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06 독일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스위스전에서 패한 후 노란머리의 선수는 경기장에 얼굴을 묻고 일어나질 못했다. 펑펑 눈물을 흘리며 땅을 쳤다. 국민들은 아쉬운 조별리그 탈락에도 그 모습에 위안을 받고 선수들이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 공감했다.

눈물의 주인공은 이천수(36)였다. 이천수는 그 누구보다 강한 승부근성과 승리욕으로 한국 축구의 전설로 남았다.

2006 독일 월드컵 스위스전 눈물을 흘리는 이천수. ⓒAFPBBNews = News1
스포츠한국은 강남에서 9월 말 이천수와 만나 그 누구보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년을 가까이서 지켜본 그에게 한국축구에 대해 들어봤다.

이천수는 JTBC 해설위원으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진행된 한국대표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0경기를 전경기 단독중계 했다.

은퇴 후에도 여전히 대표팀과 호흡하고 있는 그는 지난 9월 대표팀에서 자신보다 선배인 이동국, 동료이기도 했던 염기훈, 후배 이근호와 같은 노장들이 발탁돼 활약하는 것에 남다른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이천수는 “정말 저도 같이 함께 하고 싶었어요. ‘나도 은퇴 안했으면…’하는 생각이 들고 ‘이번이 좋은 기회였겠다’ 싶더라고요. 한국축구가 어려우니 베테랑을 찾는데 아쉽더군요”라면서 “물론 중계석에서 경기를 보다가 배를 보면 안되는데 마음은 뛰쳐나가고 싶더라구요”라며 웃었다.

“정말 축구에 프리킥 때만 들어갈 수 있는 전문키커 역할이 있다면 중계석에서 양복을 입고 있는데 축구화만 신고 들어가서 차고 싶은 심정이더라구요.”

현역시절 프리킥 실력이 일품이었던 이천수. ⓒAFPBBNews = News1
아직까지도 현역 생활에 대한 미련이 있는지를 묻자 “방송을 하며 잊고 있다가 중계로나마 현장에 오니 마음이 샘솟더라”라며 “그렇게 뛰고 싶은 마음이 바로 이천수를 만들었다고 본다. 솔직히 제 신체조건만 보면 부족한게 많은데 그런 욕심과 뛰고하자하는 마음이 현재 이천수의 명성을 있게했다”고 했다.

현역시절을 회상하며 이천수는 “솔직히 현역 마지막 즈음에는 다른 선수들이 못하길 바랐어요. 그들이 못해야 제가 대표팀에 가니까요”라며 솔직한 마음을 드러낸 뒤 “그런데 지금은 정말 베테랑들이 잘했으면 해요. 베테랑이 잘해야 선수들이 자극이 되거든요”라며 선수 하나하나의 선전을 바랬다.

이천수에게 대표팀의 의미는 남달랐다. 대표팀에 '당연함'이 없어야함을 강조했다.

“대표팀의 23인의 명단 모두가 라이벌이에요. 이제 선수들에게 ‘당연히’ 대표팀에 뛰는건 없어야해요. 태극마크 안에서는 누구라도 ‘당연한건’ 없어요. 그리고 ‘누구는 어떻기 때문에’라는 핑계도 없어요. 행여라도 대표팀에 ‘당연히’라는 마음이 있다면 그게 바로 부진 시작의 이유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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