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인천국제공항=이재호 기자] 4년전 축구대표팀은 엿을 맞으며 귀국했다. 1무2패 최악의 결과를 가지고 들어오자 성난 팬들은 인천공항에 나와 엿을 던지며 항의했던 것. '한국축구는 죽었다'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까지 걸렸다.

그러나 4년이 흘러 비록 16강에 나가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세계 1위 독일을 이긴 대표팀을 향한 시선은 많이 고와졌다. 격려의 박수는 한국축구는 아직 죽지 않았음을 절감할 수 있었다.

대표팀 귀국 분위기는 4년전과 비교해 천지차이였다. 일부 팬들의 달걀 투척도 있었지만 지나치게 과격한 행동으로 공감을 받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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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대표팀은 29일 오후 2시 반경 인천국제공항을 떠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귀국했다.

대표팀 선수단이 귀국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수많은 팬들이 반겼다. ‘손흥민 사랑’ ‘대구의 자랑 조현우’와 같은 응원카드를 든 팬들은 대표팀 등장에 큰 박수를 보냈다. 귀국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맹활약으로 인해 국민 욕받이에서 킹영권이라는 별명으로 환골탈태한 김영권은 “경기력이 좋지 않아 비난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독일전을 통해 비난이 줄어든 것 같다. 또 칭찬도 있는데 잘 가슴에 품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4년 전 귀국 현장과 지금의 다른 분위기에 대한 대답에는 "개인적으로 목표는 16강이었는데 이루지 못해 정말 아쉽다. 많은 분들이 찾아 주셔서 응원을 보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또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욕을 먹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기성용의 부상 결장으로 독일전 주장을 맡으며 기적의 승리를 이끈 손흥민은 “월드컵 가기 전에 했던 말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대표팀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골키퍼 조현우는 “이제 한국에 와서 아직 실감나지 않는다. 국민들 뿐만 아니라 집사람에게도 사랑받고 싶다. 앞으로 더 유명해져서 유럽에 갈 수 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대표팀을 지휘한 신태용 감독은 “환대해 주셔서 정말 고맙다. 출발할 때는 꼭 7월에 돌아오고 싶었다. 6월에 오게 되서 안타깝다”면서 “국민들의 응원이 없었다면 1%의 기적은 없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해프닝도 있었다. 일부 팬들은 정몽규 회장과 손흥민이 마이크를 잡았을 때 계란을 던지며 항의했다. 연속 16강 진출 실패와 스웨덴, 멕시코에 졸전의 경기력을 보이며 패한 것은 비판 받아 마땅하지만 지나치게 과격한 행동으로 공감받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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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과는 사뭇 다른 귀국장 풍경이다. 4년전 대표팀은 최악의 경기력 끝에 1무2패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귀국해야했다. 브라질에서부터 돌아온 먼 여정이었지만 누구하나 반겨주는 이 없었다. 도리어 귀국인사 때 일부 팬들은 엿을 던지고, ‘한국축구는 죽었다’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까지 보이며 항의했다.

하지만 4년 후 2패 후 기적같은 1승과 투혼의 경기력을 보인 대표팀은 박수를 받았다. 비록 같은 16강 진출 실패지만 마지막을 어떻게 마무리했느냐, 그리고 국민들이 느껴지는 투혼과 ‘열심히 뛰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경기력을 보였느냐가 대표팀 귀국의 천지차이 분위기를 가른 이유였다.

4년전 브라질 월드컵 종료 후 귀국때 엿세례를 맞았던 대표팀. 스포츠한국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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