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공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제주 유나이티드의 오반석(30)이 생애 첫 태극마크와 함께 꿈에 그리던 월드컵 무대를 밟을 수 있을까.

2011년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제주에 입단한 오반석은 프로통산 185경기에 출전해 7골 1도움을 기록한 제주의 간판 수비수다. 수려한 외모와 우월한 기럭지를 자랑하는 꽃미남이지만 오반석의 진정한 가치는 그라운드에 서 있을 때 더 빛을 발한다.

오반석은 위치선정과 날카로운 태클, 큰 키(189cm)를 이용한 제공권까지 중앙수비수로서 갖춰야 할 모든 것을 갖췄다. 2015시즌부터 2017시즌까지 제주의 주장 완장을 차며 리더십까지 인정받았다. 특히 2017년 K리그 대상 클래식 베스트 11 수비수로 선정되며 리그 정상급 수비수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그동안 대표팀과 인연은 없었다. 지난 14일 월드컵 대표팀 명단 발표 당시에도 큰 기대감은 없었다. 라이브 중계를 보고 있었던 오반석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자신의 눈과 귀를 의심했을 정도. 그렇게 운명적인 기회는 전혀 예상치 못하게 찾아왔다.

신태용 감독은 비골 하부에 실금이 간 김민재(전북)의 최종 승선이 불투명해지자 평소 눈여겨봤던 오반석을 불러들였다. 신태용 감독은 "빌드업이 약해 그동안 대표팀에 뽑지 않아 왔다. 하지만 상대를 버티고 이겨내기 위해서는 빌드업보다는 선실점하지 않아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라고 발탁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프로 데뷔 7년차. 만 30세 늦깎이 국가대표 오반석이 말하는 자신은 여전히 도전자다. 그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대표팀 선수 중에서 내가 제일 뒤쳐진 상태다. 아직 최종 엔트리 발표는 아니기 때문에 기쁨은 잠시 미루고 21일 소집에 만반의 준비를 잘하겠다"라고 계속 자신을 채찍질했다.

오반석은 신태용 감독이 말했던 뚜렷한 장점(제공권+맨투맨 수비)은 극대화시키고 단점(빌드업)은 더욱 흐릿하게 만들어 최종 엔트리에 도전한다는 각오다. 포백과 스리백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으며 지난 시즌부터 오른발잡이임에도 왼발 킥을 계속 구사하면서 빌드업에 대한 자신감도 키우고 있다.

본선 무대에서 포백과 스리백을 혼용할 수 있는 신태용 감독의 입장에선 유용한 전술 옵션이다. 오반석은 "함께 경쟁하는 선수들이 경험이 풍부하다. 하지만 나 역시 어떤 위치에서도 제 몫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무엇보다도 감독님이 추구하는 전술에 잘 녹아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오반석은 자신을 대표팀 선수로 키워준 제주와 K리그에 대한 고마움을 잃지 않았다. 그는 "평생 꿈꿔온 무대가 눈앞에 기다리고 있다. 주위에서 늦깎이 대표라고 하지만 내 도전은 아직 늦지 않았다. 제주와 K리그가 없었다면 이러한 기회도 없었다. 이제 그 보답을 할 차례인 것 같다"라고 선전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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