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결국은 독이 됐다.

윤정환 세레소 오사카 감독의 승부수는 결국 결실을 맺지 못했다. 세레소 오사카는 17일(이하 한국시각) 중국 티안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G조 최종전에서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에 1-3으로 졌다.

이날 패배로 세레소 오사카는 승점 8점(2승2무2패)에 머물렀다. 결국 세레소 오사카는 같은 날 제주유나이티드를 1-0으로 꺾은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승점9점)에 2위 자리를 빼앗기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경기 전 일본 현지에서도 화제가 됐던 윤정환 감독의 승부수는 결과적으로 악수(惡手)가 됐다. 반드시 이겨야 자력으로 16강에 오를 수 있었던 상황이었음에도, 주축선수들 중 절반이나 제외한 까닭이다.

실제로 윤 감독은 야마구치 호타루, 스기모토 겐유, 김진현 등을 제외한 채 중국 원정길에 올랐다. 이를 두고 일본 언론도 “주력 선수들이 6명이나 빠졌다”고 전했고, 사전 기자회견에서도 이같은 질문이 윤 감독을 향했다. 그는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을 데리고 왔을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여러 정황상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는 분명했다.

물론 주말-주중 경기로 이어진 강행군, 그리고 오는 21일 감바 오사카와의 라이벌전을 앞둔 일정 등을 고려하더라도 16강 진출과 탈락이 걸린 마지막 경기에 이 정도의 변화를 주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

일각에서는 객관적인 전력상 광저우전 승리를 자신할 수 없는 만큼, 같은 시각 제주가 부리람을 잡아주는 어부지리 시나리오를 기대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결과적으로 힘을 잔뜩 뺀 세레소 오사카는 반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전반 6분 선제실점을 내준 뒤 4분 만에 균형을 맞췄지만, 후반 내리 2골을 내주며 1-3으로 완패했다. 또 같은 시각 부리람이 제주를 잡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결국 조별리그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만약 주축 선수들을 대거 제외하고도 광저우를 잡았다거나, 혹은 어부지리로라도 조별리그를 통과했다면 과감했던 로테이션은 신의 한 수가 됐을 수도 있었던 상황. 다만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지면서 결국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게 됐다.

경기 후 일본 게키사카는 “16강 자력 진출을 위해서는 승리밖에 없었지만, (윤정환 감독은)스기모토와 야마구치 호타루 등 주력 멤버들을 제외했다”면서 “예상대로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준 채 경기를 치렀고, 결국 광저우에 완패해 대회에서 탈락했다”고 전했다.

세레소 오사카마저 탈락하면서 일본 J-리그는 네 팀 중 가시마 앤틀러스만이 16강에 오르는 굴욕을 맛봤다. 세레소 오사카와 가시와 레이솔, 가와사키 프론탈레는 조별리그 탈락. J-리그 팀이 한 팀만 16강에 오르는 것은 지난 2013년 이후 5년 만이다.

한편 한국은 전북현대와 수원삼성, 울산현대가 16강에 올랐다. 제주는 조 최하위로 유일하게 탈락의 쓴 맛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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