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한국 울산=김명석 기자] 울산현대가 상하이 상강(중국)에 무릎을 꿇었다. 전반적인 경기 내용을 돌아본다면 ‘허망한’ 패배였다.

무대는 13일 오후 7시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8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F조 4차전이었다. 승점 5점(1승2무)으로 2위에 올라 있던 울산으로서는 홈에서 조 선두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전반전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오스카, 헐크 등을 봉쇄하며 전반전을 압도했다. 오스카의 날카로운 프리킥이 아닌 한 울산의 골문은 별다른 위협을 받지 않았을 정도.

문제는 골 결정력이었다. 골대 바로 앞에서 찬 도요다 요헤이의 슈팅이 골대를 허무하게 벗어나거나, 리차드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강타하는 등 좀처럼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0의 균형을 깨트릴 기회가 번번이 무산되면서 경기가 꼬이기 시작했다. 경기장에도 불안한 기류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후반 초반 도리어 일격을 맞았다.

다급해진 울산은 균형을 맞추려 애썼다. 그러나 반전은 이뤄내지 못했다. 쉬운 기회를 번번이 놓친 반면, 너무 쉽게 실점을 내준 대가는 '허망한 패배'였다.

▶양 팀 선발라인업

울산은 도요다 요헤이를 필두로 오르샤와 한승규 김인성이 2선에 포진하는 4-2-3-1 전형을 가동했다. 박주호와 정재용이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고, 이명재와 강민수 리차드 김창수가 수비라인에 섰다. 골키퍼 장갑은 오승훈이 꼈다.

상하이는 엘케손과 헐크, 오스카 ‘3인방’과 류 웬준이 2선에 포진했다. 카이 후이캉과 린 추앙이가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았고, 유 하이와 스 커, 허 구안, 푸 후안이 포백라인을 지켰다. 골대는 얀 준링이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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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전 : 경기 지배한 울산, 스코어는 0-0

울산이 초반부터 기회를 잡았다. 전반 3분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도요다가 문전에서 헤더로 연결했다. 7분 뒤 코너킥 상황에서도 도요다의 헤더가 상하이 골문을 위협했다. 다만 두 차례의 슈팅 모두 골대를 외면했다.

주도권은 여전히 울산의 몫이었다. 상대의 강한 전방압박에도 흔들리지 않고 상대의 빈틈을 노렸다. 양 측면에 선 오르샤와 김인성이 공격의 중심에 섰다. 전반 17분에는 오르샤의 침투패스가 김인성과 골키퍼 사이로 흘렀다. 김인성은 골키퍼까지 제친 뒤 문전으로 땅볼 크로스했지만 받아주는 선수가 없었다.

주춤하던 상하이는 프리킥 상황에서 선제골을 노렸다. 오스카의 오른발이 역시나 빛났다. 전반 30분과 36분 연거푸 울산 골문을 위협했다. 그러나 오승훈 골키퍼의 손끝에 번번이 막혔다.

전반 40분에는 울산에 결정적인 득점찬스가 찾아왔다. 역습 상황에서 오르샤의 침투패스를 받은 김인성이 문전으로 날카로운 패스를 전달했다. 그러나 문전에서 찬 도요다의 슈팅이 골대 위로 허망하게 벗어났다.

울산의 공세가 이어졌다. 1분 뒤 프리킥 상황에서 문전에서 찬 리차드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오르샤가 재차 연결한 슈팅마저도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들어갈 듯 들어가지 않는 상황이 거듭됐다. 추가시간에 나온 오르샤의 헤더 역시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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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 : 헐크+엘케손 일격…흐름 바꾸지 못한 울산

하프타임 상하이가 먼저 승부수를 던졌다. 우 레이와 오딜 아흐메도프를 하프타임에 투입하며 교체카드 2장을 먼저 활용했다. 울산은 교체카드 없이 후반전을 맞이했다.

후반 5분 0의 균형이 깨졌다. 전반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지 못하던 상하이가 오히려 먼저 앞서 갔다. 헐크가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뒤 문전으로 내준 패스를 엘케손이 마무리했다. 전반전 거듭 기회를 놓치던 울산으로서는 너무 쉽게 내준 실점이었다.

일격을 맞은 울산은 교체카드를 통해 변화를 꾀했다. 도요다와 한승규가 차례로 빠지고 주니오 김승준이 투입됐다. 후반 25분에는 동점골 기회가 찾아왔다. 아크 정면에서 오르샤가 정확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노렸다. 그러나 슈팅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분위기를 바꾸지 못하던 울산은 후반 31분 박주호 대신 박용우를 투입, 마지막 교체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잔뜩 웅크린 상하이의 수비를 뚫어낼 묘책을 좀처럼 찾지 못했다. 경기가 종반으로 향할수록 문전을 향한 무의미한 크로스가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울산은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결국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렸다. 울산의 0-1 패배였다.

▶경기종료 : ‘조별리그 첫 패’ 울산, 2위도 아슬아슬

상하이를 꺾고 조 선두로 올라서겠다는 울산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승점 5점(1승2무1패)에 머무르면서 1위 상하이 상강(3승1무·승점10점)과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오히려 3위 멜버른 빅토리(호주·1승2무1패)와의 격차가 사라졌다. 16강 진출권이 걸린 2위 사수마저도 아슬아슬한 상황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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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지극히 당연한 진리에 무너지다

축구는 결국 ‘골’이었다. 아무리 점유율이 높고 슈팅수가 많더라도, 정작 골을 넣지 못하면 무의미했다. 단순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이 진리 앞에 울산은 허무하게 무릎을 꿇었다.

전반전 분위기는 더없이 좋았다. 오르샤와 김인성이 양 측면을 흔들었고, 반대로 헐크와 오스카 등은 잘 봉쇄하면서 경기 주도권을 쥐었다. 결정적인 기회도 곧잘 만들었다.

그러나 정작 결실을 맺지 못했다. 도요다의 헤더가 연거푸 골문을 벗어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문전에서 찬 결정적인 기회를 도요다가 또 다시 놓쳤다. 리차드의 슈팅은 골대를 강타했고, 오르샤의 슈팅은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결국 울산은 전반전에 승기를 잡지 못했다.

반면 상하이는 달랐다. 단 한 번의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헐크의 돌파에 이은 크로스를 엘케손이 마무리했다. 상하이가 놓치지 않은 이 기회는 이날 경기의 승패를 가른 결승골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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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수’ 없었던 울산, 아쉬웠던 김도훈의 선택

하프타임 두 사령탑의 선택은 달랐다. 김도훈 울산 감독은 전반전 라인업을 유지했다. 반면 상하이는 교체카드 2장을 한 번에 활용했다. 오딜 아흐메도프와 우 레이가 그라운드를 밟았다. 분위기를 바꿔보겠다는 상하이의 승부수였다.

상황이 바뀌었다. 후반 5분 상하이가 0의 균형을 깨트렸다.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김도훈 감독이 교체카드를 통해 분위기를 바꿀 차례였다.

1골 뒤진 가운데 균형을 맞추기 위한 승부수를 던져야 했다. 그러나 조금 더 ‘과감한’ 선택지를 내리지는 못했다 도요다와 한승규, 박주호 대신 각각 주니오와 한승규, 박용우가 투입됐다. 사실상 비슷한 포지션의 선수들과 맞교체하는 형식이었다.

교체로 들어선 선수들의 영향력도 미미했다. 최전방에 선 주니오는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박용우는 수비 지역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면서 자칫 쐐기골 실점의 빌미를 제공할 뻔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하이는 더욱 더 웅크렸다. 반면 울산은 분위기를 바꾸지 못한 채 무의미한 크로스의 반복으로 일관했다. 결국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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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기자회견

- 김도훈 울산 감독 : “경기를 하다보면 결과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경기가 있다. 선수들은 준비한대로 최선을 다했다. 결과는 아쉽지만 선수들은 좋은 경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까지 잘해줬다. 결과는 받아들이고, 다음을 준비하겠다. 리그에도 전력을 다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 빅토르 마누엘 페헤이라 상하이 감독 : “전반전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울산의 압박 등에 고전했다. 많은 공간을 상대에게 내줬다. 그러나 후반전은 달랐다. 어려운 경기에서 승리해 기쁘다.”

▶경기정보

- 울산현대(4-2-3-1) : 오승훈(GK) - 이명재 강민수 리차드 김창수 - 박주호(76‘ 박용우) 정재용 - 오르샤 한승규(64‘ 김승준) 김인성 - 도요다(58‘ 주니오)

- 상하이 상강(4-3-3) : 얀 준링(GK) - 유 하이, 스 커, 허 구안, 푸 후안(왕 션차오) - 오스카, 카이 후이캉, 린 추앙이(HT 아흐메도프) - 루 웬준(HT 우 레이), 엘케손, 헐크

- 득점 : 엘케손(후5분·상하이)

*스한 리뷰 : 스포츠한국 기자들이 현장에서 전하는 종합기사. 여러 기사 볼 필요 없이 이 기사 하나면 날카로운 경기분석부터 현장의 코멘트까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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