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이재호 기자] 2014 브라질 월드컵 알제리전. 손흥민은 후반 5분만에 골을 넣었다. 개인적으로 월드컵 첫 골로 매우 기쁠만도 했지만 한국이 0-3으로 뒤지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세리머니는커녕 골을 넣자마자 골대안에 있는 공을 가지고 중앙선에 가져다놓기 바빴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멕시코전. 손흥민은 후반 종료 직전 너무나도 환상적인 개인 기량에 의한 드리블 이후 왼발 중거리슈팅으로 골을 넣었다. 혹자는 ‘한국 월드컵 역사상 가장 멋진골’이라고 평가할 정도의 골이었지만 이번에도 손흥민은 세리머니보다 공을 중앙선에 가져다 놓기 위해 골 넣은 골대로 뛰었다.

ⓒ스포츠코리아
어느새 두골. 그럼에도 손흥민은 단 한 번도 웃으며 골 세리머니를 해보지 못했고 이제 자신의 프로생활을 시작한 독일을 상대로 대기록에 도전한다. 대기록을 세우고 손흥민은 웃으며 골 세리머니를 할 수 있을까.

한국 월드컵 대표팀은 27일(이하 한국시각) 오후 11시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3차전 독일과의 경기를 가진다.

한국은 스웨덴에 0-1, 멕시코에 1-2로 패하며 2패, 독일은 1승1패인 상황에서 양 팀 모두 승리해야 16강을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동기부여가 뚜렷하다. 그러나 독일은 현 피파랭킹 1위팀이자 세계 챔피언(월드컵)으로 한국을 제외하곤 세계 축구계는 독일의 낙승으로 보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손흥민으로서는 의미가 깊은 독일전이다. 2008년부터 독일 축구 유학을 떠난 후 2010년 독일 프로 무대에 처음 데뷔하면서 5년간 독일 무대에서 활약했다. 독일에서 손흥민은 세계적인 선수가 될 발판을 마련했다. 손흥민은 독일어도 열심히 배웠고 축구의 뿌리를 독일에 내리고 있다.

그러나 감상에 젖어있긴 곤란하다. 독일을 2골차 이상으로 이겨야만 멕시코가 스웨덴을 잡아주면 16강이 가능하다. 그러나 독일을 상대로 2골차 이상으로 이길 팀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거의 없다.

앞서 언급했듯 손흥민은 이미 월드컵에서 두 골이나 넣었지만 웃으며 세리머니를 한적이 없다. 모두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 따라가는 골이었기에 손흥민의 맹활약이 늘 묻혔다.

연합뉴스 제공
2골을 넣는 사이 손흥민은 이제 대기록을 앞두고 있다. 박지성과 안정환이 가지고 있는 한국 선수 월드컵 최다골 신기록인 3골에 도전하는 것이다. 박지성은 2002, 2006, 2010 월드컵 3차례에서 각각 1골씩 넣었다. 안정환은 2002 월드컵에서 2골, 2006 월드컵에서 1골을 넣었다. 한국에서 박지성, 안정환보다 월드컵에서 골을 많이 넣은 선수는 없다.

바로 이 대기록에 도전하는 것이다. 박지성은 이 기록을 만 29세에 해냈다. 안정환은 만 30세였다. 그러나 손흥민은 아직 만 26세에 지나지 않는다. 새삼 손흥민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혹시 독일전에 대기록을 세울 수 있다면 손흥민이 마음껏 세리머니를 할 수 있는 환경이길 국민들은 바란다. 2골이나 넣었음에도 웃지 못했던 손흥민이 대기록을 세운 순간만큼은 웃을 수 있다면 이는 곧 한국이 독일을 상대로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스포츠코리아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