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수원=이재호 기자] 수원 삼성은 또 홈에서 이기지 못했다는 점에서, FC서울은 경기 후 ‘황새 아웃’이라는 황선홍 감독 퇴진 항의를 들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누구도 웃지 못한 슈퍼매치가 되고 말았다. 역대 최저인 13122명밖에 오지 않은 슈퍼매치는 이유가 있었다.

수원 삼성과 FC서울은 8일 오후 2시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K리그1 5라운드 ‘슈퍼매치’를 가졌지만 0-0 득점없이 무승부를 거뒀다.

서울 외국인선수 레전드였던 데얀의 수원 이적 후 처음 열린 슈퍼매치로 큰 관심을 받았지만 다소 지루한 경기와 누구도 만족하지 못한 결과로 인해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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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수원월드컵경기장에는 13122명밖에 입장하지 않았는데 이는 역대 슈퍼매치 최저 관중수였다. 이전 최저관중수는 2004년 기록한 14823명이었다.

물론 유료관중만 집계했고 예전에는 유료관중이 아닌 관중도 집계해 기준선의 차이는 있지만 공식 발표상 최저 관중이라는 점에서는 한국 축구, 수원과 서울의 축구에 대해 곱씹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경기전 기자회견 : “박빙, 데얀 막는 것 역이용” vs “결승전 같지만 냉정해야”

-수원 삼성 서정원 감독 : “유주안의 선발 출전은 23세 이하 선수가 뛰어야하는 규정과 23세 이하 선수 중 가장 몸상태가 좋아 선택한 카드다. 유주안은 상대 뒷공간을 잘 파고든다. 크리스토밤이 결장했는데 로테이션이 필요했다. 슈퍼매치는 상당히 격렬한 경기다. 서울은 시간이 갈수록 나아질 것이다. 박빙의 경기가 될 것으로 본다. 데얀을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가 역이용해야 한다.”

-FC 서울 황선홍 감독 : “부임 후 수원에게 지지 않은 것은 지금은 별 의미가 없다. 슈퍼매치는 결승과도 같은 의미며 확실히 신경이 많이 쓰인다. 팬들이 많은 것은 큰 도움이 된다. 두 팀 모두 얼마나 냉정하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두 팀 모두 시즌 초 어려움이 있어 부담감을 떨쳐야한다. 선제골 한방이 승부처인 분위기 싸움에 가장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본다. 조급하지 말고 냉정해야한다. 주중 시드니FC가 ACL에서 수원에게 4-1 대승을 했는데 한경기이긴 하지만 많은 도움이 됐다. 데얀만 축구하는게 아니니까 따로 선수들에게 강조하진 않았다. 데얀만 막다 밸런스가 깨지는건 원하지 않는다.”

▶전반전 : 소문난 잔치, 별로 먹을게 없었다

데얀이 수원 삼성 이적 후 처음 열린 슈퍼매치의 첫 슈팅은 역시 데얀이었다. 데얀은 전반 2분만에 오른발 발리 슈팅으로 서울의 골대 옆 광고판을 쳤는데 서울 골대 뒤에 있던 원정 서울 팬들로서는 참으로 낯선 광경이었다.

서울 역시 가만있지 않았다. 전반 22분 중앙에서 고요한의 스루패스가 안델손에게 향했고 안델손은 공 흐름을 살려 곧바로 페널티박스에서 슈팅했지만 약한 나머지 골키퍼 신화용에게 안기고 말았다.

전반 42분 서울은 수원 신화용 골키퍼가 다소 불안한 볼처리로 인해 시작된 전방에서의 압박 성공에 이은 20m떨어진 프리킥 기회 때 안델손이 왼발로 낮게 수비벽 밑으로 찼지만 수비맞고 나가며 기회가 무산됐다.

전반전은 뚜렷한 결정적 기회 없이 탐색전만 펼치다 0-0으로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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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 : 정현철 신의손과 최성근 퇴장 후 몰아친 서울, 끝내 0-0

수원 서정원 감독은 후반 7분 유주안을 빼고 바그닝요를 투입하며 0-0의 균형을 깨기 위한 첫 번째 수를 뒀다.

바그닝요는 후반 12분 절호의 기회를 잡으며 서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나 했다.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김종우가 길게 문전으로 오른발로 감아올린 것을 데얀이 헤딩경합에서 이겨 떨궜을 때 바그닝요가 곧바로 골키퍼와 맞서게 된 것. 하지만 공의 바운드가 높아 슈팅 타이밍을 잡기 쉽지 않았고 결국 슈팅은 옆그물을 때리고 말았다.

서울은 후반 23분 수원의 그물망을 흔든다. 왼쪽에서 오른발로 감아올린 프리킥때 서울 미드필더 정현철이 날아올라 헤딩인듯한 슈팅으로 골을 넣은 것. 하지만 수원 선수단은 곧바로 손에 맞았다고 어필했고 잠시 판정을 보류한 주심은 잠시 후 본부와의 통신 후 골취소와 함께 정현철에게 옐로카드를 줬다. 실제로 정현철은 느린 화면으로 보니 손을 써 골을 넣은 것으로 드러났다. 마치 디에고 마라도나의 신의손이 연상되는 장면이었다.

정현철은 이 골 취소 이후 다시 중심에 선다. 후반 26분 중원에서 볼다툼을 벌이다 수원의 최성근의 깊은 태클에 발목을 밟힌 것. 정현철은 괴로워했고 심판은 VAR신청 후 곧 곧바로 최성근에게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곧바로 퇴장을 줄 정도로 최성근의 태클이 고의적이고 상당히 심했던 것으로 판정됐다.

후반 중반 비디오판독으로 인한 골 취소와 퇴장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경기 분위기는 어수선하게 흘러갔고 서울 황선홍 감독은 후반 30분 정현철을 빼고 박주영을 투입하며 0-0을 깨기 위한 승부수를 띄운다. 이에 서 감독은 곧바로 왼쪽 윙백 이기제를 빼고 중앙 수비수 구자룡을 투입하며 곽광선을 왼쪽으로 보내는 최성근 퇴장에 대한 대처를 했다.

후반 36분에는 수원이 데얀을 빼고 임상협을 투입하며 마지막 교체를 했다. 이 교체로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데얀을 향해 수원 팬들은 박수를, 서울 팬들은 야유를 보내며 확실한 온도차가 전해졌다. 서울은 수비적으로 움직이는 미드필더 고요한을 빼고 공격의 이상호를 투입하며 수적 우위를 활용하기 위한 마지막 교체를 단행했다.

후반 39분, 서울은 재빠른 역습을 통해 안델손이 단숨에 페널티박스 안쪽까지 진입한 후 오른쪽으로 시선을 끈뒤 옆에서 달려오는 에반드로에게 내줬고 에반드로가 곧바로 찬 오른발 슈팅은 수원 왼쪽 골대를 살짝 빗나가며 기회가 무산됐다. 서울은 후반 41분에도 왼쪽에서 크로스에 이은 공격가담했던 곽태휘의 헤딩슛이 옆그물을 때리며 골기회를 놓쳤다. 수적 우위에 놓이자 원정경기임에도 몰아친 서울로서는 골이 나오지 않아 초조한 시간이었다.

후반 44분에는 에반드로가 왼쪽에서 코뿔소처럼 홀로 돌파해 때린 왼발 슈팅은 또 수원 골대 옆그물에 맞았다. 결국 경기는 0-0으로 종료됐고 경기 종료 직후 서울의 팬들은 곧바로 ‘황새 아웃’을 외치며 K리그 5경기 동안 1승도 따내지 못한(3무2패) 황선홍 감독에 대한 불만을 대놓고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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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흐름 바꾼 VAR, 20분동안 누구도 웃지 못하다

다소 지루했던 후반 초반까지의 흐름은 후반 중반 두 번의 VAR로 확 바뀌었다. 후반 중반 정현철의 ‘신의손’ 득점이 반칙으로 취소된 것은 분명 수원이 VAR로 인해 정당한 이득을 봤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진 수비때 최성근의 지나친 의욕에 의한 곧바로 퇴장을 받는 태클로 수원은 남은 20여분의 시간동안 최대 위기에 직면한다. 이때 서울은 박주영, 이상호를 연속해서 투입하며 20여분의 수적우위 시간동안 확실하게 공격을 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했다. 실제로 서울은 매우 위협적이고 골에 가까운 장면을 지난 70분간 보인 것 보다 남은 20분간 더 많이 가져갔지만 끝내 결정력 부족과 완벽한 기회는 만들어내지 못하며 0-0으로 마쳤다.

수원으로서는 어떻게든 버텨야했던 20분이었고, 서울로서는 넣지 못해 아쉬운 20분이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 : “관중숫자 감소, 더 잘해야

-수원 서정원 감독 : “선수의 퇴장으로 인해 아쉬움이 남는다. 관중숫자가 많이 감소했다. 전반전은 서로간의 탐색전이 길었다.”

-서울 황선홍 감독 : “한명 퇴장 이후 변화를 준 것이 도리어 독이 되지 않았나 싶다. 공격적 교체를 했지만 4-2-3-1로 변형을 줬지만 사이드 풀백의 공격가담이 적어지며 도리어 역습을 많이 허용했다. 차라리 기존 스타일을 유지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박빙의 승부에는 많은 기회를 얻기 힘든데 몇 안 되는 기회를 살리지 못해 아쉽다.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내야한다고 생각한다. 데얀을 맨투맨하는 것보다 조직적인걸 깨지 않기 위해서 비교적 상대 공격작업을 만드는 것은 원활했다고 본다. 관중수가 적어 놀라긴 했는데 경기를 하는 입장에서 분발해야하지 않나 싶다. 전술에 익숙지 않은데 좋아질거라고 본다.”

▶경기정보

-수원 0 : 신화용(GK) - 곽광선(후31 구자룡) 조성진 이종성 - 이기제 장호익 최성근 김종우 - 염기훈 유주안(후7 바그닝요) 데얀(후36 임상협)

-서울 0 : 양한빈(GK) - 박동진(후14 심상민) 황현수 곽태휘 신광훈 - 김성준 정현철(후30 박주영) 고요한(후38 고요한) - 에반드로 안델손 신진호

-스한 리뷰 : 스포츠한국 기자들이 현장에서 전하는 종합기사. 여러 기사 볼 필요 없이 이 기사 하나면 날카로운 경기분석부터 현장의 코멘트까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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