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의 공격진은 화려하다. 2017년 한 해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따돌리고 가장 많은 득점(56골)을 터뜨린 해리 케인, 잉글랜드의 재능 델레 알리, ‘패스 마스터’ 크리스티안 에릭센, 다재다능한 공격수로 성장한 손흥민이 포진하는 전방은 세계 어느 팀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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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벤치다. 주전 선수들의 체력 안배나 컨디션 저하에 따른 공백을 메워줄 이가 보이지 않는다. 케인과 알리, 에릭센, 손흥민이 올 시즌 리그에서 터뜨린 득점은 40골이다. 토트넘이 EPL 24라운드까지 치르며 터뜨린 47골 중 대부분을 주전 공격진이 책임졌다. 반면, 교체로 나서는 에릭 라멜라와 무사 시소코, 페르난도 요렌테의 득점은 총 2골이다.

특히, 라멜라의 부진이 뼈아프다. 라멜라는 지난해 11월 1년여의 재활을 마치고 그라운드로 복귀했지만, 좋았던 시절의 몸 상태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FA컵을 포함해 올 시즌 12경기(선발 3)에서 2도움을 기록하는 데 그치고 있다. 부상 전 보여준 섬세한 볼 터치, 밀집한 공간을 헤집는 드리블, 날카로운 패싱력 등이 사라졌다.

라멜라는 2015~2016시즌 토트넘 공격의 핵심이었다. 리그 34경기(선발 28)에 나서 5골 9도움을 올렸고, UEFA 유로파리그에선 8경기(선발 7) 6골을 넣었다. 2013년 여름 토트넘 입단 이후 최고의 활약이었다. 독일에서 건너온 손흥민이 자리를 잡지 못한 것은 라멜라의 영향이 컸다.

라멜라는 2016~2017시즌에도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에버턴과 맞붙은 리그 개막전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리그 9경기(선발 6) 1골 1도움, UEFA 챔피언스리그 3경기 2도움을 올렸다. 2016년 10월 리버풀과 리그컵 경기에서 엉덩이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공격 중심 역할을 톡톡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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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멜라가 하루빨리 정상 컨디션을 되찾아야 한다. 주전 선수들의 컨디션이 저조할 때나 체력 안배가 필요할 때 제 몫을 해줘야 한다. 주전으로 뛰어도 문제가 없는 몸 상태를 만들어 알리, 손흥민, 에릭센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무엇보다 라멜라의 경기 스타일이 토트넘에 꼭 필요하다.

토트넘은 결정력에 강점이 있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세계 최고의 골잡이로 올라선 케인은 말할 것도 없고, 올 시즌 팀 내 득점 2위 손흥민, 알리도 결정력이 뛰어나다. 패스가 강점인 선수는 에릭센뿐이다. 손흥민과 알리도 패싱력이 좋은 편이지만, 에릭센만큼은 아니다. 그들은 패스보단 슈팅이 우선이고, 도움보단 득점력이 탁월하다.

라멜라는 에릭센과 비슷한 유형이다. 아기자기한 패스 플레이에 능하고, 좁은 공간에서의 드리블이 장기다. 수비의 허를 찌르는 패스로 득점 기회를 창출하는 능력이 수준급이다. 토트넘에서 뛴 5시즌(올 시즌 포함) 간 17골을 넣었고 도움은 24개나 올렸다. 슈팅보단 패스, 득점보단 도움에 강점이 있다.

토트넘은 올 시즌 주전과 벤치의 기량 차가 너무 크다. 라멜라의 부활이 시급한 이유다. 교체 투입돼 20분을 뛴 22일 사우샘프턴전처럼 존재감 없는 모습을 보인다면 곤란하다. 라멜라가 절정의 몸 상태를 회복해 토트넘 공격의 중심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관심이다.

스포츠한국 이근승 객원기자lkssky02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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