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제공
[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월드컵 본선 진출을 ‘당했다’는 역설적인 표현은 지난 9월 등장했다.

당시 신태용 감독이 이끌던 한국은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원정경기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이기면 자력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으나, 비기거나 질 경우 같은 시각 열리는 이란-시리아전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같은 시각 이미 월드컵 진출을 확정했던 이란이 시리아와 2-2로 비겨준 덕분이었다. 만약 이란이 시리아에 졌다면, 한국은 시리아에 밀려 본선 직행에 실패할 수도 있었다. 앞서 대표팀의 거듭됐던 졸전과 맞물려 축구팬들은 월드컵 본선 진출을 ‘당했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3개월 뒤. 역설적인 표현이 다시금 신태용호를 향했다. 12일 ‘피파랭킹 114위’ 북한과의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2차전 직후였다.

북한전에 앞서 한국은 중국과 2-2로 비겼다. 신태용 감독은 “내용은 완벽했다”고 자화자찬했으나, 지난 3월 중국 창사 참사(0-1패)를 설욕하지 못한 것에 대한 팬들의 실망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북한전은 이러한 분위기를 바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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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국의 졸전에는 변함이 없었다. 나름 3-4-3 전형이라는 승부수도 던졌으나, 상대의 수비 집중력과 투지에 밀려 경기 내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력차는 명확하게 한국이 우위였으나, 첫 번째 슈팅이 전반 21분에 나올 정도로 부침을 겪었다.

후반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북한에 맞서 한국은 이렇다할 묘책을 꺼내들지 못했다. 그러다 후반 19분, 마침내 0의 균형을 깨트렸다. 다만 골의 주인공은 한국이 아닌 북한 수비수 리영철의 몫이었다.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막는 과정에서 자책골이 나왔다.

공교롭게도 이 골은 이날 경기의 결승골이 됐다. 한국은 직접 상대 골망을 흔들지 못하고도 멋쩍은 승전보를 울렸다. 경기 후 팬들 사이에서는 ‘승리를 당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날 신태용호의 경기력이 어땠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표현이기도 했다.

한편 이날 승리한 한국은 승점 4점(1승1무)을 기록, 일본(2승)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만약 오는 16일 오후 7시 15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일본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이길 경우 대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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