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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2018년 1월, 베트남은 ‘축구’로 하나가 됐다. 거리에는 베트남 국기가 펄럭였고, 축구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거리응원이 펼쳐졌다. 밟아보지 못했던 무대를 밟으며 기적과 신화를 썼고, 국민적인 영웅이 등장했다. 2002년 대한민국이 그랬듯, 베트남 국민들에게도 ‘소중한 추억’이 생겼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U-23 대표팀이 2018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준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올렸다. 2년 전만 하더라도 3전 전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던 베트남은 사상 첫 8강과 4강, 나아가 결승무대까지 오르며 거듭 새 역사를 썼다. 결승전에서 우즈베키스탄에 패배, 정상 등극에는 실패했지만 과정 자체만으로도 박수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사실 대회 전만 하더라도 베트남을 주목하는 시선은 많지 않았다. 한국, 호주와 함께 같은 조에 편성됐을 당시에도 객관적인 전력상 조별리그 통과를 낙관하기 어려웠다. 지난해 10월 박 감독이 부임하긴 했지만, 짧은 시간 얼마나 팀을 바꿀 수 있을지는 의문부호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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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조별리그 첫 경기였던 한국전부터 베트남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보였다. 체격이나 기술에서는 밀릴지언정,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압박 등을 앞세워 한국을 괴롭혔다. 결과적으로 역전패를 당했지만, 베트남의 돌풍을 예상케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실제로 기세는 호주전 1-0 승리, 그리고 시리아전 무승부로 이어졌다. 덕분에 베트남은 한국에 이어 조 2위로 대회 8강에 진출했다. 2013년 첫 대회에서는 예선 탈락, 2016년 두 번째 대회에서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던 베트남 축구의 ‘새 역사’가 쓰이는 순간이었다.

박항서호의 항해는 멈출 줄 몰랐다. 이라크와의 8강전에서는 난타전 끝에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승전보를 울리며 4강 신화를 썼다. 이어 카타르와의 경기에서도 승부차기 끝에 승리했다. ‘박항서 매직’과 함께 사상 첫 결승 진출의 위업을 달성했다.

이 과정에서 베트남 전역에도 축구 열풍이 불었다. 2002년 대한민국의 풍경처럼 거리 곳곳에 대형 전광판이 설치돼 거리 응원이 펼쳐졌다. 팬들은 저마다 국기를 들고 거리로 나와 박항서호의 행보에 힘을 보탰다. 거스 히딩크 감독처럼, 박항서 감독도 베트남 국민들 사이에서 ‘영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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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김에 우승까지 도전하던 베트남의 도전은 결승전에서 마침표가 찍혔다. 연장 막판 1분을 버티지 못하고 실패했다. 3경기 연속 연장승부, 그리고 폭설이라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연장전까지 우즈벡과 1-1로 맞섰으나, 연장후반 15분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고 패배의 쓴 맛을 봤다.

그러나 ‘실패’는 아니었다.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 속에서도 뛰고 또 뛰는 축구, 지칠 줄 모르는 투지로 선보인 베트남의 경기력은 뜨거운 박수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나아가 베트남 국민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추억을 안겨준 것만으로도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이 이번 대회에서 거둔 성과는 충분했다.

국내 축구팬들이 16년 전 그때를 떠올리며 행복한 추억에 잠기듯, 베트남 축구팬들에게도 두고두고 회자할 만한 추억이 생겼다. 물론 그 중심에는 박항서 감독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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