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한국 인천=김명석 기자] 매 시즌마다 벼랑 끝에 몰려왔다. 시민구단의 한계 탓에 전력 보강은커녕 주축선수들을 지키기에도 빠듯했다. 인천유나이티드는 늘 강등후보 0순위였고, 실제로도 어렵사리 시즌을 치러왔다.

그런데도 인천은 늘 버텼다. 벼랑 끝에 몰렸지만 기어코 살아남았다. ‘이번에는 어려울 것’이라던 지배적인 전망 속에서도, K리그 클래식에서 살아남기 위한 이른바 잔류 DNA는 늘 빛을 발해왔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였다. 18일 오후 3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상주상무와의 K리그 클래식 최종라운드는, 인천의 ‘운명’을 좌우하는 경기였다. 무승부 이상만 거두면 잔류할 수 있었으나, 질 경우 11위로 추락해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더 처절하게 뛰었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음을 인천 스스로 알고 있었다. 수비수들은 몸을 날려 상대 슈팅을 막아냈고, 다른 선수들도 한 발 더 뛰는 압박으로 상주를 괴롭혔다. 마침 상대의 퇴장 변수, 그리고 문선민 김도혁의 연속골이 더해져 승전보를 울렸다. 내년에도 어김없이, 인천은 K리그 클래식(1부리그) 무대를 누빌 수 있게 됐다.

▶사령탑 출사표

- 이기형 인천유나이티드 감독 : “홈에서 하는 마지막 경기다. 어떻게든 잔류를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선수들도 마침표를 찍고 잔류하자는데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나부터 잔류할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전력출혈은 많지만, 시간이 많아 충분히 대비했다. 측면 공격에 강점이 있는 상대가 공격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 김태완 상주상무 감독 : “이렇게까지 올 줄은 몰랐다. 마무리 짓고, 마음 편히 남은 플레이오프 경기들을 보고 싶다. 오늘 결과에 따라 휴가일자가 달라진다(웃음). 몸상태나 마음가짐, 집중력 모두 좋다. 마무리 지으려 한다. 인천은 1년 내내 수비적으로 운영했다. 지속적으로 공격에 무게를 두겠다.”

인천-상주 선발라인업
▶양 팀 선발라인업

인천은 엔조가 최전방에 포진하는 4-1-4-1 전형을 꺼내들었다. 문선민과 김도혁 이상협 김진야가 2선에 포진했고, 한석종이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았다. 박종진 김경민 하창래 김용환은 수비라인을, 이진형은 골문을 각각 지켰다. 부노자와 웨슬리는 징계, 채프만과 최종환 이윤표는 부상 결장.

상주는 주민규를 중심으로 김병오 주민규가 최전방 투톱에 나서는 4-4-2 전형으로 맞섰다. 김호남과 이종원 여름 김태환이 미드필드진을 구축했다. 홍철 임채민 윤영선 신세계가 포백라인에 섰고, 최필수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황을 고려한 공격적인 라인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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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전 : 팽팽했던 0의 균형, 상주 ‘퇴장’ 변수

상주가 주도권을 쥐었다. 60% 안팎의 점유율을 유지하며 인천의 빈틈을 노렸다. 반드시 이겨야 했던 만큼 무게중심을 공격에 뒀다. 전반 14분에는 수비 뒷공간을 파고든 김병오의 슈팅이 인천 골문을 위협했다. 다만 이진형의 선방에 가로막혔다.

인천도 마냥 물러서지만은 않았다. 타이트한 압박과 안정적인 수비로 상대 공격을 막아낸 뒤, 엔조와 문선민을 활용한 역습으로 ‘일격’을 준비했다. 다만 0의 균형은 좀처럼 깨지지 않았다. 치열한 흐름 속에 경기가 전개됐다.

전반 30분 이후 연이은 변수가 발생했다. 어깨 통증을 호소하던 김병오가 결국 신진호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빠져 나갔다. 45분에는 여름이 과격한 태클로 다이렉트 퇴장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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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 : 문선민-김도혁 연속골… 승기 굳힌 인천

수적 우위를 점한 인천이 후반 주도권을 쥐었다.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면서 다급해진 상주 뒷공간을 노렸다. 그리고 후반 7분 0의 균형을 깨트렸다.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문선민이 중앙으로 파고든 뒤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슈팅은 크로스바에 맞고 골라인을 넘었다.

기세가 오른 인천은 후반 13분 점수차를 더 벌렸다. 문선민이 내준 패스를 받은 김도혁이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찬 왼발 슈팅이 상주의 골망을 흔들었다. 승기가 기울기 시작했다.

상주가 뒤늦게 반격에 나섰다. 그러나 1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반격의 불씨를 지피기는 어려웠다. 오히려 기세가 오른 인천의 공세가 만만치 않았다. 더 이상의 골은 나오지 않았다. 주심의 종료 휘슬과 함께 경기는 인천의 2-0 승리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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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종료 : 인천, 잔류 성공… 상주 승강PO

안방에서 완승을 거둔 인천은 승점 39점(7승18무13패) 9위로 리그를 마쳤다. 내년 시즌에도 K리그 클래식 무대를 누빌 수 있게 됐다. 반면 상주는 승점 35점(8승11무19패)에 그치며 11위에 머물렀다. K리그 챌린지 플레이오프 승리팀인 부산아이파크와, 운명의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됐다.

▶경기 관통한 ‘치명적인 변수’들

상주는 반드시 이겨야 했다. 대구-전남전 결과에 따라 비겨도 되는 경우의 수가 있긴 했으나, 자력으로 잔류하기 위해서는 승리가 필요했다. 김병오와 주민규 김태환 김호남을 동시에 출격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승리를 위해 필요한 골을 넣기 위함이었다.

예기치 못한 변수들은 그래서 치명적이었다. 전반 30분이었다. 앞서 어깨 통증을 호소하던 김병오가 결국 그라운드를 빠져 나갔다. 공격에 무게중심을 두려던 ‘승부수’에 차질이 생겼다. 이어 전반 막판에는 여름이 거친 태클로 퇴장까지 당했다. 수적 열세 속에 골을 넣어야 하는 ‘악조건’이 겹쳤다.

반전을 이뤄내기는 쉽지 않았다. 오히려 후반들어 내리 2골을 내주며 완패했다. 경기를 관통한 변수 속에, 상주는 쓰디쓴 눈물을 흘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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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기자회견

- 이기형 인천 감독 : “추운 날씨에도 응원해주신 팬분들께 감사드린다. 김태완 감독에게는 죄송스럽다. 승부의 세계는 어쩔 수 없다. 상주가 승강 플레이오프를 통해 잔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 팀 다 절실하게 경기를 했다. 득점을 먼저 하면서 경기가 잘 풀렸다. 상대가 조급한 마음에 원하는 플레이를 못했는데, 그 부분을 잘 공략했다.”

- 김태완 상주 감독 : “인천에 축하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김병오의 부상, 여름의 퇴장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것이 후반에 나타났다. 중요한 경기에서 영리하지 못한 플레이로 퇴장당한 것이 아쉽다. 많이 준비했는데 결과로 나타나지 못했다. 부산아이파크와의 승강 플레이오프는 처음부터 시작하는 마음으로 준비하겠다.”

▶경기정보

- 인천 : 이진형(GK) - 김용환 하창래 김경민 박종진 - 한석종 - 문선민(후30‘ 김도혁 이상협 김진야(후20‘송시우) - 엔조(후42’김대중)

- 상주 : 최필수(GK) - 홍철 임채민 윤영선 신세계 - 김호남 이종원(후27‘진대성) 여름 김태환(후16’유준수) - 김병오(전30‘신진호) 주민규

- 득점 : 문선민 4호(후7분) 김도혁 1호(후13분·이상 인천)

*스한 리뷰 : 스포츠한국 기자들이 현장에서 전하는 종합기사. 여러 기사 볼 필요 없이 이 기사 하나면 날카로운 경기분석부터 현장의 코멘트까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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