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병지입니다.

칼럼 게재 이후 가장 즐겁게 게재하는 칼럼입니다. 한국 대표팀이 뛰어난 경기력으로 콜롬비아전에서 승리하면서 할 수 있다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뛰어났던 콜롬비아전 리뷰와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당부하고 싶은 말을 담아보겠습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집중력과 간절함이 만들어낸 근래 보기 드물었던 최고의 경기

모두가 인정하지만 콜롬비아전은 근래에 보기 드문 경기력과 집중력을 보인 최고의 경기였습니다. 높은 집중력 속에서 11명의 선수가 유기적으로 움직였고 함께 공격하고 수비하고, 공간을 만들고 좁혀나갔습니다. 한발 더 뛰고 미리 생각하고 움직이면서도 전방에서 몸을 날리는 모습은 국민들이 원하는 축구였습니다.

전 처음에 풀백 자원이 3명(고요한, 최철순, 김진수)이나 나오길래 스리백인줄 알았습니다. 최철순이 수비형 미드필더를 보나 했지만 고요한이 기성용 옆에서 상대 핵심 미드필더인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완벽하게 막더군요. 고요한 기용은 신태용 감독의 전략적 성공이었고 상대 핵심 선수를 묶음으로서 콜롬비아가 하고자 하는 경기를 완전히 차단했습니다. 신태용 감독의 전술적 승리죠.

가장 중요했던 것은 우리는 반박자 빠른 공.수 전환을 통해 콜롬비아를 공략했으며 속도의 차이는 장면마다 숫적 우위를 보였으며, 수준의 차이를 메우는 것은 집중력과 체력인데 한국은 월드컵에서 우리가 수준높은 팀을 상대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운 값진 성과를 얻었습니다.

▶김병지가 뽑는 수훈선수는 ‘권창훈’

많은 사람들이 손흥민을 많이 조명하고 다른 선수들도 함께 언급하죠. 저 역시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보여주던 모습 그대로 국가대표에서 드디어 보여주고 골을 넣었다는 점에서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봅니다. 손흥민에게도 이번 경기는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선수는 권창훈이었습니다. 윙으로 나선 권창훈의 경우 수원 삼성에서 프랑스 리그1으로 진출 후 세밀하고 유기적인 플레이는 물론 볼배급이 매우 좋아졌다고 봅니다. 권창훈이 많이 뛰어주고 흔들어줬기에 손흥민이 프리롤로 상대 진영에서 놀 수 있었고 이근호의 움직임 또한 뒷 공간을 노리는 움직임이 살아났습니다.

또한 스페인 코치들의 효과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 저 역시 그 효과가 분명 선수단에게 있었을 것이라 봅니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코치가 오고 그 코치들이 분명 대표팀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실 분이기에 팀 안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됐을 것입니다. 게다가 스페인 코치분들은 브레인 역할로서 팀 전술에도 갈수록 영향을 끼칠 분들이기에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런게 축구… 이제 한경기일뿐, 이어가야

많은 분들이 저에게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축구가 바뀌죠?’라고 묻습니다. 그렇다면 저의 대답은 ‘이게 바로 축구다’라는 것입니다. 선수 구성이 크게 달라지지도 않았습니다. 대부분이 늘 대표팀에서 뛰던 선수들이었습니다.

바로 축구가 되는날은 이런게 무서운거죠. 변화된건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의지고 그 의지는 팬들이 느끼셨듯 ‘죽도록 하자’는 느낌으로 다가왔죠.

저는 이날 경기를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들과 함께 경기장에서 봤습니다. 모두들 경기 시작 5분만에 달라진 한국축구에 대해 얘기하시더군요. 그만큼 축구를 사랑하는 모두가 좋아하는 최선을 다하는 멋진 경기였습니다.

이제 시작이며, 중요한건 앞으로 더 많은 경기가 남았다는 것입니다.콜롬비아와의 경기는 분명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대표팀의 시스템도, 신태용감독의 전술에도 변화를 준 경기입니다. 이어가는게 필수죠.

▶세트피스 수비는 여전히 아쉬워… 팬들이 원하는건 열심히, 감동을 주는 축구

물론 모든 것이 만족스럽긴 어렵죠. 단적으로 또 다시 한국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실점을 했습니다. 이미 지난 유럽 원정에서도 세트피스 상황에서 실점을 하기도 했습니다. 단기전 승부에서는 세트피스 공격도 잘해야 하지만 수비가 더 중요합니다. 세트피스에서의 조직화 된 집중력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부분은 우려스럽고 남은 기간 반드시 고쳐야할 부분입니다.

칼럼을 통해 매번 주장하지만 이렇게 준비기간이 얼마 없을 때는 선수가 잘하는 것을 살려주는 전술이 필요합니다. 이번 콜롬비아전은 손흥민을 살리기 위해 4-4-2로 바꿨고 손흥민이 살아나니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선수가 잘 뛸 수 있는 전술이 필요한 셈이죠.

콜롬비아전을 보면서 저부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팬들이 원하는 것은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두가 느끼지 않았나요.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뛴다는 것. 바로 이 부분입니다. 이렇게 열심히 뛰다가 행여라도 콜롬비아전에서 비겼다고 할지라도 팬들은 비난하기보다 ‘아깝다’, ‘잘했는데 아쉽다’라고 했을 것입니다. 많이 뛰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팬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이죠. 한국 축구의 답은 바로 ‘열심히 뛰며 팬들에게 감동을 주는 축구’임을 느낀 콜롬비아전이었습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김병지 칼럼 : K리그 최다출전자(706경기)이자 한국 축구의 전설인 김병지 前선수는 스포츠한국을 통해 칼럼을 연재합니다. 김병지 칼럼니스트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를 댓글이나 스포츠한국 SNS를 통해 남겨주시면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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