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세리머니. 모두가 팀의 핵심이라 여기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모습은 가장 끝자리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오늘만큼은 자신이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보여준 배려이자 벌써 5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여유가 줄 수 있는 호날두의 모습이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27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3시 45분 우크라이나 키에프 NSC 올림피스키에서 열린 2017~2018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리버풀에 3-1 승리를 거두며 현대축구에서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챔피언스리그 3연패에 성공했다.

가장 오른쪽에 자리한 호날두. ⓒAFPBBNews = News1
전반 31분만에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 전반 37분에는 레알 마드리드의 다니 카르바할이 부상으로 이탈한 경기에서 레알 마드리드는 후반 6분 로리스 카리우스 리버풀 골키퍼가 수비진에 던진 공이 황당하게도 카림 벤제마가 뻗은 다리에 걸리면서 행운의 선제골을 얻었다. 리버풀은 후반 10분 코너킥 상황에서 데얀 로브렌의 헤딩을 사디오 마네가 방향만 바꾼 슈팅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후반 19분, 교체투입된지 3분만에 가레스 베일이 마르셀루의 왼쪽 크로스에 거짓말 같은 오버헤드킥 골을 넣으며 레알 마드리드가 승기를 잡았다. 후반 38분에는 베일의 중거리슈팅을 카리우스 골키퍼가 또 골문 안으로 펀칭을 해버리면서 레알 마드리드는 3-1 승리를 거뒀다.

이날 호날두는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뛰었지만 그리 눈에 띄지 않았다. 전반 15분경 오른쪽 돌파 후 위협적인 슈팅을 때린 것 외에는 철저히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이 작정하고 호날두를 막은 것 때문이기도 했다. 후스코어드닷컴은 경기 후 호날두에게 평점 6.6을 줬는데 올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13경기 평균 평점이 8.12점인 것을 감안한다면 실망스러운 경기였다.

늘 호날두가 중심인 레알 마드리드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이날은 교체투입된지 3분만에 환상적인 오버헤드킥을 넣고 추가골까지 넣은 가레스 베일이 주인공이었다. 단지 이 경기만큼은 주인공이 아니었던 호날두였다.

호날두를 이는 아는지 우승 세리머니에서도 가장 끝자리에 자리하는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늘 자신이 주목받아왔기에 이번만큼은 양보하는 모습이기도 했다. 호날두가 없었다면 챔피언스리그 결승무대까지 오르는 것은 불가능했겠지만 호날두는 우승 세리머니에서 전혀 욕심 없는 모습이었다.

사실 늘 호날두는 우승 세리머니에서 누구보다 격한 감정 표현을 보여왔던 선수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더 빛난 선수를 위한 배려이자 어느새 챔피언스리그 우승 5회(맨유 1회, 레알 마드리드 4회)일 정도로 압도적 커리어를 지닌 선수가 보여줄 수 있는 여유였던 호날두의 우승 세리머니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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