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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신태용호를 둘러싼 기류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부진이 거듭됐다. 1월 몰도바 등 약체팀들과의 평가전에서 진땀을 흘렸고, 3월 북아일랜드·폴란드와의 평가전에서도 연거푸 패배했다. 최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의 월드컵 출정식에서마저 1-3으로 완패했다. 수비 불안과 과도한 실험이 반복되면서 팬심은 점점 더 싸늘해져만 갔다.

자연스레 팬들 사이에서는 3전 전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나왔다. 대표팀 내부에서조차 ‘4년 전 월드컵에서의 실패(1무2패)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흘러 나왔다. 월드컵 개막이 코앞인데 신태용호를 향한 기대감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7일 볼리비아전은 그래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월드컵 전, 등 돌린 팬심을 조금이라도 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이다. 세네갈과의 평가전(11일)이 전면 비공개로 치러지는 만큼, 볼리비아전은 월드컵을 앞두고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경기력을 선보이는 무대가 됐다.

마침 ‘약체’를 만났다. 볼리비아의 피파랭킹은 59위로 한국보다 두 계단 낮았다. 선수들 면면에서 나오는 객관적인 전력에서도 한국이 월등히 앞섰다. 볼리비아는 19명 중 11명의 A매치 경력이 5경기도 채 안 될 정도로 무게가 많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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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시나리오는 마지막 공개 평가전에서 시원한 승리를 거두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팬들이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품을 수 있도록 하는 것, 등 돌렸던 팬들의 지지와 박수를 이끌어내는 것은 오롯이 신태용호의 몫이었다.

그런데 신태용호는 그 기회마저도 놓쳤다.

경기는 예상대로 한국이 주도권을 쥐는 양상으로 흘렀다. 상대가 잔뜩 웅크린 채 수비에 몰두하면서, 신태용호가 높은 볼 점유율을 유지하며 상대를 압박했다. 그러나 좀처럼 결실을 맺지 못했다. 김신욱(전북현대)의 헤더가 몇 차례 상대 골문을 위협하긴 했으나 이마저도 번번이 무산됐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등이 교체로 투입된 이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상대 수비가 그렇게 견고한 편은 아니었는데도 신태용호 스스로 기회들을 살리지 못했다. 90분 내내 답답한 경기력을 선보이는데 그친 한국은 끝내 볼리비아와 0-0으로 비겼다.

결국 신태용호는 마지막 공개 평가전을 졸전으로 마쳤다.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기회도, 팬들의 지지를 조금이라도 이끌어낼 기회도 스스로 놓쳐 버렸다. 오히려 팬들은 또 한 번 신태용호를 향해 깊은 실망감만을 느끼게 됐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 3일 오스트리아 출국을 앞두고 국민들을 향해 “따뜻한 사랑과 응원을 바란다”고 말했다. 보스니아전 완패, 그리고 볼리비아전 졸전을 보고도 신 감독의 기대에 사랑과 응원으로 답할 팬들이 얼마나 될 지는 미지수다.

그간 희망조차 보여주지 못하고, 마지막 경기마저도 졸전으로 마친 팀이 팬들의 사랑과 응원을 원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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