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제공
[스포츠한국 인천=김명석 기자] “인천현대제철이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대교라는 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인철 현대제철 감독의 표정에 아쉬움이 묻어 나왔다. 20일 화천KSPO를 꺾고 5년 연속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통합 우승을 차지한 직후였다. 한 시즌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만큼 기쁨에 겨울 만도 했으나, 최 감독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2017시즌은 현대제철이 정상에 오른 시즌이자, 이천대교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시즌이었던 까닭이다.

현대제철과 이천대교는 라이벌이자, 동반자였다. 함께 ‘뷰티풀 더비’라는 이름 아래 묶여 경쟁을 펼쳐왔다. 두 팀의 맞대결이 펼쳐질 때면 제법 많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았고, 선수들 역시 ‘여왕’의 자리를 두고 늘 치열한 경합을 펼쳐왔다. 두 팀의 라이벌 구도는, 여자축구 WK리그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 스토리였다.

WK리그 초창기에는 이천대교(당시 고양대교)가 현대제철에 우위였다. 세 차례(2009·2011·2012시즌)나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나 모두 정상에 올랐다. 다만 2013시즌부터 구도가 깨졌다. 현대제철이 5연패의 위업을 달성하며 새로운 여왕으로 등극했다. 이 과정에서 두 팀의 라이벌 구도는, 점점 더 뚜렷해져만 갔다.

그런데 지난 8월, 이천대교가 돌연 해체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교 그룹 차원에서 여자축구단의 해체를 결정한 뒤 한국여자축구연맹(KWFF)에 통보하면서 해체 수순을 밟았다. 뒤숭숭한 상황 속에서도 이천대교는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으나, 화천KSPO에 패배해 올 시즌 그리고 구단 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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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입장에서는 그동안 정상에 도전할 때마다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라이벌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셈이다. 사실상 유일한 대항마였던 이천대교의 해체는 곧 현대제철의 더욱 확고한 독주체제를 의미하기도 했다. 표면적으로는 현대제철에게 반가울 수도 있을 만한 소식일 터.

그러나 이천대교라는 라이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걸음들을 이제 걷지 못하게 됐다는 점에서 마냥 반가워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제가 되어 왔던, 그래서 함께 성장할 수 있었던 ‘라이벌’의 순기능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워진 까닭이다.

최인철 감독의 표정에 아쉬움이 묻어 있던 배경이기도 했다. 그는 이미 지난 17일 화천KSPO와의 1차전에서도 “이천대교가 해체돼서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이어 20일 우승을 확정된 이후에도 “그동안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대교라는 팀이 있었기 때문이다. 라이벌 구도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발전할 수 있었다”며 아쉬워했다.

이러한 마음은 현대제철의 팬도 마찬가지였다. 현대제철 서포터스인 강석경 씨는 “이천대교는 한때 라이벌이기도 했고, WK리그의 동반자였다”면서 “대교는 그동안 선수들도, 팬들도 자극을 많이 받았던 팀이다. 개인적으로 미워했던 팀이긴 한데, 해체가 되니 마음이 좀 그렇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02년 11월 대교 캥거루스 여자축구단으로 창단한 이천대교는 올해 15년 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선수단은 다른 WK리그 팀들로 뿔뿔이 흩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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