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그야말로 다잡은 경기였다. 너무나도 압도적인 경기였고 리버풀이 이겨 마땅해야할 경기였다. 그럼에도 리버풀은 무승부에 그쳤고 ‘머지사이드 더비’인 에버튼에게 ‘너희는 우리의 라이벌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위르겐 클롭 감독의 자만이 만든 무승부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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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은 10일(이하 한국시각) 오후 11시 15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2017~2018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6라운드 에버튼과의 ‘머지사이드 더비’ 홈경기에서 1-1 무승부에 그쳤다.

리버풀은 눈이 내리는 중에도 전반 43분 모하메드 살라가 환상적인 왼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앞서갔다. 하지만 이후 우세한 경기 속에 추가골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결국 후반 32분 수비수 데얀 로브렌의 반칙에 의한 PK때 에버튼의 웨인 루니가 정면으로 차넣으며 1-1 동점으로 라이벌전이 마무리됐다.

이날 리버풀은 23개의 슈팅, 볼점유율 79%, 패스 횟수 723회로 에버튼을 압도했다. 같은 기록에서 에버튼은 슈팅 3개, 볼점유율 21%, 패스 횟수 201회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록만으로 얼마나 리버풀이 일방적으로 압도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경기력에도 리버풀은 무승부를 거뒀다. 가뜩이나 홈경기였고 이제야 겨우 리그 10위까지 올라왔을 정도로 아직 팀이 재정비되지도 않은 에버튼을 상대로 말이다.

결국 세 가지 큰 실수가 리버풀의 다잡은 머지사이드 더비를 놓치게 했다.

먼저 위르겐 클롭 감독의 지나친 여유였다. 이날 클롭은 필리페 쿠티뉴, 호베르투 피르미누를 벤치에 대기시킨채 선발라인업을 꾸렸다. 리버풀에서 두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그럼에도 클롭은 ‘라이벌전’이라는 중요한 경기에서 핵심 선수를 뺀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로 비유하자면 바르셀로나와 ‘엘 클라시코’를 가지는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루카 모드리치를 뺀 것과 다름없다.

그래도 좋다. 전반 43분 살라의 골이 터지며 1-0으로 이기고 있는 결과를 안고 있었으니. 하지만 압도적인 공격을 계속했음에도 추가골이 터지지 않는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자 클롭 감독은 교체카드로 변화를 추구한다. 하지만 여기서 두 번째 실수를 범한다.

바로 이날 경기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치던 살라를 빼고 피르미누를 넣은 것. 피르미누를 투입한 것은 좋았지만 이날 극도로 부진했던 도미닉 솔란키를 빼거나 혹은 다른 선수를 뺐어야했는데 가장 뛰어났던 살라를 뺀 것은 이 역시 여유와 자만의 연장선상이라고 밖에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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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실수는 명확히 드러나는 데얀 로브렌의 멍청한 반칙으로 인한 PK허용이었다. 에버튼은 후반들어 공격적인 교체나 전술 변화를 가져갔지만 그럼에도 리버풀에게 득점을 뽑아내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수비수 로브렌이 너무나도 멍청한 반칙을 저지르며 라이벌에게 PK를 헌납했고 이를 놓칠리 없는 웨인 루니였다.

결국 클롭의 지나친 자만과 에버튼의 전력과 에버튼이 지난 8일 유로파리그 경기를 했기에 체력적 열세에 있다는 과신, 그리고 로브렌의 멍청한 반칙이 어우러져 리버풀은 그 어떤 경기보다도 중요한 라이벌전을 압도적인 경기력을 펼치고도 무승부에 그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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