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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한때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은 팀 전술의 희생양이자, 교체대상 1순위였다. 심지어 윙백 등 익숙하지 않은 역할을 맡을 때도 있었다. 손흥민을 향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시선은, 해리 케인이나 크리스티안 에릭센, 델레 알리 등 다른 선수들과는 분명히 달랐다.

그런데 최근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선발과 벤치를 오가던 손흥민은 어느덧 9경기 연속 선발로 출전할 만큼 입지가 달라졌다. 물론 그 밑바탕에는 스스로가 보여준 활약이 깔려 있었다. 9경기 6골 3도움이라는 기록은 손흥민을 외면하려야 외면할 수 없는 근거가 됐다.

7일 자정(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AFC윔블던과의 FA컵 64강전. 이 경기는 손흥민을 향한 포체티노 감독의 시선이 확연히 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무대가 됐다. 더 이상 입지가 불안한 선수가 아니라, 팀의 핵심 선수로 분류되기 시작했음이 증명이 된 까닭이다.

경기 전부터 손흥민의 선발 출전 여부는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됐다. 이유가 있었다. 최근 9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손흥민은 지난 3일과 5일에는 3일 새 두 경기나 풀타임을 소화했다. 자칫 무리했다가는 부상 등의 우려가 있었다. 마침 상대는 3부리그에 속한 팀이었다. 한 템포 쉬어갈 절호의 기회였다.

다만 포체티노 감독의 성향 상 주전급 공격수 중 1~2명은 선발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았다. 익스프레스 등 현지 언론들은 손흥민이 그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공격진들은 휴식을 취하는 대신, 손흥민이 강행군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이는 그동안 손흥민을 향했던 포체티노 감독의 부정적인 시선과도 맞닿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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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포체티노 감독의 선택은 달랐다. 손흥민을 알리와 에릭센과 함께 선발에서 제외했다. 대신 지난 3일 교체로 출전, 상대적으로 체력 부담이 덜한 케인을 선발로 내세웠다. 덕분에 손흥민은 10경기 만에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체력안배와 부상방지 등 ‘배려’ 차원으로 해석이 가능했다. 달라진 입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뿐만 아니었다. 이날 토트넘은 좀처럼 0의 균형을 깨트리지 못했다. 3부리그 팀을 상대로도 후반 초반까지 득점 없이 맞섰다. 결국 포체티노 감독은 후반 14분 만에 첫 번째 교체카드를 꺼냈다. 골이 절실한 상황, 포체티노 감독의 선택은 알리나 에릭센이 아닌 손흥민이었다. 영국 BBC는 “고개를 끄덕일 만한 선택”이라며 동의했다.

공교롭게도 손흥민 투입 이후 토트넘의 공격이 풀리기 시작했다. 직접 공격포인트를 올린 것은 아니나, 연신 수비를 흔들며 활력을 불어 넣었다. 결국 케인의 연속골에 얀 베르통언의 추가골이 터졌다. 팽팽하던 균형은 손흥민의 투입을 기점으로 단숨에 3골차로 벌어졌다.

후반 막판에는 손흥민 스스로 최전방을 휘젓고 다녔다. 비록 슈팅이 골대에 맞는 불운 속에 결실을 맺지는 못했으나, 짧은 시간이나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이러한 활약에 스카이스포츠는 손흥민에게 평점 7점을 줬다. 30여 분을 소화했을 뿐이지만 인상적인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의미였다.

결국 손흥민에게 윔블던전은 한 템포 쉬어감과 동시에, 확연히 달라진 입지를 재확인한 경기가 됐다. 한숨 돌린 손흥민은 오는 14일 오전 2시 30분 에버튼과의 프리미어리그(EPL) 23라운드 홈경기를 통해 시즌 11호골 사냥에 재도전한다. 최근 손흥민의 기세, 그리고 포체티노 감독의 달라진 시선을 돌아보면 선발 출전은 물론 ‘한 방’까지도 기대해볼 만한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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