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귀국장은 싸늘했다. 상주복장에 완장까지 한 일부 축구팬들은 공항에까지 나와 러시아에서 돌아오는 신태용 감독-김호곤 기술위원장에게 항의하려했다. ‘한국축구는 죽었다’, ‘김호곤 사퇴하라’와 같은 현수막까지 들고 나왔고 결국 귀국장에서 예정된 신태용-김호곤 인터뷰는 취소됐다.

두 사람은 귀국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15일 오후 2시 서울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작금의 사태에 대해 고개를 숙이며 심경을 피력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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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한 신태용(47) 축구대표팀 감독은 “공항에서의 일은 예상치 못해 기분이 좋진 못했다. 그래도 축구를 사랑하는 분이라 여기고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여겼다”고 했다.

신태용 감독은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 10월 유럽 원정 A매치(러시아-모로코전) 이후 유럽 현지에서 외국인 코치 선임과 러시아 현장 답사 등의 이유로 귀국이 늦어졌다.

신 감독은 부진에 대해서 “인정할 부분은 분명 인정한다. 이번 대표팀은 경기력이 떨어져 있는 선수들이 뛰다보니 내용, 조직력 등에서 불안 요소가 보였다”면서 “앞으로 잘해야 한다고 말만 할게 아니라 11월 부터는 승리할 수 있는 틀을 만들겠다. 실망은 당연하다”고 했다.

한국은 러시아 원정에서 2-4 패배, 스위스에서 열린 모로코전은 1-3으로 완패했다. 두 경기 모두 졸전이 낳은 참사였다. 당장 결과가 필요했던 이란-우즈베키스탄전은 연속 0-0 무승부에도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감쌀 수 있었지만 10월 A매치는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11월 국내 평가전에 대해서는 “11월부터는 경기력 위주의 선수 선발과 수비를 단단히 하고 공격을 완성시켜갈 것”이라며 “월드컵에서 우리보다 못한 팀은 전혀 없다고 보고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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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감독에 이어 기자회견장에 올라온 김호곤 기술위원장 역시 “기술위원장 직은 경기력에 대해 책임지라고 하면 책임져야 할 자리다. 하지만 지금은 할 일이 남았다. 월드컵에 잘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내 임무”라며 “지금은 그만둘 시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인터넷이나 경기장 등에서의 부진한 경기력과 결과에 대한 항의는 있었다. 하지만 이처럼 직접적으로 대표팀에 대한 항의가 들어온 것은 오랜 만이다. 공항에서의 항의는 1무 2패의 참담한 성적을 거둔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의 2014년 6월 귀국 이후 처음이다.

국민들은 이미 대표팀에 대해 불신하고 있고 일부는 이처럼 공항에 까지 나와 항의하기도 했다. 이들의 방식, 의견이 옳든 그르든 간에 직접적 항의까지 들을 정도로 위상이 추락한 대표팀에 대해서 신태용 감독-김호곤 기술위원장은 ‘그래도 가겠다’, ‘내년 월드컵에서 성적을 보자’라고 기다려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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