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병지입니다.

기분 좋은 마음으로 글을 쓰고 싶지만, 아쉬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스웨덴전 필승을 기원했지만, 아쉽게도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경기를 보시고 아쉬움을 남긴 팬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아직, 월드컵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스웨덴전에서 아쉬웠던 부분들을 돌아보고, 반드시 이겨야 하는 멕시코전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에 대한 제 생각을 전해 드릴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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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전, ‘그래도’ 유효슈팅은 나왔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스웨덴전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찬스를 전혀 만들지 못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축구에서 승리를 가져가기 위해 꼭 필요한것은 골 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찬스를 만들고, 슈팅을 기록해야 하는데 이것을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수세에 몰리는 흐름이더라도, 기회를 만드는 과정을 만들지 못한 것이 치명타였습니다. 수 없이 많은 경기를 챙겨보았지만, 아마 처음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과정을 만들지 못한것은 전략과 조직력의 문제였다고 봅니다.

당시 경기에 뛰었던 베스트11은, 단 한 번도 함께 경기를 뛰어본 적이 없습니다. 축구에 있어서 공격의 패턴을 만드는것은 조직적인 움직임이 중요합니다. 스웨덴전 베스트11 멤버로 2~3경기는 뛰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조직력이 떨어지다 보니, 결국 과정이 미흡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도 긍정적인 부분들은 조현우와 김영권의 활약이 두드러 졌다는 점입니다.

특히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을 김영권이 몇 차례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이 반가웠습니다. 조현우는 결정적인 위기를 선방하였고, 김영권은 중앙 센터백으로 나서서 커버플레이와 멋진 태클로 결정적인 슈팅을 막아냈습니다. 스웨덴전에서 보여준 좋은 컨디션을 멕시코전까지 이어가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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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전, 신태용 감독의 ‘전략적 선택’이 가장 중요합니다

멕시코와 독일의 경기를 보고 많이들 놀라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멕시코가 독일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하게 준비한 끝에 꺼내든 맞춤형 전략이 제대로 통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멕시코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잘 표현해냈던 경기였던 셈이죠.

예를 들어볼까요. 세트피스 상황이 나오면, 멕시코는 3명의 선수가 수비가담을 하지 않고 최전방에서 역습을 노리는 공격적인 위치에 포진했습니다. 독일 입장에서는 이들을 두고 무조건 공격가담에 몰두할 수 없었을 겁니다. 멕시코 입장에서는 불리한 상황을 최대한 유리하게 만든 것이죠. 전략적 선택의 힘입니다.

그렇다고 독일이 못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멕시코가 이를 잘 견뎌냈습니다.

멕시코전 역시 신태용 감독의 '전략적 선택'이 가장 중요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세 가지 포인트를 두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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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전략적으로 5~6명은 수비에 치중해야 합니다. 대신 양 측면이나 전방에는 개인 돌파 능력이 있는 선수들로 꾸려야 합니다. 과감하게 돌파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 포진해야 합니다. 손흥민이나 황희찬, 이승우, 문선민 같은 선수들이 대표적이겠죠.

최전방에서는 과감한 일대일 돌파를 자주 시도해야 합니다. 그래야 상대의 파울을 이끌어내고, 세트피스 기회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횡패스를 통해 경기를 풀어 가면 오히려 상대 파울을 얻어내기가 힘이 듭니다. 돌파에 성공하면, 공간침투를 통해 또 다른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김신욱의 활용법도 고민해야 합니다. 우선 언제 어떻게 세우느냐가 중요합니다. 최전방에 깊숙하게 박혀 있으면, 멕시코 수비 2명은 무조건 김신욱 쪽에 있어야 합니다. 그가 최전방에서 볼을 지켜내 주거나 세컨볼을 연결해줄 수 있다면 기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대신 김신욱이 수비 깊이 가담하면 안 된다고 봅니다. 그가 내려오면 최전방에서 버텨줄 선수가 사라지고, 상대도 더욱 라인을 올리게 됩니다. 대신 김신욱이 전방에서 버티고 있으면, 멕시코의 3선과 2선 라인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립니다. 물론 이 전략을 언제 선택할지는 신태용감독의 선택이 될 것입니다.

카를로스 벨라(왼쪽)과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치차리토) ⓒAFPBBNews = News1
그리고 또 하나. 상대의 연결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경기의 핵심 포인트로 보고 있습니다.

잘 버티긴 했지만, 스웨덴전 수비진 구성으로는 치차리토나 카를로스 벨라, 이르빙 로사노를 막기 힘들다고 봅니다. 확실하게 대응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대신 그 중간을 끊어낼 수 있다면 승산이 있습니다. 그들이 유기적인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도록 차단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로사노나 벨라 중 한 선수를 그림자로 지울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치차리토를 향해 좋은 패스가 가지 않도록 연결고리를 끊어 버려야 합니다. 콜롬비아전에서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꽁꽁 묶었던 고요한의 스타일 기용이 한 방법이 될 수도 있겠죠.

꼭 고요한이 아니더라도, 날카로운 상대 공격진을 중간에서 끊어내기 위한 신 감독의 전략적 선택이 중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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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팀(ONE TEAM)이 되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결전의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23일 자정 열리는 멕시코전은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경기가 되어야 합니다.

쉽지는 않을것입니다. 세계최강을 이긴 팀 입니다.

밖에서 봤을 때는 대표팀 분위기가 처져 있을 것 같지만, 다 끌어 올렸을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선수들 스스로도 위기라는 것을 알고 있겠지만, 마냥 처진 분위기를 유지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팀적으로도, 신태용 감독님도 아쉬운 스웨덴전을 털어버리고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데 집중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완벽한 팀 분위기로 멕시코와 일전을 준비하는 것도 끝이 났을 겁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5천만 국민들의 응원입니다.

월드컵에 나가면, 팀 이름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명이 붙습니다. 23명의 선수들만이 대한민국이 아닙니다. 5천만 국민이 한 팀이 됐을 때, 비로소 ‘원 팀’이 될 수 있습니다.

멕시코는 현지에도 많은 팬들이 가서 응원을 해주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대표팀도 국민들의 많은 응원이 더해져 원 팀이 됐을 때 상대와 맞서 싸울 수 있습니다.

부디 ‘원 팀’이 된 대한민국이 멕시코전을 이겨서, 국민들과 선수들 모두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김병지 칼럼 : K리그 최다출전자(706경기)이자 한국 축구의 전설인 김병지 前선수는 스포츠한국을 통해 칼럼을 연재합니다. 김병지 칼럼니스트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를 댓글이나 스포츠한국 SNS를 통해 남겨주시면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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