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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이재호 기자] ‘졌지만 잘 싸웠다’

이 얼마나 황당한 말인가. 졌는데 어떻게 잘 싸웠다고 평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졌잘싸는 존재한다. 누가봐도 전력이 약한팀이 최강팀을 상대로 버티고 버티다 골을 허용한 것은 ‘졌잘싸’가 맞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이 스웨덴을 상대로 기록한 통계와 이란이 스페인을 상대로 기록한 통계는 놀라울 정도로 똑같음에도 이란이 ‘졌잘싸’라고 들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란 축구대표팀(피파랭킹 37위)이 스페인(10위)의 진땀을 빼놓았다. 결과적으로 패배하긴 했으나, 우승후보인 스페인이 경기 내내 고전을 면치 못할 정도의 저력을 선보인 경기였다.

무대는 21일 오전 3시(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FIFA(국제축구연맹)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B조 2차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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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하던 스페인은 후반 9분에야 비로소 실마리를 풀었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코스타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수비수가 걷어내려던 공이 코스타의 무릎에 맞고 그대로 이란의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날 이란의 ‘늪축구’는 엄청났다. 강력한 우승후보인 스페인조차 버거워했다. 행운이 따른 코스타의 골이 아니었다면 이란은 무승부까지 기록할 수도 있었다.

이날 경기 후 피파를 통해 나타난 기록을 살펴보면 이란은 5개의 슈팅을 때려 단 하나의 유효슈팅을 기록하지 못했다. 스페인은 17개의 슈팅으로 6개의 유효슈팅을 기록해 한 골을 기록했다.

이 기록은 한국-스웨덴전의 경기 후 통계가 매우 유사하다. 당시 한국은 5개의 슈팅을 때려 단 하나의 유효슈팅을 기록하지 못했다. 스웨덴은 15개의 슈팅으로 4개의 유효슈팅을 기록해 한 골을 기록했다.

놀라울정도로 비슷한 기록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이란에 대한 평가는 극명히 갈린다. 단순히 국내에서의 평가뿐만이 아니다. 외신과 세계 유명 축구인들은 모두 한국에 대해 혹평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반면 이란에 대해서는 놀라움과 찬사를 보내고 있다. 물론 침대축구에 대한 비판은 당연했다.

이런 차이의 이유는 역시 한국은 전력이 강하지 않은, 첫 승 상대로 여긴 스웨덴을 상대로 기록한 통계인데 반해 이란은 우승후보인 스페인을 상대로 기록한 통계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통계뿐만 아니라 경기 내용을 봐도 이란은 분명 객관적 전력이 부족함에도 온 몸을 날려 수비하거나 효율적이고 집요한 마크로 스페인 선수들을 괴롭게 했다. 반면 한국은 여러차례 실점 위기에도 조현우 골키퍼의 선방이 구해내거나 골과 비슷한 장면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란은 골을 넣었지만 VAR로 인해 취소된 장면이 있기도 했다.

결국 누굴 상대했느냐, 내용이 어땠는가를 통해 이란은 ‘졌잘싸’로 불리며 져도 칭찬받고, 한국은 비판의 대상이다. 같은 통계, 같은 결과라도 결국 ‘내용’이 중요함을 이란을 통해 새삼 깨닫는다. 한국대표팀이 보여줘야할 내용이 무엇인지 이란을 통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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