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던 헨리크 미키타리안과 알렉시스 산체스가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아스널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23일(한국시각) 각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두 선수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세간의 시선은 산체스와 맨유로 향했다. 산체스는 지난해 여름부터 바이에른 뮌헨과 맨체스터 시티, 파리 생제르맹 등 명문 클럽의 관심을 받았고, 겨울 이적 시장에선 ‘맨체스터 더비’까지 불러왔다. 맨유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이후 마땅한 주인을 찾지 못한 ‘7번’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를 품었다. 관심이 쏠린 것은 당연했다.하지만, 미키타리안도 산체스 못지않은 특급 재능이다. 세계 최정상급인 산체스와 1:1로 트레이드된 것이 증명한다. 미키타리안은 팬과 미디어의 관심이 산체스에게만 쏠리는 것이 서운하게 느껴질 수 있다.
물론 미키타리안은 올 시즌 맨유에서 부진했다. 산체스와는 여러모로 큰 차이가 있었다. 그는 시즌 초반 많은 기회를 부여받았지만, 조세 무리뉴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리그 15경기(선발 11)에 나서 1골 5도움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날카로운 패싱력과 섬세한 드리블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일도 잦았다.
그러나 미키타리안의 능력과 업적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컨디션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 수비 지향적인 축구를 선보이는 맨유와 달리, 아스널은 아기자기한 패스 축구를 선호한다. 미키타리안도 마찬가지다.
미키타리안은 지난 시즌 맨유의 유로파리그 우승에 앞장섰다. 11경기(선발 10)에서 6골을 몰아치면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낯선 잉글랜드 무대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후반기부터 살아나며 이름값을 했다. 올 시즌 초반 많은 기회를 부여받았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잉글랜드로 건너오기 전이었던 독일 분데스리가 시절은 훨씬 더 화려했다. 2015~2016시즌에는 선수들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에 뽑힐 정도였다. 리그 31경기(선발 28)에 나서 11골 15도움을 올렸고, UEL 11경기(선발 10)에선 2골 5도움을 기록했다. ‘명가’ 도르트문트 에이스를 넘어 독일이 인정한 최고의 선수였다.
불과 두 시즌 전이다. 미키타리안의 부진이 일시적이며, 기량 회복이 빠를 수 있다고 믿는 이유다.
아스널의 미키타리안은 주전 확보에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에이스였던 산체스의 자리를 대신하면 된다. 팀 색깔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아론 램지와 메수트 외질, 알렉산드르 라카제트 등 미키타리안과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들이 상당하다.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미키타리안은 이적 전과 후 모두 아쉬울 수 있다. 그러나 지나간 일이다. 아스널의 선수로 자리를 굳히는 데 집중해야 한다. 하루빨리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아스널의 새로운 에이스 미키타리안이 독일 무대를 평정하던 때의 모습을 재연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스포츠한국 이근승 객원기자lkssky020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