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경기력 부진에 대해) 인정한다. 하지만 내년 3월, 그리고 월드컵이 열리는 6월의 결과가 더 중요하다.”
팬들이 나선 직접적 항의로 공항에서의 인터뷰까지 돌연 취소했을 정도로 사면초가에 몰린 신태용 감독-김호곤 기술위원장은 그럼에도 ‘기다림’을 부탁했다. 물론 원론적으로 맞다. 당장 할 수 있는건 많이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인내심이 내년 3월과 월드컵이 열리는 6월까지 버틸 수 있느냐다. 그전에 인내심이 폭발한다면 내년 3월과 6월은 이들에게 말짱도루묵이 될 수도 있다.
지난 10월 유럽 원정 A매치(러시아-모로코전) 이후 유럽 현지에서 외국인 코치 선임과 러시아 현장 답사 등의 이유로 귀국이 늦어진 신 감독은 당초 오전에 귀국해 공항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부 축구 팬들은 공항에 나와 ‘한국 축구는 죽었다’라는 현수막을 드는 등 강하게 항의했고 이에 인터뷰가 취소된 후 오후에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신 감독과 김 기술위원장의 말을 요약하면 ‘경기력 부진에 대한 인정’, ‘하지만 K리거가 없는 온전치 못한 대표팀이었고’, ‘11월부터 정예 멤버로 꾸릴 것’이며 ‘내년 3월과 월드컵 때의 좋은 결과를 내겠다’는 것이었다.
“지금의 랭킹보다는 6월 월드컵을 잘 갈 수 있는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며 “6월 월드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전의 평가전에서 잘 하고 월드컵에서 못하면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인정받지 못하지만 6월달에는 인정받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강조한 신 감독이다.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지속적으로 “내년 3월 A매치에는 대표팀의 경기력이 상당히 올라와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했고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말을 했다. 일단 3월까지는 기다려보자는 것이다.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축구 팬들은 그동안 한국 축구가 걸어온 길 전체에 실망하고 있다. 브라질 월드컵 이후 계속해서 추락하는 대표팀, 선수들의 정신력과 실언, 축구협회의 황당 행정과 비리 등이 폭발했다. 단순히 10월 참패만으로 이처럼 여론이 돌아선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또 내년 3월까지, 그리고 월드컵까지 기다려달라고 한다면 과연 얼마나 잘 참고 인내할 수 있을까. 만약 3월에, 월드컵에서 결과가 좋지 못하다면 무엇으로 책임질 것인가. 기다려달라고 하지만 기다림에 대한 대가인 ‘좋은 경기력과 결과’에 대한 희망이 너무 불분명하기에 과연 국민들이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신태용 감독과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내년 3월과 6월까지 기다려달라고 한다. 하지만 국민들은 당장의 성과를 원한다. 이 좁혀지지 않는 평행선 속에 신 감독과 김 기술위원장은 버틸 수 있을까. 아님 국민들이 그 시간까지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을까. 버티기 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