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수원=이재호 기자] 수원 삼성이 염기훈의 K리그 최초 100도움이라는 역사적 기록을 세운 날, 유상철 전남 감독의 6년여만의 프로 복귀전 승리의 희생양이 됐다.

수원은 1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K리그1 개막전 전남과의 홈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을 내주며 1-2로 패했다.

2012시즌을 끝으로 프로팀을 떠났던 유상철 전남 감독은 6년만의 프로 복귀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골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따. 수원 삼성의 이기제는 수원 유니폼을 입고 치른 첫 K리그 경기에서 자책골에 데뷔골까지 넣는 울고 웃는 활약을 펼쳤지만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수원으로서는 데얀, 염기훈 등의 노장 공격진의 부진한 활약으로 큰 이적료를 남기고 떠난 조나탄이 그리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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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사표 : “전반에 초점 맞춘 공격” vs “완델손의 크리스토밤 공략이 포인트”

수원 서정원 감독 : “홈 개막전이다. 아무래도 앞쪽에 무게를 두고 공격적인 면이 필요하다. 전남의 경우 새 감독이 와서 전술 스타일의 변화가 있는데 아무것도 알 수 없으니 그게 힘들다. 우리의 경우 ACL에서 미리 손발을 맞췄다는 장점도 있지만 미리 보여줬다는 단점도 있다. 임상협의 교체명단에 있는데 후반에 쓸 좋을 카드가 있다는게 예전보다 다행이다. 오늘은 전반전에 초점을 많이 맞췄다.”

전남 유상철 감독 : “6년만이다. 프로 감독 데뷔전보다는 긴장감은 덜하다. 대전 때는 저도 더 젊었으니 혈기와 열정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더 준비를 잘했다고 본다. 수원과 차라리 개막전에서 만나 다행이다. 수원은 앞으로 강해질 팀인데 지금은 그나마 완성도가 덜하기 때문이다. 빈틈은 보인다. 수원의 오른쪽 윙백 크리스토밤이 공격적인데 그 뒷공간을 노릴 수 있을 것이다. 왼쪽윙어 완델손에게 ‘네가 크리스토밤을 끌고 다녀야한다’고 주문했다. 그래야 크리스토밤이 수비를 많이해 공격가담이 적어질테니 말이다. 하태균은 4년만에 K리그 복귀전이 하필 친정 수원인데 그 누구보다 의지가 강하다. 선수들 모두에게 90분을 뛸 수 있는 체력을 강조했고 패스로 흔들고 효율적인 경기운영을 기대해 달라. 수비할 때부터 일체감 있는 축구만이 개개인 능력이 뛰어난 수원을 이길 길이다.”

▶전반전 : 수원 주도했으나 전남도 만만치 않다

전반전은 전체적으로 수원이 경기를 주도하지만 전남 역시 만만치 않은 공격과 역습으로 대등한 경기를 했다.

전반 3분만에 오른쪽에서 전남의 크로스가 완델손의 슈팅까지 이어졌다. 수원 수비 크리스토밤이 완델손을 놓친 것이 위험했다. 수원 역시 전반 9분 윤용호의 스루패스에 이은 데얀의 달려가며 슈팅이 다소 약해 골키퍼 정면에 안기며 이날 경기 첫 유효슈팅을 기록했다.

전반 15분에는 왼쪽에서 크로스가 올라오자 문전 앞에서 데얀이 등지고 받은 후 돌아서며 때린 왼발 슈팅이 전남 골문 위로 뜨고 말았다. 비록 골이 되진 못했지만 데얀의 포스트플레이 클래스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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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온 어린 윤용호를 거쳐가는 공격이 많았다. 윤용호의 창의성은 돋보였지만 아직 염기훈-바그닝요-데얀과 같은 대단한 선배들에 맞추기 쉽지 않아보였다.

팽팽한 승부가 진행되던 중 전반 38분 수원의 주장 수비형 미드필더 김은선이 부상을 당해 조원희가 교체됐다. 김은선은 절뚝이며 유니폼으로 얼굴을 감싸며 아쉬움을 표했고 수원으로서는 전반도 마치기전에 주장이 교체되는 악재를 맞으며 전반전을 0-0으로 마쳤다.

▶후반전 : 후반 도리어 공격적이었던 전남, 유상철 6년만에 복귀전에서 웃다

0-0으로 전반전을 마친 전남은 후반 1분만에 오른쪽에서 투입된 긴패스를 완델손이 잡은 후 치고 달리며 좋은 기회를 만들었다. 다소 드리블이 길어 슈팅이 수비에게 걸렸지만 완델손의 돌파력이 돋보였다.

후반 13분에도 완델손에게 기회가 왔다. 다시 오기 힘들 좋은 기회였다. 수원의 코너킥 공격 상황때 대부분의 수원 선수들이 전남 진영에 넘어왔고 패스 실수가 생기자 단숨에 역습이 이뤄졌다. 수원이 최종수비수 1명밖에 없고 전남이 도리어 공격 2명으로 수적 우위로 중앙선을 넘었고 침착하게 가장 앞에 있던 완델손에게 투입됐다. 완델손은 완벽한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맞았지만 수원 노동건 골키퍼의 대시에 이은 선방으로 절호의 기회는 무산됐다.

수원 서정원 감독은 전혀 공격에서 실마리를 풀지 못하자 후반 15분 바그닝요를 빼고 임상협을 투입했다. 전남은 후반 22분 박준태의 오른쪽에서 크로스때 페널티박스 안에서 수원 수비수 구자룡의 손에 맞는 상황이 나왔지만 페널티킥을 인정받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전남의 노력의 결실은 결국 후반 25분 나왔다. 골대와 약 23m, 오른쪽으로 살짝 치우친 지점에서 얻은 프리킥을 완델손이 왼발로 감아 직접 슈팅했다. 이 슈팅 때 수원 수비수 이기제가 머리를 갖다 댔으나 도리어 머리를 맞고 공이 굴절되면서 그대로 골문에 빨려 들어간 것. 이기제로서는 수원 삼성 소속으로 치른 K리그 첫 경기에서 자책골을 넣고 말았다.

후반들어 급격하게 경기력이 떨어진 수원으로선 치명적인 한방을 당하자 후반 34분 중앙 미드필더 김종우를 투입하며 마지막 교체카드를 썼다. 김종우 투입직후 세트피스에서 곧바로 김종우에게 슈팅기회가 왔지만 강도가 약해 골키퍼에 안기고 말았다.

자책골의 주인공 이기제는 결자해지를 했다. 후반 39분 문전 혼전 상황에서 염기훈이 왼쪽에 홀로있던 이기제에게 밀어줬고 이기제는 논스톱 왼발 슈팅으로 전남 골문을 흔든 것. 이기제의 슈팅은 전남 수비를 맞고 굴절돼 더 막기 힘들었고 이 골로 이기제는 자신의 자책골 실수의 책임을 덜 수 있었다. 이기제의 골을 도운 염기훈은 K리그 역사상 최초의 100도움으로 역사가 됐다.

이렇게 1-1로 종료되는가 했던 경기는 후반 추가시간 바뀌었다. 오른쪽에서 전남의 완델손의 코너킥을 수비수 최재현이 극적인 결승 헤딩골을 넣은 것. 수원 홈팬들은 절망했고 유상철 전남 감독은 코칭스태프, 선수들과 얼싸안으며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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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기훈의 최초 100도움날, 답답한 경기력에 운 수원

염기훈은 이날 이기제의 골에 도움을 기록하며 K리그 역사상 최초의 100도움을 기록했다. 전북 현대에서 지난 2006년 K리그 무대에 데뷔한 염기훈은 울산 현대, 안산 경찰청을 거쳐 수원삼성의 간판 윙어로 활약하고 있다. 오늘 경기까지 312경기 61득점 100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군 복무중이던 2012년 안산 경찰청에서 기록한 21경기 7골 11도움은 2부리그인 K리그2에서의 기록이며, 나머지 시즌은 모두 통합 또는 1부리그에서의 활약이다.

역사적인 도움을 기록했고 수원의 레전드인 염기훈의 대기록에 웃음 지어 마땅했지만 수원은 그렇지 못했다. 수원은 전반전에 분명 전남에 앞선 경기력을 보였지만 그렇다고 압도하지는 못했다. 도리어 후반 들어 전남이 중원을 장악하면서 수원이 경기력에서 뒤졌다. 계속 공격만 당하던 상황에서 이기제의 실점과 득점으로 겨우 만회하나 했지만 후반 추가시간 끝내 집중력 부족으로 무너졌다.

수원은 올시즌 조나탄을 판 이적료로 데얀, 바그닝요, 임상협, 이기제 등을 영입하며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냉정하게 절실히 필요했던 중원 보강과 조나탄이라는 절대적 존재가 나간 자리를 여러선수로 나눠 메운 전략이 실패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개막전부터 안게 됐다. 데얀의 고립을 풀어주지 못한다면 늘 답답할 수밖에 없음을 뼈저리게 느낀 경기이기도 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 : “수원의 2선 빈공간 공략이 승리 요인… 작년보다 올해 확실히 달라져”

-수원 서정원 : “홈 개막전을 이기지 못해 반성할 부분이 많다. 이 경기를 거울삼겠다. 김은선은 무릎 안쪽 인대 부상인데 정확한 상태는 모르겠다. 어린 윤용호의 경우 예전보다 경험이 쌓였고 섀도우 쪽을 보게 하면서 연결고리로서 많이 주문했는데 활기찼다. 앞으로가 기대된다. 데얀의 고립은 시간이 해결해주리라 믿는다.”

-전남 유상철 : “두 달여 가까이 체력훈련과 조직력 훈련을 하며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원정에 첫 경기에서 일체감 있어 만족한다. 작년과 올해 많이 달라진 것은 수비로 전환됐을 때의 밸런스, 1선부터 수비라인까지의 라인 정렬, 불필요한 패스와 킥을 자제한 것이 잘됐다. 수원은 2선에 있는 공간이 비더라. 그래서 최대한 공략했고 공간을 역으로 이용하려했다. 제가 부임했을 당시 14경기동안 승리를 하지 못한터라 선수들에게 다가가려했었다. 팀워크를 중요시여긴 것이 선수들도 함께 마음이 단단해진 것 같다. 처음에 팀을 맡았을 때 ‘한찬희’가 얼마나 대단한지 지켜봤다. 한찬희가 가진 능력에 비해 경기장에서 내는법을 모르더라. 축구를 쉽게하는 법을 알려줬고 부각시키려 하다 보니 오늘 좋은 경기력으로 나왔다.”

▶경기정보

-수원 1 : 노동건(GK) - 이기제 조성진 구자룡 크리스토밤 - 김은선(전38 조원희) 최성근(후34 김종우) 윤용호 염기훈 바그닝요(후14 임상협) - 데얀

-전남 2 : 이호승(GK) - 최재현 양준아 가솔현 이슬찬 - 유고비치 한찬희 박대한(후17 이유현) 박준태 완델손C - 하태균(후33 김경민)

득점 : 이기제 1호(후39·수원), 이기제 자책골(후25) 최재현 1호(후45·이상 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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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한 리뷰 : 스포츠한국 기자들이 현장에서 전하는 종합기사. 여러 기사 볼 필요 없이 이 기사 하나면 날카로운 경기분석부터 현장의 코멘트까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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