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이재호 기자] 매경기 전술을 바꾸고 있는 신태용 감독은 이번에는 어떤 전술을 들고 나올까. 3백을 쓰지 않는다면 공격진에서 2명이나 희생하면서 수비를 강화했던 엔트리가 그저 비어있는 ‘엔트릭(Entry+Trick)’이 되고 만다. 명단 꾸리기를 트릭으로 해봤자 아무도 속지 않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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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월드컵 대표팀은 27일(이하 한국시각) 오후 11시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3차전 독일과의 경기를 가진다.

한국은 스웨덴에 0-1, 멕시코에 1-2로 패하며 2패, 독일은 1승1패인 상황에서 양 팀 모두 승리해야 16강을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동기부여가 뚜렷하다. 그러나 독일은 현 피파랭킹 1위팀이자 세계 챔피언(월드컵)으로 한국을 제외하곤 세계 축구계는 독일의 낙승으로 보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과연 세계 최강 독일을 상대로 신태용 감독이 이번에는 어떤 전술을 들고 나올지 궁금하다. 스웨덴전에서는 상대의 높이에 대응하기 위해 4-3-3 포메이션(4-5-1)을, 멕시코전에서는 기존 플랜A였던 4-4-2 포메이션(4-1-4-1)을 가지고 나왔다. 모두 4백이었다.

그러나 신태용 감독은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통과 이후 놀라울 정도로 3백에 집착했다. 지난해 10월 유럽 원정 A매치에서 신태용 감독은 2경기 연속 변형 3백을 시도했다가 2연패를 경험했고 12월 동아시아컵에서도 북한을 상대로 역시 3백을 썼다. 3월 유럽 원정에서도 3백을 썼지만 폴란드를 상대로 패했다. 국내 최종 평가전이었던 보스니아전에서도 3백을 썼다가 1-3으로 패했다.

매번 쓸때마다 결과가 좋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신태용 감독은 3백을 놓지 못했다. 3백에 대한 미련은 23인 최종 엔트리에서도 명확히 느낄 수 있다. 신 감독은 중앙 수비수만 5명을 뽑았다. 3백을 쓸 경우 기성용이 중앙 수비수로 서는 경우(보스니아전)까지 생각하면 중앙 수비 3자리에 2명씩 뽑은 셈이었다. 또한 왼쪽 풀백도 3명이나 뽑았다. 3백을 쓸 경우 4백에서의 왼쪽 수비와 3백에서의 왼쪽 수비수의 역할 차이 이해를 위한 엔트리로 해석됐다.

또한 신 감독 부임 직후부터 꾸준히 대표팀에서 중용되어왔던 최철순의 제외도 3백을 쓸 것이라고 예측됐기에 이해됐다. 신 감독이 최철순을 제외하면서 밝힌 “신체조건이 부족해서”라는 말이 너무나도 어불성설이었기 때문이다. 신체조건이 안됐다면 진즉에 쓰지 않았어야했는데 꾸준히 써놓고 이제와서 제외한 것은 최철순이 3백 체재에서는 오른쪽 윙백으로는 공격가담에서 아쉬움이 크다고 이해했었다.

하지만 막상 월드컵이 시작하니 4백만 쓰고 있다. 그동안 3백을 위해 들인 시간, 23인 엔트리에서 수비수를 일반적인 엔트리보다 2명이나 더 뽑고 최철순까지 제외한 선택이 이해되지 않고 있다. 엔트리가 낭비됐고 정작 스웨덴, 멕시코전에 지고 있을 때 넣을 공격카드가 제한됐다. 엔트리에 공격카드를 뽑을 자리에 수비수를 넣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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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은 ‘트릭’이라는 발언으로 인해 구설수에 올랐다. 그렇다면 이것도 트릭이었을까. 엔트리를 트릭으로 만든 ‘엔트릭’이 되어버린다.

전문가들은 투톱으로 나선 스웨덴을 상대로 3백 카드를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얘기한다. 하지만 신 감독은 스웨덴을 6개월동안 분석해 내린 결론이 4-3-3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3백을 쓸 시점을 지나버린 것 인걸까. 독일전마저 3백이 아니라면 신태용 감독의 엔트리 구성은 그 자체로 빈 깡통같은 ‘엔트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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