양상으로 경기가 진행됐고 승부차기에서 승부는 갈렸다. 스페인은 울었고 이것이 바로 패스 축구, 티키타카 축구의 허상임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말았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