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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한국축구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는 ‘불안한 수비’였다.

이른바 ‘늪축구’로 대변되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 부임 초기를 제외하면,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 내내 수비불안은 늘 도마 위에 올랐다. 이는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늘 장현수(FC도쿄)와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이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으로부터 유독 중용을 받던 둘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실수를 저지르며 팬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다. 이른바 중국파 논란이 크게 일었던 것 역시도 둘의 존재가 컸다.

장현수는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에도 꾸준히 신임을 받았다. 김영권의 입지는 김민재(전북현대)의 등장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김민재가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신태용호 중앙수비는 다시금 장현수-김영권으로 굳어졌다. 월드컵 비관론 속에는 분명 둘로 이어지는 수비조합이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다만 월드컵이 시작된 뒤 둘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우선 김영권은 그간의 비난을 완전히 털어버렸다. 스웨덴전에서부터 결정적인 수비를 펼치며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멕시코전, 그리고 독일전에서도 전과 다른 안정적인 수비를 뽐냈다.

중요한 순간 결정적인 실수는 없었고, 오히려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로 수비라인을 든든하게 지켰다. 독일전 무실점 역시 김영권의 역할이 컸다. 김영권의 이번 월드컵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했다.

김영권 역시 남다른 대회로 남게 됐다. 그는 독일전 직후 스탠딩 인터뷰에서 “4년 동안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이번 월드컵을 통해 조금이나마 나아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는 소회를 밝혔다. 인터뷰 내내 그는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파트너’ 장현수에게는 이번 대회가 ‘최악’의 대회로 남았다.

스웨덴전에서는 결정적인 패스미스가 결국 결승골의 빌미가 된 페널티킥으로 이어졌다. 수비지역에서 확실하게 공을 처리하지 못하는 바람에 급하게 공을 걷어낸 것이 화근이 됐다. 이어 멕시코전에서는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을 실점하고, 섣부른 태클로 추가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면서 와르르 무너졌다.

그를 향한 비난 여론이 쇄도했다. 독일전을 앞두고는 그가 또 다시 출전할 것인지를 두고 많은 논란이 일었다. 신 감독은 다시 한 번 그를 선발라인업에 올렸다. 대신 수비수가 아닌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겼다. 경기가 시작되자 포털사이트에는 ‘장현수 등번호’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독일전에서는 페널티킥 등 앞선 두 경기 만큼 뼈아픈 실수를 저지르지는 않았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수비수를 오가면서 무실점에도 힘을 보탰다. 그러나 이 한 경기로 앞선 두 경기에서 완전히 무너졌던 모습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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