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제공
[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지난 4월이었다. 축구대표팀의 거듭된 부진 속에,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의 경질 여론이 그 어느 때보다 거셌던 시기였다.

여론이 들끓자 대한축구협회가 움직였다. 이용수 당시 기술위원장(현 부회장)을 필두로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기술위원회가 개최됐다.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가 결정되는 자리였다.

결론은 유임이었다. 이용수 위원장은 브리핑을 통해 “비상사태는 맞지만, 슈틸리케 감독을 다시 한 번 신뢰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납득할 만한 명분이나, 뚜렷한 향후 대책은 없었다. 그저 1년이 넘게 지난 아시안컵 성적을 거론하며 그저 ‘신뢰’라는 단어만을 강조했다.

“그렇게 되지를 않기를 바란다”. 6월 카타르전에서도 상황이 좋지 못할 경우를 대비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용수 위원장은 허망한 답만을 내놓았다.

반전은 없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카타르전 패배 이후 경질됐다. 대책이 없던 대한축구협회는 그제야 부랴부랴 새 사령탑을 찾아 나섰다. 최종예선 2경기만을 남겨두고 신태용 감독이 소방수 역할을 맡았다. 이미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한국축구는 거듭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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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반 년 전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이유는, 19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긴급기자회견이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뢰로 포장된 무책임, 그리고 찾아볼 수 없는 현실적인 계획과 대책. 이미 쓰라린 실패를 경험하고도, 대한축구협회가 제자리걸음만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몽규 회장은 당일 오전에야 출입기자단에게 긴급 기자회견 소식을 알렸다. 축구협회 뿐만 아니라 한국축구가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인 만큼, 수장으로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획과 대책을 내놓아야 할 자리였다.

다만 반 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표팀 지원 혁신이나 협회 인적 쇄신 등의 가닥을 제시하기는 했으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구체적인 방법 또는 뚜렷한 향후 대책 등에는 입을 열지 못했다. 신태용 감독을 향해서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고만 말했을 뿐, 11월 A매치에서마저 부진했을 경우의 계획 등은 설명하지 못했다.

대한축구협회의 씁쓸한 현주소, 그리고 한국축구가 거듭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무대책으로 일관하다 쓰라린 실패를 경험한 지도 불과 몇 개월 전, 그럼에도 대한축구협회는 변한 것이 없다. 정몽규 회장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음에도 여론이 들끓는 이유,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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