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니즈니노브고로드(러시아)=이재호 기자] 그동안 꾸준히 지속된 비공개 훈련 속에 전술과 선발 라인업에 대한 힌트를 얻기 어려웠다. 그러나 16일(이하 한국시각) 이례적으로 신태용 감독은 비공개 훈련전 몸을 풀 때 선수들을 모아놓고 큰소리로 지시를 내렸고 그 지시 속에 포메이션과 선발을 유추해볼 수 있었다.

고작 경기 이틀여를 남기고 포메이션과 선발라인업을 유추할 수 있는 이름과 단어를 취재진 들으라고 외친 신태용 감독의 행동은 이것마저 트릭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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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월드컵 대표팀은 16일 오후 5시 베이스캠프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로모노소프 스파르타크 훈련장에서 첫 경기 스웨덴전이 열리는 니즈니노브고르도에 출발하기전 마지막 훈련을 진행했다.

이 훈련 직후 대표팀은 식사 후 짐을 챙겨 결전의 땅 니즈니노브고르도에 입성했다. 경기전날 1시간 가량의 짧은 훈련을 제외하곤 사실상 경기전 마지막 훈련이었다.

대표팀 훈련은 5월 중순 소집부터 이미 비공개로 진행되어왔다. 초반 15분만 공개하는데 이는 사실상 몸풀기만 공개하는 수준. 경기도 파주 훈련장, 오스트리아 레오강 훈련장,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베이스캠프 훈련장을 모두 참관한 기자들도 제대로 훈련하는 모습을 볼 수 없으니 선수 몸상태와 선발라인업, 포메이션에 대해 신태용 감독과 선수들의 말, 평가전 모습들로 전망해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날 훈련을 앞두고는 신태용 감독이 초반 15분 동안 선수들을 모아놓고 큰소리로 전술과 특정선수의 이름을 언급했다. 취재진에 따르면 구자철, 이재성, 기성용 등을 호명하며 ‘블록’, ‘더블 볼란치(수비형 미드필더 2명)’, ‘커버 플레이’ 등을 언급했다.

모든 얘기를 듣긴 힘들었지만 신태용 감독의 큰 목소리 덕분에 키워드는 들을 수 있었다는 것. 이를 조합해보면 한국 대표팀은 스웨덴을 상대로 3-5-2 포메이션으로 나설 것이 매우 유력하다. 구자철과 기성용이 더블 볼란치로 서고 이재성이 조금 더 위에서 공격에 매진하는 중앙 미드필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커버 플레이나 블록 등의 키워드가 4-4-2 포메이션보다는 3-5-2에서 양 윙백이 오버래핑했을 경우 필요한 플레이이기에 이같은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물론 확실치 않다. 선발라인업과 포메이션은 당일 경기에 들어가 봐야 알 수 있다. 물론 경기 중 수없이 바뀔 수 있기에 초반 5분만 중요한 포메이션일지 모른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의 말을 통해 정우영보다는 구자철이 중용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기에 취재진들 사이에서도 꽤 화제였다.

의도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비공개를 강조하고 어떻게 해서든 전력 노출과 작전이 알려지지 않길 원한 신태용 감독이다. 오죽하면 세네갈과의 최종 평가전마저 공식 A매치인데도 비공개로 진행했을 정도였다.

비공개를 강조한 신태용 감독이 경기 이틀여를 앞두고 의도했는지 안했는지는 모르지만 포메이션을 암시할 수 있는 선수 이름과 키워드를 취재진이 들을 수 있게 선수단에게 말한 것은 어떤 의도가 있는게 아닌지 하는 생각을 가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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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한국에서 생산되는 기사는 스웨덴 언론을 통해 거의 번역되어 소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언론을 통해 스웨덴 측에 혼란을 주려는 의도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신 감독은 니즈니노브고로도 입성 후 딱히 대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릭’논란으로 스웨덴과의 정보전에 대해 큰 신경을 쓰고 있는 신 감독이 다시금 트릭을 건 것일까. 아니면 단순 실수일까. 아니면 그저 수많은 전술과 플랜 중 일부만 알려진 것일까. 트릭이 대놓고 수면 위에 언급된 이후부터 신 감독의 작은 행동 혹은 실수마저 트릭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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