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승부차기 4-4 상황. 상주의 다섯 번째 키커 주민규가 들어섰고 주민규는 침착하게 득점에 성공했다. 이 승부차기 득점으로 상주 상무는 K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클래식팀이 ‘잔류’하는 역사를 썼고 상주로서는 올 한해 힘들었던 시즌을 그나마 보상받는 순간이었다.

바로 그 상황 중계화면은 자연스럽게 김태완 상주 감독을 비췄다. 하지만 김태완 감독은 옆의 코칭스태프들이 뛰고 기뻐하더라도 그저 가만있었다. 코칭스태프가 옆에 와서 껴안자 그나마 반응을 했다.

왜 상주의 김태완 감독은 이렇게 감격스러운 순간에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았던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조진호’라는 이름에 있다.

주민규의 승부차기 직후에도 김태완 상주 감독은 반응이 없었다. 스포티비
상주 상무는 26일 오후 3시 경북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2017 K리그 승강플레이오프 2차전 부산 아이파크와의 홈경기에서 2차전 0-1 패배했지만 종합스코어 1-1 무승부 후 승부차기에서 5-4로 승리하며 사상 첫 K리그 클래식 잔류에 성공했다.

1차전 1-0 승리에도 2차전 0-1 패배로 승부차기까지 갔던 상주는 승부차기까지가는 접전 끝에 간신히 승리하며 힘겨웠던 잔류경쟁에서 성공했다.

전반 16분 선제 실점을 했음에도 1차전 1-0 승리덕분에 1-1 무승부로 연장전에 이어 승부차기 갔던 상주는 부산의 네번째 키커인 고경민의 실축으로 승기를 잡았다. 결국 상주는 마지막 키커 주민규가 득점하며 잔류에 성공했다.

상주의 승리 순간 김태완 감독은 표정을 짓지 않았다. 이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김태완 감독님은 부처인줄 알겠다’며 신기해했다.

김태완 감독도 분명 감정을 가진 인간이며 이날 경기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아는 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기쁜 순간 감정 표현을 자제했던 것은 바로 자신이 지난해까지 함께 했던 조진호 감독때문이었으리라.

2015시즌까지 대전 시티즌 감독을 지낸 조진호 감독은 2016시즌 상주 상무에 부임한다. 이때 김태완 현 상주 감독은 수석코치로 조진호 감독과 함께했다. 김태완 코치는 2002년 광주 상무를 시작으로 15년간 상무에서 활동하며 누구보다 상주를 잘 이해하는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 입장에서 조진호 감독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으니 관계 정립이 쉽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자가 2016년 2월 상주 상무의 경남 사천 전지훈련을 동행했을 당시 조진호 감독은 누구보다 주위 코칭스태프를 잘 챙겼었고 김태완 수석코치 역시 조진호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팀의 성적향상을 도모했었다.

2016년 2월 경남 사천 전지훈련 당시 조진호 감독(왼쪽 두번째)은 기자에게 부탁해 김태완 수석코치(왼쪽 첫번째)를 비롯한 코칭스태프 사진도 함께 찍어줄 것을 부탁했었다. 코칭스태프 얼굴도 함께 기사에 나가길 바라는 마음이었으리라
당시 조진호 감독을 인터뷰한 이후 상주 상무 버스 앞에서 기사에 쓸 사진 촬영을 하는데 조 감독은 기자에게 부탁해 김태완 수석코치외 다른 코치진도 불러 함께 사진을 찍고 기사에도 나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기자는 좋은취지라 여겨 이에 응했고 당시 전지훈련 인터뷰([전훈 인터뷰]상주 조진호 감독 "'승격 후 강등'의 역사, 반복 없다")에서 코칭스태프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그만큼 조진호 감독은 김태완 수석코치외 많은 코칭스태프를 챙겼고 김태완 수석코치 역시 상주의 상위스플릿행을 이끈 조진호 감독 밑에서 감독의 자질에 대해 배웠다.

이후 조 감독이 1년만에 부산으로 떠나자 그 감독직을 수석코치였던 김태완 수석코치가 물려받았다. 그리고 운명은 얄궂게도 조진호 감독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후 부산과 상주의 플레이오프라는 잔인한 매치업을 만들었고 김태완 감독은 조진호 감독의 팀을 이겨야 자신과 상주가 살 수 있는 현실에 마주했다.

결국 상주는 승부차기 끝에 승리했고 이런 사연이 있는 상황에서 김태완 감독은 마냥 기뻐하기에는 가슴 한편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경기 후 김태완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일 년을 돌아보면 오늘 경기가 가장 잔인한 승부였던 것 같다”면서 “고인이 된 조진호 감독에게 미안하다.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 여기까지 끌고 왔던 저 자신에게도 아쉬움이 있다. 이겼지만 조 감독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며 좋은날 눈물을 흘렸다.

마치 부처처럼 팀의 잔류 확정 순간에도 김태완 감독은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물론 너무나도 기쁜 순간이지만 그때 1년전 함께 감독과 수석코치로 함께 했던 고 조진호 감독과의 인연이 생각났던 것이 아닐까.

2016년 상주 상무 시절 고 조진호 감독(오른쪽 두번째)과 당시 수석코치였던 김태완 현 감독(오른쪽 첫번째). 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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