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화천=김명석 기자] “내빈들의 선수들 격려가 있겠습니다.”

화천KSPO와 인천현대제철의 여자축구 WK리그 챔피언결정전 1차전이 열린 17일 화천생활체육주경기장. 장내 아나운서의 안내 멘트가 나오자, 귀빈석에 앉아 있던 이른바 ‘VIP’들이 천천히 그라운드로 내려갔다.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과 악수를 나누며 격려하는 절차였다.

VIP들을 기다리는 것은 그라운드에 일렬로 도열한 양 팀 선수들, 그리고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에스코트 키즈’였다. 선수들과 아이들은 ‘여유 넘치는’ 걸음으로 그라운드로 내려오는 VIP들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문제는 0도에 점점 더 가까워지던 기온, 그리고 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지형적 특징과 맞물려 더욱 더 떨어지던 체감온도였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롱패딩으로 어느 정도 방한대책을 강구한 선수들과는 달리, 아이들은 얇은 유니폼이 전부였다는 점이다.

자연스레 아이들은 적지 않은 시간을 추위에 벌벌 떨어야 했다. 감독과 선수들 모두 ‘추위’를 최대 변수로 꼽을 정도로 추웠는데, 아이들은 그러한 추위에 정면으로 맞서야 했다. 아이들은 선수단과 함께 입장하는 추억을 넘어, 국민의례부터 VIP 격려, 그리고 기념촬영까지 적잖은 절차들을 함께 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을 걱정하는 것은 양 팀 선수들뿐이었다. 저마다 선수들의 몸을 문지르면서 열을 내주거나, 롱패딩으로 아이들을 덮어줬다. 반면 VIP들은 안내 멘트가 나온 뒤에야 천천히 걸어가는 것은 물론, 기념촬영까지 모두 마친 뒤에야 저마다 내빈석으로 돌아왔다. 아이들도 그제야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다.

물론 방한대책도 없이 아이들을 유니폼만 입힌 것이 1차적인 문제였을 터. 다만 추위에 떠는 아이들을 보고도 느긋하기만 했던 VIP들의 행동, 그리고 그들을 위한 행사는 분명 아쉬움이 남았다. 격려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보여주기식 절차에, 아이들이 벌벌 떨어야 하는 시간은 더욱 더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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