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29·아우크스부르크)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엔트리에 합류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 부상만 아니라면 확실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주전으로 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표팀은 4-4-2 포메이션을 사용한다. 구자철은 처진 스트라이커와 중앙 및 측면 미드필더를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지만, 경쟁자들이 만만찮다. 손흥민의 짝을 찾는 전방은 연일 득점포를 가동하는 김신욱과 ‘들소’ 황희찬, 노련한 이근호가 버틴다. 미드필더진도 기성용과 이재성, 권창훈, 박주호, 정우영 등 전방 못지않게 경쟁이 치열하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사실 구자철은 손흥민과 기성용처럼 대표팀 내 입지가 매우 탄탄한 선수였다. 그는 2011 카타르 아시안컵을 기점으로 한국 축구의 중심에 섰다.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변신해 득점왕(5골)과 도움왕(3도움)을 동시에 석권했고, 유럽 진출에도 성공했다.

탄탄대로였다. 2011년 1월 독일 분데스리가(볼프스부르크)로 건너간 이후 현재까지 유럽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신화에 앞장섰고,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 무대도 밟았다. 한국 축구가 잘 나갈 때나 위기에 처할 때나 구자철의 입지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늘 중심이었다.

상황이 변했다. 구자철은 매 시즌 잦은 부상에 시달렸다. 독일 무대로 진출한 2010~2011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한 시즌 30경기(리그) 이상을 소화한 적이 없다. 2015~2016시즌 29경기(마인츠 2경기 포함)가 최다 출전이다. 매 시즌 경기 출전과 재활을 반복했다. 자연스럽게 기량 향상보단 유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소속팀 활약상이 증명한다. 구자철은 어느 때보다 큰 기대를 품었던 지난 시즌, 23경기(선발 22) 출전 2골 3도움에 그쳤다. 직전 시즌 독일 무대 진출 이후 최다인 8골을 터뜨렸던 만큼, 아쉬움이 남았다.

올 시즌에는 본래 포지션이었던 수비형 미드필더로 복귀를 선언했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많이 뛰는 것을 제외하면 뚜렷한 장점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시즌 중반, 공격형 미드필더로 돌아왔다. 후반기 들어 올 시즌 첫 득점에 성공하는 등 상승세를 보이지만, 24경기(선발 19) 출전 2골은 분명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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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전(홈)에서 역전골을 터뜨리는 등 제 역할을 할 때도 있었지만, 아쉬운 날이 훨씬 더 많았다. 슈틸리케호 추락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구자철이 주춤하는 사이, 대표팀은 많은 것이 변했다. 자신이 맡고 있던 주장직이 절친 기성용에게 넘어갔고, 후배 손흥민이 에이스로 떠올랐다. 이재성과 권창훈이 무섭게 성장하며 대표팀 중심으로 올라섰다. 제아무리 구자철이라 할지라도 가치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경기에 나서기 힘든 팀이 됐다.

구자철에게 3월 유럽 원정 평가전은 매우 중요하다.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자신만의 강점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다시 한 번 대표팀 중심에 설 수 있다.

스포츠한국 이근승 객원기자lkssky02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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