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대구=이재호 기자] 주장이자 A매치 100경기를 앞뒀던 기성용이 부상과 피로로 인해 아예 출전명단에서 제외됐다.
기성용의 볼배급 역할을 맡은 것은 그동안 기성용 옆에서 보조만 해왔던 정우영. 물론 정우영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기성용은 그동안 너무 잘해왔었다. 기성용이 없으니 공이 제대로 안 돈다고 느낄 수밖에 없던 온두라스전이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월드컵대표팀은 28일 오후 8시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온두라스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후반전 손흥민, 문선민의 골로 2-0으로 승리했다.손흥민-황희찬 투톱에 이승우의 A매치 데뷔전으로 관심 받은 이날 경기는 후반 15분 이승우의 도움을 받은 손흥민의 왼발 중거리포와 후반 27분 황희찬의 왼쪽 돌파에 이은 A매치 데뷔전을 가진 문선민의 추가골로 2-0 완승을 거뒀다.
외신에서는 한국 대표팀에 대해 일반적으로 ‘손흥민과 기성용에 대한 의존도가 큰 팀’이라고 표현한다. 한국 팬들이야 한국 선수들을 속속들이 알다보니 이런 평가에 쉽게 동의하기 힘들지 모르지만 가끔은 밖에서 보는 평가가 매우 정확할 때도 있다.
확실히 기성용의 존재는 주장으로서 팀의 정신적 지주의 역할도 있지만 중원에서 볼배급을 원활히 해주는 역할도 상당히 크다. 이날 경기는 기성용이 없고 정우영이 기성용이 하던 볼배급 역할을 맡으면서 새삼 기성용의 볼배급 역할에 대한 감탄을 느끼는 무대였다.
물론 정우영도 뛰어난 미드필더다. 소속팀 빗셀 고베에서는 외국인임에도 주장 완장을 찼을 정도로 인정받고 수비적인 역할과 공격적, 볼배급 역할 모두 가능한 만능선수다. 하지만 아직 대표팀에서 이런 역할을 기성용만큼 수행하기에는 경험도, 완성도도 부족해보였다.
정우영이 맡은 볼배급은 기성용이 있을 당시만큼 그리 부드럽게 돌아가지 않았다. 온두라스의 압박에 힘겨워했고 공은 뒤로 돌고 쉽사리 전진하지 못하기도 했다. 패스 실수도 더러 나와 흐름이 끊겼다.
기성용이 없으니 기본적으로 공 자체가 쉽게 돌지 못했다. 이 의미는 곧 한국의 공격 전개 자체가 수월하지 않고 막히는 구석이 있었다는 것이다. 기성용의 존재감은 그가 없을 때, 그리고 나쁘지 않은 대체자가 있었음에도 도리어 더욱 빛났다.다행히 후반 15분 손흥민의 왼발 중거리포로 시작된 한국 공격의 시발점 이후 측면 돌파가 살아나며 얻은 문선민의 추가골까지 경기결과는 승리했다. 하지만 기성용 없는 볼배급에 대한 대표팀의 미드필드 진단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