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라면 4년 전보다 더 큰 창피 당할 수도"
출정식 졸전 후 손흥민·기성용 나란히 '쓴 소리'
신태용 감독은 "16강↑이 목표"…적잖은 괴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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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선수들은 4년 전의 실패가 반복될까 우려하고 있다. 반면 사령탑은 16강 이상의 성적을 바라보고 있다. 결국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출사표로 접점을 찾기는 하는데, 출발점 간 괴리감이 적지가 않다.

기성용(29·스완지시티)과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은 신태용호의 핵심이다. 대표팀 내에서 대체가 불가한 자원으로 손꼽힌다. 그리고 이 둘에게는 이번 월드컵이 더욱 특별하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당시 실패를 경험했고, 또 진한 상처까지 입었던 까닭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끌던 당시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탈락했다. 러시아와 비긴 뒤 알제리, 벨기에에 연거푸 졌다. 기성용과 손흥민 모두 대표팀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으나 팀의 탈락을 막지 못했다. 손흥민은 탈락이 확정되자 그라운드 위에서 펑펑 눈물을 쏟았다.

탈락의 아픔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른바 '의리 논란' 등 가뜩이나 홍명보를 향한 여론이 부정적이었던 터라, 귀국길에서 결국 사달이 났다. 일부 축구팬들이 '한국축구는 죽었다'는 근조 플래카드와 함께 귀국하는 선수단에 엿사탕을 던졌다. 사상 초유의 사태에, 손흥민과 기성용 역시 적잖은 상처를 입어야 했다.

4년 만에 찾아온 명예회복의 기회는 둘 모두에게 남다를 수밖에 없을 터. 그런데 4년 전 월드컵을 경험했던 둘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다. 오히려 그때가 반복되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대표팀 내부, 그리고 그라운드 위에서 '핵심급' 선수들이 느끼는 감정이어서 그 의미는 결코 작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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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 1-3 완패 직후였다. 무기력한 경기 끝에 월드컵 출정식을 망치자 손흥민과 기성용 모두 '작심발언'에 나섰다.

손흥민은 "이 상태라면 14년보다 더 큰 창피를 당할 수도 있다. 사실 지금 준비해도 늦었다고 생각한다. 아시다시피 월드컵은 무서운 곳이다. 진짜 바쁘게, 또 진지하게 준비하고, 나도 선수들도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기성용도 마찬가지였다. 전반전을 마친 뒤 주장완장을 내팽개칠 정도로 경기력에 아쉬움을 드러냈던 그는 "더 진지하게 임하지 않으면 4년 전과 같은 결과가 되풀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둘 모두 보스니아를 상대로 출정식 경기를 치른 직후 느낀 위기감이 그 밑바탕에 깔렸다.

그러나 정작 '사령탑'인 신태용 감독의 느낌은 선수들과는 거리가 크다. 당장 보스니아전 직후에도 "경기 내용에서는 크게 뒤지지 않았는데 보이지 않는 실수에 실점을 내줬다"며 어느 정도 만족감을 드러냈을 정도.

나아가 신 감독은 3일 사전캠프지인 오스트리아 출국에 앞서 "목표는 월드컵 16강 이상이다. 그래야 국민들이 열광하고 좋아할 것이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4년 전을 떠올리고 있는 선수들의 우려와는 거리가 있는 출사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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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한 목소리'는 선수들도, 신 감독도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는 것. 현 시점에서는 선수들의 우려가 현실로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기우는 가운데, 과연 신태용호가 2주 동안 이상과 현실 간 괴리감을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한편 신태용호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인근의 레오강을 전초기지를 삼고 마지막 담금질에 나선다. 오는 7일 오후 9시10분 볼리비아(피파랭킹 57위), 11일 오후 10시 세네갈(28위·비공개)과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른 뒤 12일 '결전지' 러시아에 입성하는 일정이다.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인 스웨덴전은 오는 18일 오후 9시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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