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또 부상 낙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명단에 뽑히고도 부상이 회복되지 않아 월드컵에 나설 수 없었던 김진수(26)는 2018 러시아 월드컵마저 똑같은 전철을 밟고 말았다. 이영표 이후 한국 최고의 왼쪽 풀백임이 틀림없지만 김진수는 참 운이 따르지 않는다.

“월드컵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가 승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약 3년전 만났던 김진수는 월드컵에 나서는 선수가 승리한 이라고 말했다. 김진수는 또 패했다. 하지만 김진수에게 내려진 두 번의 패배는 더 큰 승리를 위한 밑거름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대한축구협회는 2일 월드컵 대표팀에 김진수, 권경원, 이청용을 제외한다고 밝혔다. 신태용 감독은 나머지 23인의 멤버로 오는 3일 인천공항에 소집해 전지훈련지인 오스트리아로 출국한다.

김진수는 부상, 이청용과 권경원은 경기감각이 결국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김진수의 낙마는 참으로 뼈아프다. 단연 김진수는 현시점, 아니 이영표 은퇴 후 한국 최고의 왼쪽 풀백 자리에서 결코 뒤진적이 없던 선수다. 박주호, 윤석영 등 쟁쟁한 경쟁자가 있었지만 가장 믿음직스럽고 전문적인 선수는 김진수였다. 세계 최고 무대인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도 통했던 실력이었다.

하지만 김진수에겐 두 번의 안타까운 불운이 찾아왔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김진수는 명단에 뽑히고도 대표팀 합류 직전 경기에서 당한 부상이 회복되지 않아 월드컵 무대에 함께하지 못했다. 이번 월드컵 역시 3월 A매치에서 당했던 부상을 회복하기 위해 2개월 이상 노력했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한채 또 월드컵 명단에서 제외됐다.

2014 브라질 월드컵 후 1년이 지난 2015년 6월 김진수는 스포츠한국과 단독인터뷰를 가졌었다. 당시 김진수는 브라질 월드컵 낙마 때를 회상하며 “항상 마지막은 월드컵에 주전으로 뛰는 선수가 승리자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했지만 결국 브라질은 윤석영 형과 박주호 형이 갔다. 난 못갔다. 내가 진 셈”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1년이 지난 월드컵 낙마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며 “2014년 5월 8일이었다. 그날 명단이 발표되고 어버이날이고 하니 가족들과 기분이 좋아 맥주 한잔을 하기도 했다. 내 인생 가장 행복했던 날 중 하나였다”면서 “그런데 부상당한 날 클럽하우스를 나오다 휴대폰이 떨어져 액정이 깨졌었다. 이후 부상을 당했고 그래도 나을줄 알고 간 대표팀에서 어떻게든 아픈 티를 안내려했다. 회복훈련 마지막 관문이었던 킥 훈련에서 공을 차보니 견딜 수 없는 고통이 뒤따랐다. 결국 월드컵에 낙마했고 정말 많이 울었었다”고 담담히 회상했었다.

3년전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 응했던 김진수의 모습. 스포츠한국 DB
이런 아픔을 딛고 성숙해진 김진수는 이후 독일 분데스리가 호펜하임 주전을 거쳐 전북 현대에서 전북의 K리그 우승 등을 이끌며 한국 최고의 왼쪽 풀백으로 여전히 자리했다. 그사이 경쟁자였던 윤석영, 박주호, 이주용 등은 그 자리를 지키지 못했지만 김진수는 잠시의 부침을 제외하곤 늘 최고의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김진수는 이번에도 또 부상으로 러시아 월드컵을 가지 못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또 패배자가 된 셈이다.

그렇다고 김진수가 한국 최고의 왼쪽 풀백이라는점은 하등의 변화는 없다. 김진수는 돌아와서도 최고일 것이며 아직 1992년생으로 200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30세에 지나지 않는다. 마지막에 웃는 것이 진정한 승리자다.

김진수야말로 쉽지 않았던 유년시절을 오로지 실력만으로 뚫고 한국 최고 반열에 오른 진정한 실력파다. 일본 알비렉스 니카타에서 뛴 후 독일 이적이 확정되자 약 900여명의 팬들이 자신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자 5시간에 걸쳐 사인과 포토타임을 가지며 모든 이들을 응대했을 정도로 팬들에 대한 애정 역시 큰 선수가 바로 김진수다. 두 번의 불운이 그를 드리웠지만 어떤 시련도 김진수를 막지 못할 것임을 확신하다.

2022 월드컵에서는 반드시 김진수를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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