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제공
[스포츠한국 울산=김명석 기자] 프로와 아마추어 최강팀을 가리는 FA컵이 3일 결승 2차전을 끝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울산현대는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포효했고, 기적을 바라던 부산아이파크는 일주일 새 두 번째 눈물을 흘렸다.

무대는 3일 오후 1시 30분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7 KEB하나은행 FA CUP 결승 2차전이었다. 앞선 1차전 원정경기에서는 울산이 2-1로 승리한 가운데, 각각 다른 상황 속에 맞이한 마지막 90분이기도 했다. 울산은 1골차로 지더라도 정상에 오를 수 있었고, 부산은 반드시 2골차 이상 승리를 거둬야 했다.

명확하게 달랐던 두 팀의 처지는 고스란히 그라운드 위에 반영됐다. 울산은 무리하지 않은 채 ‘버티는데’ 집중했고, 부산은 경기 초반부터 파상공세를 펼치며 울산의 골문을 노렸다. 울산도, 부산도 처절하고 치열하게 90분을 보냈다.

균형은 끝내 깨지지 않았다. 1차전 승리를 더한 울산이 역사상 처음 FA컵 우승을 들어 올렸다. 반면 부산은 일주일 전 상주에 밀려 승격에 실패한데 이어, 또 다시 눈물을 흘려야 했다.

▶사령탑 출사표

- 김도훈 울산현대 감독 : “절대 유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1차전 막판에 내준 실점이 오히려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는 계기가 되게끔 노력할 것이다. 2-1로 앞선 상황이지만 기존 전술대로 갈 것이다. 오르샤를 선발로 출전시킨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선수들에게는 자만보다 자신감, 팀을 위한 희생을 강요했다.”

- 이승엽 부산아이파크 감독대행 : “솔직히 일정이 너무 빡빡하다. 부담감도 있고, 체력적으로 힘든 것도 사실이다. 1차전 막판에 1골을 만회한 모습 같은 정신력을 강조했다. 이정협 뿐만 아니라 컨디션 100%인 선수들이 없다. 악재 속에 악재다. 그래도 100%가 아닌 200%를 짜내서, 후회 없이 하자고 했다.”

▶양 팀 선발라인업

울산은 이종호를 필두로 오르샤와 김성환 이영재 김승준이 미드필드진을 구축하는 4-1-4-1 전형을 가동했다. 정재용이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았고, 이명재 강민수 리차드 김창수가 수비라인을, 김용대가 골문을 각각 지켰다. 타쿠마와 김인성 등은 벤치에서 대기했다.

부산은 3-5-2 전형으로 맞섰다. 이정협과 고경민이 최전방에 포진했고, 박준태가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았다. 김문환과 정석화가 좌-우 측면에 섰고, 호물로와 이재권이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다. 모라이스와 임유환 김종혁이 스리백을 구축한 가운데 김형근이 골키퍼 장갑을 꼈다. 레오와 최승인 야스다 등은 벤치 대기, 임상협은 부상 결장.

▶전반전 : 기회 주고받은 두 팀, 깨지지 않은 균형

반드시 골이 필요했던 부산이 초반부터 기세를 끌어 올렸다. 전반 9분 만에 박준태의 강력한 슈팅이 울산의 골문을 위협했다. 다만 김용대의 선방에 막혔다. 울산도 물러서지 않았다. 15분 김창수의 크로스에 이은 오르샤의 헤더로 포문을 열었다.

전반 22분에는 울산이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이영재의 절묘한 침투패스가 페널티 박스 안에 있던 이종호에게 연결됐다. 다만 이종호의 슈팅은 골키퍼 정면에 막혔다. 부산 역시 전반 막판 아쉬움에 땅을 쳤다. 박준태의 땅볼 크로스를 이정협이 흘려주자, 달려들던 이재권이 슈팅으로 연결했다. 다만 슈팅은 골대에 맞았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후반전 : 시간이 흐를수록 기울기 시작한 승기

후반 초반 울산에 변수가 생겼다. 이종호가 김종혁의 태클에 걸려 넘어지면서 부상을 당했다. 쓰러진 이종호는 벤치에 뛸 수 없다는 사인을 보냈다. 이후 김인성이 대신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어 후반 7분 울산이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왼쪽 측면을 파고든 오르샤가 오른발 슈팅으로 상대 골문을 노렸다. 다만 김형근 골키퍼의 손끝에 걸렸다.

2골을 넣어야 했던 부산도 반격에 나섰다.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공격 전개에 힘을 잃기 시작했다. 패스 정확도는 부족했고, 무리한 공격 시도가 늘었다. 경기 전 이승엽 감독대행이 우려하던 체력적인 부침과 역전에 대한 부담감이 서서히 플레이에 묻어 나왔다.

경기가 막판에 다다르면서 울산이 굳히기에 나섰다. 부산의 파상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울산은 수비라인을 내린 채 역습으로 맞섰다.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주심의 종료 휘슬과 함께 경기는 0-0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경기종료 : 울산, 사상 첫 FA컵 우승

울산이 1·2차전 합계 2-1로 앞서며 대회 정상에 올랐다. 울산의 FA컵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울산은 3억원의 상금과 더불어 다음 시즌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확보했다. 반면 K리그 챌린지(2부) 팀으로는 사상 첫 FA컵 우승에 도전하던 부산은 새 역사를 쓰지 못했다. 앞서 K리그 클래식 승격 실패에 이어 또 다시 겪은 아픔.

대한축구협회 제공
▶선점한 유리한 고지, 끝내 지켜낸 울산

1차전을 통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울산이 그 고지를 끝까지 지켜냈다. 울산은 지난달 29일 1차전 원정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승리뿐만 아니라 원정에서 2골을 넣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덕분에 울산은 이번 경기에서 0-1로 지더라도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득실차가 같을 경우 원정에서 더 많은 골을 넣은 팀이 우승하는 규정 때문이었다.

자연스레 경기 양상은 ‘반드시’ 2골을 넣어야 했던 부산이 주도권을 쥐는 형태로 흘렀다. 반면 울산은 무리수를 던지기보다 안정에 무게를 두고 경기를 치렀다. 흐르는 시간, 그리고 부담감이 비례하는 쪽은 부산이었다. 슈팅이 번번이 골대를 외면하거나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결국 끝까지 버텨낸 울산이, 값진 금자탑을 쌓았다.

▶과정부터 달랐던 준비, 결과로도 직결됐다

FA컵 정상을 향한 울산의 준비는 지난달 강원FC와의 K리그 클래식 최종전을 앞두고부터 진행됐다. 당시부터 울산은 오전에 훈련을 진행해 선수들의 경기 리듬이 깨어있을 수 있도록 했다. FA컵 결승 2차전이 열리는 킥오프 시간(오후1시30분)에 대비한 것이었다. 체력적인 부담감도 없었다. K리그 일정이 종료된 뒤 열흘이나 휴식을 취한 뒤 FA컵 경기를 치렀다.

부산은 달랐다. K리그 챌린지 일정이 종료된 뒤, 챌린지 플레이오프와 승강 플레이오프를 벌이느라 FA컵 결승에 대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하필이면 승격에 실패하면서 팀 분위기가 다운됐고, 이 과정에서 체력적인 부침마저 극에 달했다. 16일 새 치른 5번째 경기, 반드시 2골 이상의 승리가 필요했던 부산의 도전은 울산의 철저했던 준비에 막혀 결국 결실로 이어지지 못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경기 후 기자회견

- 김도훈 울산 감독 : “많은 팬들이 바라던 우승이다. 우승할 수 있게 돼서 팬분들과 선수들, 스태프에게 감사드린다. 또 경기에 나간 선수들뿐만 아니라 나가지 않았던 선수들, 숙소에 계신 분들 등에게도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나는 실패한 감독이었다. 그런데도 과감하게 선택해주신 구단에 감사드린다. 운이 많이 따랐던 대회다. 대진도 그렇고, 경기할 때도 중요한 선수들이 많이 돌아왔다.”

- 이승엽 부산 감독대행 : “전체적으로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마지막 골대 불운이 아쉬웠다. 후회는 전혀 없다. 선수들에게도 정말 수고했다고 말해줬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것에 대해 칭찬해주고 싶다. 조진호 감독님이 떠나시고, 내 위주가 아니라 선수들 스스로 똘똘 뭉치는 모습이었다. 결과는 아쉽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준 것에 대해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경기정보

- 울산 : 김용대(GK) - 이명재 강민수 리차드 김창수 - 정재용 - 오르샤(후45+2‘ 김치곤) 김성환 이영재(후43‘ 이기제) 김승준 - 이종호(후7‘ 김인성)

- 부산 : 김형근(GK) - 모라이스 임유환 김종혁 - 김문환 호물로 이재권 정석화(후37‘ 최승인) - 박준태(후13‘ 이동준) - 고경민(후19’ 레오) 이정협

- 득점 : 없음

*스한 리뷰 : 스포츠한국 기자들이 현장에서 전하는 종합기사. 여러 기사 볼 필요 없이 이 기사 하나면 날카로운 경기분석부터 현장의 코멘트까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