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한국 울산=김명석 기자] 울산현대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진출했다.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가장 중요했던’ 경기를 시원하게 잡아냈다. 김도훈 감독의 과감했던 승부수가 그 중심에 있었다.

울산은 4일 오후 7시 울산문수구장에서 열린 2018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F조 5차전에서 멜버른 빅토리(호주)에 6-2 대승을 거뒀다.

울산에게는 반드시 잡아야 했던 경기였다. 이기면 16강에 오를 수 있었지만, 지면 그대로 탈락하는 경기였기 때문. 울산을 향한 시선은 다만 우려에 가까웠다. 앞서 공식전 4연패의 늪에 빠질 만큼 기세가 완전히 꺾여 있는 상태였기 때문.

김도훈 감독이 꺼내든 승부수는 그래서 더 의외였다. 올 시즌 처음 투톱 전술을 꺼내들었고, 선수들의 위치 변화로 상대의 허를 찔렀다. 덕분에 울산은 최악의 흐름을 끊어냈다. 결실은 더없이 달콤했다. 2012년 이후, 6년 만의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이었다.

▶사령탑 출사표

- 김도훈 울산현대 감독 : “최근 팀 성적이 좋지 못했다(4연패). 홈에서 펼쳐지는 경기인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 승리의 필요성은 모두가 느끼고 있다. 선수들도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선발라인업

울산은 황일수와 주니오를 최전방 투톱으로 내세우는 4-4-2 전형을 가동했다. 오르샤와 김승준이 양 측면에 포진했고, 박주호와 리차드가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다. 이명재와 강민수 임종은 김창수가 수비라인을, 오승훈이 골문을 각각 지켰다. 투톱 전술을 가동한 것도, 리차드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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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전 : ‘골, 골, 골’ 일찌감치 승기 잡은 울산

두 팀 모두에게 이기면 16강 진출, 지면 탈락이었던 만큼 경기는 초반부터 치열하게 전개됐다. 0의 균형은 전반 12분에 깨졌다. 상대 골키퍼가 찬 공이 주니오의 발에 맞고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상대의 허를 찌른 기습적인 선제골이었다.

기세가 오른 울산은 다급해진 상대 수비 뒷공간을 거듭 파고들었다. 그리고 전반 20분 점수차를 더 벌렸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임종은이 왼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이후 울산은 황일수의 슈팅이 골대에 맞는 등 공세를 이어갔다.

이후에도 울산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전반 38분 사실상 승기를 굳혔다. 역습 상황에서 주니오의 패스를 받은 오르샤의 슈팅이 수비벽에 막히고 흐르자, 오르샤가 재차 오른발로 슈팅했다. 슈팅은 골대에 맞고 굴절돼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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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 : 후반에도 이어진 골 세례, 2실점은 ‘옥에 티’

울산의 기세는 좀처럼 꺾일 줄 몰랐다. 다급해진 상대가 하프타임 2장의 교체카드를 꺼내들며 승부수를 던졌지만, 여전히 주도권을 잃지 않고 상대를 몰아쳤다. 후반 10분에는 4번째 골까지 터뜨렸다. 역습 상황에서 리차드의 패스를 받은 김승준이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거침이 없었다. 후반 22분에는 5번째 골까지 나왔다.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이재명의 크로스가 주니오의 헤더로 연결됐다. 멜버른 선수들은 저마다 허리를 숙인 채 망연자실했다.

후반 중반에는 잠시 흔들렸다. 후반 27분 상대의 측면 크로스에 의해 만회골을 내주더니, 2분 뒤 수비와 골키퍼 실수가 겹치면서 추가 실점을 내줬다. 한껏 오르던 기세는 연이은 실점 탓에 잠시 꺾였다.

그러나 울산은 1분 만에 흐름을 되찾아왔다. 오르샤의 오른발 슈팅이 수비수에 맞고 굴절된 뒤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다시금 점수차를 4골로 벌린 울산은 이후 승기 굳히기에 나섰다. 반전이 일어나기에는 격차가 워낙 컸다. 경기는 울산의 6-2 대승으로 막을 내렸다.

▶경기종료 : 울산, 6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

울산이 최종전 결과에 상관없이 대회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날 승리로 울산은 승점 8점(2승2무1패)을 기록, 3위 멜버른(승점 5점)과의 격차를 3점으로 벌렸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는 승점이 같을 경우 승자승을 먼저 따진다. 앞서 멜버른 원정에서 무승부를 거뒀던 울산은 멜버른과의 상대전적에서 1승1무로 우위. 최종전 결과에 상관없이 2위를 확보했다. 울산이 조별리그를 통과한 것은 지난 2012년 이후 6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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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했던 김도훈의 승부수, 분위기를 바꾸다

지면 탈락이라는 중압감은, 4연패에 빠진 흐름과 맞물려 더욱 크게 다가왔을 터. 절체절명의 순간 김도훈 감독이 꺼내든 과감했던 승부수는 그래서 더 의미가 컸다.

이날 울산은 4-4-2 전형을 꺼내들었다. 주니오와 황일수가 최전방 투톱에 포진하는 형태였다. 올 시즌 울산이 투톱 전술을 꺼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앞서 울산은 원톱 전술만을 가동해왔다. 전형뿐만이 아니었다. 수비수 리차드가 상향배치됐다. 박주호와 호흡을 맞췄다.

이러한 승부수는 상대의 허를 찔렀다. 측면이 아닌 최전방에 포진한 황일수는 경기 내내 상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최전방과 측면을 넘나들면서 특유의 스피드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슈팅이 골대에 맞는 등 골운이 따르지 않았을 뿐, 최전방에 활력을 불어넣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덕분에 그동안 원톱으로 뛰던 주니오에게도 적잖은 공간과 기회가 돌아갔다. 주니오는 이날 입단 이후 처음으로 멀티골을 터뜨렸다.

중원에 상향 배치된 리차드의 존재감은 더욱 값진 신의 한수가 됐다. 강력한 압박으로 상대의 패스 줄기를 번번이 끊어내는 한편, 직접 공격에도 가담하면서 빌드업에도 힘을 보탰다. 리차드가 합류한 울산의 중원은 상대와의 주도권 싸움에서 대부분 우위를 점했다. 덕분에 울산은 멜버른을 대파하고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4연패의 흐름 역시 더없이 시원하게 끊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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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기자회견

- 김도훈 울산 감독 : “2실점이 아쉽다. 경기 준비하면서 선수들 스스로 이겨야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나는 한 일이 별로 없다.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똘똘 뭉쳤다. ACL에 큰 목표를 두고 올 시즌을 준비했다. 축하 받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K리그에서는 아직 승리가 없다. 좋은 결과 맞이할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다. 팬들, 선수들에게 모두 고맙다.”

- 케빈 무스카트 멜버른 감독 : "초반에 상대의 압박으로 선제 실점을 내줬다. 전체적으로 모든 것이 잘 되지 않았다. 울산이 더 좋은 경기를 펼쳤다."

▶경기정보

- 울산 : 오승훈(GK) - 이명재(후29'정동호) 강민수 임종은 김창수 - 오르샤(후35'이영재) 박주호 리차드 김승준 - 주니오 황일수(후23'김인성)

- 멜버른 : 토마스(GK) - 브록삼, 뎅, 도나치, 니그로(HT'잉햄) - 발레리, 호프 - 조지, 트로이시(후27'테오하루스) 바르바루세스 - 베리샤(HT'아티우)

- 득점 : 주니오(전12분·후22분) 임종은(전20분) 오르샤(전38분·후30분) 김승준(후10분·이상 울산) 아티우(후27분) 바르바루세스(후29분·이상 멜버른)

*스한 리뷰 : 스포츠한국 기자들이 현장에서 전하는 종합기사. 여러 기사 볼 필요 없이 이 기사 하나면 날카로운 경기분석부터 현장의 코멘트까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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