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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용인=김명석 기자] “뛰어야 되는데, 몸이 안 돼. 마음만 앞서.”

전반전을 마친 한 선수의 하소연에, 이곳저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는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만큼 최선을 다해 뛰었다는 의미일 터. 이어 휴식시간이 끝나가자, 감독이 후반전 전술 변화를 지시했다. “‘줌마님’은, 후반에 저기에서 뛰시면 됩니다”.

아줌마, 그리고 축구라는 낯선 조합이 ‘축제’라는 이름 아래 어우러진 21일 용인축구센터 풍경이었다. 용인시 31개 읍·면·동 31개 팀들과 시청팀 등 32개 팀이 참가하는 용인시 줌마렐라 축구 페스티벌은 2014년부터 4년째 꾸준히 열리고 있을 만큼 열기가 뜨겁다. 올해 참가 선수단 규모만 700여 명에 달할 정도로 규모도 크다.

대회 명칭이 말해주듯, 주로 30대나 40대 이상 여성들이 주를 이룬다. 규정도 이들의 참가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출전할 수 있는 20대 선수는 1명으로 제한되어 있다. 선수출신은 참가가 불가능하다. 말 그대로 ‘줌마렐라’들이 펼치는 축구 한마당이다.

다만 낯선 조합에서 비롯될 편견은 금물이다. 경기를 앞두고 ‘사람 사는 얘기들’을 주고받다가도, 그라운드에 들어서기만 하면 눈빛부터 달라진다. 4-4-2 등 전형은 물론, 저마다 뚜렷한 역할을 분담해 경기를 치른다.

축구 특유의 과격한 몸싸움은 기본이다. 몸으로 맞서기를 주저하는 법이 없다. 들것이 오갈 정도의 부상도 더러 나온다. 공이 선 밖으로 나갈지언정 포기하는 선수도 없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힘든 기색이 역력한데, 저마다 뛰고, 또 뛴다.

선수들 간 날선 신경전이나, 판정에 대한 거센 항의 역시 남자들 못지않다. 축제이긴 하지만, 소속팀의 자존심이 걸린 엄연한 승부다. 상대의 거친 파울, 심판의 아쉬운 판정 등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험악해진 분위기를 가라앉히느라 심판진이 진땀을 뺄 때도 있다.

물론 종료 휘슬이 울리면 경기 중 생긴 앙금은 말끔히 털어낸다. 그리고는 다시금 ‘아줌마들의 수다’가 이어진다. 주제는 축구다. 골을 넣은 선수는 “내가 넣는 것 봤어?”라며 웃어 보이고, 또 다른 선수는 “언니 골도 멋있었고, 언니 골도 멋있었어”라며 치켜세운다. 선수들 면면에 웃음기가 번지는 것은 물론이다.

비단 축구대회가 페스티벌의 전부는 아니다. 각 팀별 부스 인근에는 저마다 출장뷔페 등 먹거리가 마련되어 있다. 함께 땀을 흘린 선수들도, 또 그들의 가족과 지인들도 함께 즐거운 시간들을 보낸다. 서로간의 관계는 자연스레 끈끈해질 수밖에 없다. 우승을 겨루는 대회라기보다는, 즐거운 축제 분위기가 형성되는 배경이다.

뿐만 아니다. 만사 오케이인 “언니”라는 호칭이면, 다른 지역 선수들과 금방 새 인연을 맺을 수 있다. 이처럼 행사를 통해 마련되는 ‘화합의 장’은, 줌마렐라 축구 페스티벌이 갖는 또 다른 의미일 수 있다.

이날 대회는 32개 팀이 8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전·후반 15분씩)를 치른 뒤, 각 조 1위가 8강 토너먼트를 치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팀은 승부차기 토너먼트라는 이벤트 대회를 통해 장외전쟁을 이어갔다. 양지면을 꺾고 정상에 오른 동천동의 우승 세리머니를 끝으로, 줌마렐라들의 축제는 오후 5시가 다 되어서야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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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7/10/21 20:27:09   수정시간 : 2017/10/21 20:2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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