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서울월드컵경기장=김명석 기자] “잘 가세요~ 잘 가세요”.

후반전 시작을 알리는 휘슬과 함께, FC서울 서포터스석에서 노래가 울려 퍼졌다. 상대팀인 울산현대 팬들이 승리를 자신했을 때 부르는 응원가이기도 했다. 아직 후반전이 남아있긴 했다. 그러나 서울 팬들의 목소리에는 승리에 대한 확신이 깔려 있었다. 전반에만 3골 차 리드. 9-2라는 슈팅수가 말해주듯 압도적이었던 경기 양상이 그 배경에 있었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 경쟁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 했던 경기, 황선홍 감독 스스로 “승리 외에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할 만큼 중요했던 경기. 서울은 그 어떤 경기보다 높은 집중력을 선보이며 ‘압승’을 거뒀다. 28일 오후 3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36라운드가 그 무대였다.

▶사령탑 출사표

- 황선홍 FC서울 감독 : “승리 외에 생각할 여유가 없다. 냉정함을 유지해야 한다. 마음만 가지고는 승리할 수 없다. 일어날 상황들에 대비해 선수들과 교감을 나누고 훈련을 진행했다. 미드필더 싸움에서는 밀리지 않을 것이다. 울산은 단단해서 약점을 찾기가 어렵다. 공격을 끊고, 끊길 때 얼마나 신속함을 갖느냐가 관건이다.”

- 김도훈 울산현대 감독 : “서로 힘든 경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다음 경기가 전북전이다. 서울전을 통해 반등을 꾀해야 한다. 수보티치와 이종호를 함께 전방에 배치했다. 공격 활로를 찾을 것이다. 서울 수비진의 신장이 낮은데, 수보티치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김승준 김인성은 상황을 보면서 투입을 할 것이다.”

FC서울-울산현대 선발 라인업
▶양 팀 선발라인업

서울은 데얀을 중심으로 윤일록 김한길이 양 측면에 포진하는 4-3-3 전형을 가동했다. 이명주 오스마르 주세종이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다. 김치우 황현수 이웅희 이규로는 수비라인을, 양한빈은 골문을 지켰다. 고요한과 신광훈은 징계 결장. 김한길의 선발출전에 대해 황선홍 감독은 “때로는 경험보다 패기가 필요하다”면서 “에너지 있는 움직임을 기대해본다”고 했다.

울산은 4-2-3-1 전형으로 맞섰다. 수보티치가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고, 타쿠마와 이종호 오르샤가 2선에 포진했다. 한상운과 정재용이 허리를 구축했고 이명재 김치곤 리차드 최규백이 포백라인을 구축했다. 골키퍼 장갑은 김용대가 꼈다. 오르샤와 타쿠마가 서로 위치를 바꾸는 등 4명의 공격진은 다양하게 자리를 바꿨다.

▶전반전 : 맹공펼친 서울, 이명주-오스마르-데얀 연속골

초반 주도권은 서울이 잡았다. 점유율을 높이며 울산 수비의 빈틈을 찾았다. 슈팅 기회도 먼저 잡았다. 김한길의 헤더와 왼발 슈팅을 시작으로 윤일록, 데얀의 연이은 슈팅으로 연거푸 울산 골문을 노렸다. 다만 슈팅이 번번이 골대를 외면했다. 울산은 역습을 통해 반격에 나섰으나,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지는 못했다.

팽팽하던 0의 균형은 전반 33분에 깨졌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공을 잡은 이명주가 상대 진영으로 파고들었다. 이후 아크 오른쪽 부근에서 과감하게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슈팅은 잠시 주춤하던 김용대 골키퍼를 지나 골문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기세가 오른 서울이 4분 만에 점수차를 벌렸다. 코너킥 상황에서 공격이 무산되자 울산 수비가 라인을 끌어 올렸다. 황현수의 롱패스가 그 뒷공간을 향했고, 오스마르가 절묘하게 침투했다. 오스마르는 김용대와 맞선 가운데 헤더로 마무리했다. 울산은 오프사이드라며 거세게 항의했으나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궁지에 몰린 울산이 반격에 나섰다. 다만 오르샤의 프리킥, 최규백의 슈팅 모두 골대를 외면했다. 이후 서울이 완벽한 역습을 통해 3번째 골을 터뜨렸다. 주세종의 침투패스가 윤일록을 거쳐 데얀의 골로 이어졌다. 마지막 패스 과정에서 오프사이드에 대한 비디오판독(VAR)이 진행됐으나, 서울의 골로 인정됐다.

▶후반전 : 소득없던 일진일퇴 공방전

하프타임 나란히 교체카드를 활용했다. 서울은 김한길 대신 윤승원이 투입됐다. 울산은 수보티치, 한상운 대신 김인성과 이영재를 투입했다. 후반 주도권은 울산이 쥐었다. 다만 승기를 잡은 서울은 무리하지 않았다. 안정에 무게를 두고 경기를 풀어갔다.

팽팽한 흐름 속에 두 팀 모두 결실을 맺지는 못했다. 울산은 이종호를 최전방으로 앞세워 반격의 불씨를 지피려했으나 번번이 무위로 돌아갔다. 데얀을 앞세워 승부에 쐐기를 박으려던 서울의 공격 역시 날카로움이 무뎠다.

울산은 후반 32분 오르샤 대신 정동호를 투입해 마지막 교체카드를 꺼냈다. 서울 역시 교체로 투입됐던 윤승원을 빼고 박주영을 투입하며 공격진에 변화를 줬다. 이후 이규로 대신 곽태휘를 투입하며 승리 지키기에 나섰다. 반전은 없었다. 남은 시간 서울은 영패를 면하려던 울산의 추격을 뿌리쳤다.

▶경기종료 : ‘4위 도약’ 서울, ACL 진출권 경쟁 ‘ing'

서울이 3위까지 주어지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 경쟁에 불을 지폈다. 울산을 완파하면서 승점 58점(15승13무8패)을 기록한 서울은 1경기 덜 치른 수원삼성(승점 57점·15승12무8패)을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3위 울산(승점 59점·16승11무9패)과의 격차는 1점차. 강원FC(원정) 제주유나이티드(홈)으로 이어지는 2연전 결과에 따라 서울은 ACL 진출권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찰나의 엇갈림, 승부를 결정짓다

순간적으로 엇갈린 선택들이, 두 팀의 희비를 갈랐다. 전반 33분이었다. 중원에서 공을 잡은 이명주가 상대 진영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선택은 과감한 중거리 슈팅이었다. 김용대 골키퍼는 허를 찔렸다. 골문 앞으로 살짝 움직인 그 찰나에, 이명주의 슈팅이 날아왔다. 슈팅은 김용대가 순간적으로 비운 그 뒷공간을 절묘하게 파고들었다.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오스마르의 추가골 장면. 라인을 끌어 올리던 울산 수비진 뒷공간에 균열이 생겼다. 정돈되지 못했던 수비 뒷공간을, 황현수의 롱패스와 오스마르의 침투가 파고들었다. 김용대는 골문을 비우고 나온 채 슈팅 각도를 좁히려 했으나, 오스마르는 골키퍼 키를 넘기는 헤더를 택했다. 찰나의 엇갈림 속에 스코어는 4분 새 2-0이 됐다. 승부가 기울기 시작했던 시점이었다.

▶‘신인’ 김한길의 패기, 서울에 활력을 불어 넣다

경기 전 황선홍 감독의 승부수는 ‘신인’ 김한길이었다. 황 감독은 “때로는 경험보다는 패기가 필요하다”면서 “상대를 흐트러뜨리기 위해서는 계산 외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에너지 있는 움직임을 기대한다”고 했다.

김한길은 200% 부응했다. 측면 공격수로 나선 그는 경기 초반부터 내리 2개의 슈팅을 기록하며 울산 수비를 흔들기 시작했다. 경합 과정에서 눈두덩이에 출혈이 생긴 뒤에는 붉은색 붕대투혼을 펼쳐보였다. 이명재와의 강렬했던 어깨싸움은 홈팬들을 열광케 했다.

공격포인트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하프타임 윤승원과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그러나 전반전 내내 보여줬던 그의 패기와 에너지는, 서울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

- 황선홍 서울 감독 : "홈에서 이긴지가 오래돼서, 선수들에게 중요한 순간이고 최선을 다해서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이야기했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 해줬고, 많은 팬들이 성원해주신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2경기 남았다. 최선을 다해서 ACL 티켓 따낼 수 있도록 하겠다."

- 김도훈 울산 감독 : "공격적인 전술을 준비했다. 잘 된 것 같다. 할 말은 많은데, 결과를 받아들이겠다. 다음 경기 잘 준비하겠다."

▶경기정보

- 서울 : 양한빈(GK) - 김치우 황현수 이웅희 이규로(후40'곽태휘) - 이명주 오스마르 주세종 - 윤일록 데얀 김한길(HT'윤승원·후36'박주영)

- 울산 : 김용대(GK) - 이명재 김치곤 리차드 최규백 - 한상운(HT'이영재) 정재용 - 타쿠마 이종호 오르샤(후32'정동호) - 수보티치(HT'김인성)

- 득점 : 이명주 1호(전33분) 오스마르 4호(전37분) 데얀 18호(전45분·이상 서울)

*스한 리뷰 : 스포츠한국 기자들이 현장에서 전하는 종합기사. 여러 기사 볼 필요 없이 이 기사 하나면 날카로운 경기분석부터 현장의 코멘트까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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