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림 벤제마(30·프랑스)는 레알 마드리드의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3연패 도전을 위해서라도 살아나야 한다. 12일 오전 3시 45분(이하 한국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치러지는 UCL 8강 2차전 유벤투스전은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레알은 지난 4일 UCL 8강 1차전 유벤투스 원정에서 3-0 완승했다. 홈에서 치러지는 2차전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

ⓒAFPBBNews = News1
평균 이하라는 표현이 딱 알맞을 것 같다. 한때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손꼽히던 벤제마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벤제마는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세계 축구를 호령하고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보다 2살 어리고, 리오넬 메시와는 동갑내기다. ‘신’이라 불리는 이들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너무 이른 추락이 아닌가 싶다.

벤제마의 올 시즌은 확연한 기량 저하를 드러낸 지난 시즌보다 더 부진하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5경기(선발 19) 5골 8도움, UCL 6경기 2골 1도움을 기록 중이다. 리그에서는 지난 2009~2010시즌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득점 달성에 실패할 조짐이 보인다. UCL에서 기록한 2골 1도움은 지난해 11월 아포엘(키프로스) 원정에서 몰아쳤다.

기록만 나쁜 것이 아니다. 경기력은 더 심각하다. 득점은커녕 슈팅 기회조차 잡아내기 어렵다.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는 풍부한 활동량, 순간적인 침투로 기회를 포착하는 예리함, 스트라이커의 기본이나 다름없는 등지는 플레이와 몸싸움, 번뜩이는 드리블, 탁월한 결정력 등 모든 강점이 사라졌다.

호날두와 이스코 등 주변 동료를 활용하는 능력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UCL 3연패에 도전하는 레알의 주전 스트라이커로는 한 참 부족하다. 자연스럽게 자신감도 떨어졌다. 최근 10경기에서 2골 4도움에 그쳤다. 이 중 1골 2도움은 지난 2월 데포르티보 알라베스와 리그 맞대결에서 기록했다.

ⓒAFPBBNews = News1
벤제마가 부담이 덜한 유벤투스전에서도 부진한 모습을 이어간다면, 그의 미래는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레알은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와 해리 케인 등 세계 최정상급 스트라이커 영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로테이션 자원이었던 알바로 모라타를 첼시로 떠나보냈고, 믿었던 벤제마의 부진이 길어지면서 스트라이커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레알은 호날두의 나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상 ‘BBC’(베일-벤제마-호날두) 라인이 해체된 것이나 다름없음에도 올 시즌 UCL 3연패에 도전할 수 있는 데는 호날두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호날두는 UCL 최초 10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면서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지난 유벤투스 원정에서는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오버헤드킥 득점을 성공시키며 세계 축구팬들을 열광케 했다.

그러나 호날두는 만으로 33세다. 시즌 초 부진을 딛고 반등에 성공했지만, 현재의 모습을 언제까지 이어나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무엇보다 레알에는 호날두에 집중된 수비를 분산시키고, 득점 부담을 나눌 수 있는 스트라이커가 필요하다. 벤제마가 제 몫을 해주지 못한다면 레알의 UCL 3연패 꿈은 멀어질 수 있다.

스포츠한국 이근승 객원기자lkssky0203@naver.com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