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제공
[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과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러시아를 거쳐 귀국길에 오른다. 일각에서는 동반퇴진에 대한 목소리까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여론과 무관하게 제 갈 길을 걷겠다는 메시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출발부터 꼬였다. 신태용호는 지난 이란·우즈베키스탄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2연전에서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2경기 모두 0-0으로 비긴 뒤 가까스로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으나, 신태용호를 향한 여론은 싸늘하기만 했다.

갑작스레 수면 위로 떠오른 거스 히딩크 감독 부임설과 맞물려 변화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축구회관 근처에서 집회를 열고 변화를 촉구하는 일부 팬들의 목소리까지 들렸다.

유럽 원정 평가전 2연전은 그래서 더 중요했다. 여론을 환기시킬 기회였다. 신 감독 스스로 강조했듯 '희망'을 보여줘야 하는 무대이기도 했다.

그러나 신태용호는 또 다시 고개를 숙였다. 러시아에 2-4로 완패한데 이어, 모로코전에서도 1-3으로 졌다. 내용도, 결과도 모두 놓쳤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여론은 더욱 들끓었다. 일각에서는 신 감독, 그리고 김 위원장의 동반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다만 이러한 여론에도 불구하고 신태용 감독과 김호곤 부회장은 곧장 귀국길에 오르지 않았다. 독일에서 외국인 코치 면접을 진행한 뒤, 이후 월드컵 베이스캠프 후보지를 직접 둘러보기 위해 러시아까지 거쳐 오는 15일에야 귀국한다.

갑작스럽게 결정된 일정은 아니다. 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달 초 러시아 출국 전부터 바로 귀국하지 않고 러시아를 경유해 돌아오는 일정으로 가닥이 잡힌 상태였다. 이후 세부일정만 현지에서 결정됐다.

문제는 처참한 분위기 속에, 이러한 행보가 갖는 상징성이다. 신태용호의 유럽 원정 2연전은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가뜩이나 좋지 못했던 여론은 더욱 싸늘해진 상태다. 신 감독 혹은 축구협회 차원에서의 피드백이 '당장' 절실했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태용 감독과 김호곤 위원장은 예정된 일정을 모두 소화한 뒤에 귀국길에 오르는 일정을 택했다. 공교롭게도 새 외국인 코치 면접도, 베이스캠프 후보지 선정도 사실상 내년 러시아 월드컵에 초점이 맞춰진 일정이다. 그 중심에 신 감독과 김 위원장이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들끓는 여론, 그리고 거취에 대한 논란에 스스로 선을 그은 행보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부진한 경기력이나 여론과는 별개로, 러시아 월드컵을 향한 발걸음을 묵묵히 이어가겠다는 메시지가 포함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다.

신태용 감독은 앞선 2연전의 부진, 그리고 향후 계획에 대한 메시지를 15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자리에서 취재진을 통해 밝힐 예정이다. 김 위원장이 취재진 앞에 설 지는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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