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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예상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트릭도, 승부수도 없었다. 대신 가장 익숙한 것을 택했다. 그나마 잘 할 수 있는 선택지였다. 덕분에 그라운드 위에서는 특유의 강점이 잘 묻어났다. 여기에 운까지 더해지면서, 결국 승전보를 울렸다.

일본 축구대표팀이 콜롬비아를 꺾을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 일본은 19일(이하 한국시각) 열린 콜롬비아와의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2-1로 승리했다. 피파랭킹에서는 45계단이나 차이가 났지만, 정작 승점 3점은 일본의 몫이었다.

물론 경기 전체를 관통한 변수가 일본에게 큰 이점이 됐다. 3분 만에 상대의 퇴장이 나왔고, 페널티킥까지 얻어내 일찌감치 0의 균형을 깨트렸다. 80분을 넘게 한 명 더 많은 상황에서 경기를 치른 끝에 거둔 승리였다.

다만 그 변수의 밑바탕에는 분명 일본의 공격 전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예리한 패스와 침투를 앞세워 수비 뒷공간을 파고든 공격이 결국 상대의 치명적인 실수까지 이어졌다. 허무한 실수가 아니라기보다는 실력으로 이끌어낸 결과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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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이날 경기 내내 일본의 경기운영은 안정적이었다. 스스로 템포를 조절하면서 수적 우위의 이점을 십분 활용했다. 짧은 패스를 통해 유기적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일본 특유의 팀컬러가 경기 내내 묻어났다. 조직력에서 큰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았다.

일본 스스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선택지를 낸 덕분이었다. 이날 일본의 전형은 4-2-3-1이었다. 니시노 아키라 감독 부임 이후 최근 2경기 연속 활용했던 전술이자, 일본에게는 가장 익숙한 전술이기도 했다. 상대의 전술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트릭도, 승부수도 없었다.

물론 실험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니시노 감독의 데뷔전이자 월드컵 출정식이었던 가나전에서 3-4-2-1 전형을 시험대에 올렸다. 다만 결과가 좋지 못하자(0-2패) 그 다음 평가전부터 기존의 4-2-3-1 전형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이 전형은 콜롬비아전까지 이어졌고, 결국 승리라는 결실까지 맺었다.

자연스레 전날 신태용 감독의 선택이 오버랩됐다. 신태용 감독은 스웨덴전에서 4-3-3 전형과 김신욱(전북현대)의 선발이라는 선택지를 냈다. 상대의 허를 찌르겠다는 의도가 짙게 깔렸다. 나름의 '승부수'였다.

문제는 신태용호가 4-3-3 전형을 실전에서 활용했던 적이 비공개 평가전(세네갈전) 포함 단 두 차례뿐이었다는 점. 90분 동안 단 한 개의 유효슈팅조차 기록하지 못한 것도, 경기 내내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불가피한 일이었다.

더구나 김신욱 카드는 장신 수비수들 사이에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상대 수비수들의 느린 발을 파고들 빠른 공격수들의 부재가 경기 내내 아쉬웠다. 경기 후 신 감독의 승부수가 실패했다는 지적이 잇따른 이유였다.

선택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가장 많이 호흡을 맞춰봤고, 그래서 가장 잘할 수 있었던 '플랜A' 4-4-2 전형이 있었다. 그러나 상대의 허를 찌르는데만 몰두했던 신 감독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버렸다. 결과론이지만, 일본의 선택과 승리는 신 감독의 선택에 대한 아쉬움을 더욱 진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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