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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한국축구의 오랜 고민 중 하나는 ‘이운재 이후’ 확실한 수문장의 부재였다.

정성룡(가와사키 프론탈레)과 김승규(빗셀고베) 권순태(가시마 앤틀러스)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등이 대표팀의 넘버원 자리를 놓고 시험대에 올랐지만, 이 중 확실하게 합격점을 받은 골키퍼는 없었다.

정성룡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과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등 오랜 경험에도 불구하고 수차례 불안한 모습을 보인 끝에 결국 대표팀에서 멀어졌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김진현이 주목을 받았으나 스페인전 참패(1-6) 이후 넘버원 자리를 잃었고, 김승규과 권순태 역시 확실한 눈도장을 찍지 못한 채 그 빈틈을 파고들지 못했다.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에도 골키퍼 자리는 무주공산이었다. 신 감독은 김승규 김진현의 경쟁 구도에, K리그에서 맹활약하던 조현우(대구FC)를 더해 내부경쟁을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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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조현우의 발탁은 신태용 감독의 ‘신의 한수’가 됐다. 조현우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A매치 데뷔전이었던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에서 상대 프리킥을 ‘슈퍼세이브’하면서 팬들의 눈도장을 찍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동아시안컵(E-1챔피언십)에서 한국의 우승에 힘을 보태며 단숨에 김승규의 자리를 위협하는 존재로 거듭났다. 신태용 감독은 주요 평가전에서 주로 김승규에게 기회를 줬지만, 김승규가 이렇다 할 선방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신 감독은 결국 월드컵을 경험했던 김승규 대신, A매치 경험이 7경기 밖에 없었던 조현우에게 스웨덴전 골키퍼 장갑을 건넸다. 그리고 조현우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문전에서 찬 상대의 슈팅을 선방해내는 등 연신 슈퍼세이브를 펼쳤다.

비록 페널티킥 실점 때문에 팀이 0-1로 패배하면서 미소를 짓지 못했으나, 조현우가 아니었다면 3골 차 이상으로 졌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그의 스웨덴전 활약은 눈부셨다.

이후 조현우는 멕시코전, 그리고 독일전에서도 골문을 지켰다. 안정감은 물론 결정적인 상황마다 슈퍼세이브를 선보이며 자신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피파랭킹 1위인 독일전에서 무실점 완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조현우의 선방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월드컵 16강 진출에 실패한 채 씁쓸하게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다만 이와 별개로 그토록 찾아 헤매던 확실한 넘버원, 조현우를 발견했다는 점은 이견의 여지없는 가장 큰 수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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