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한국 축구 경기력의 가장 큰 문제는 풀백입니다.”

이천수(36)는 단호했다. 한국 축구가 최근 그 어떤 경기도 만족할만한 경기력을 내지 못한 원인으로 풀백을 가장 먼저 뽑았다. ‘할 말 하는’ 이천수를 만나봤다.

스포츠한국은 강남에서 9월 말 이천수와 만나 그 누구보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년을 가까이서 지켜본 그에게 한국축구의 현재를 들어봤다. 이 인터뷰는 한국의 10월 A매치가 있기전 가진 것이었지만 정확하게 이천수가 지적한 풀백 문제가 10월 A매치를 통해 드러났다는 점에서 통찰력을 알 수 있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이천수는 JTBC 해설위원으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진행된 한국대표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0경기를 전경기 단독중계했다.

지난 10경기를 지켜보며 느꼈던 소회에 대해 이천수는 “답답했다. 나도 2006, 2010년 월드컵 최종예선에 참가했지만 10경기 정도하면 못해도 1,2경기는 시원한 경기가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 한경기도 가슴 뚫리는 경기가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많은 이들이 ‘확실한 한방의 부재’, ‘수비불안’, ‘중원 실종’ 등을 얘기했지만 이천수는 단도직입적으로 “‘사이드 풀백’의 문제가 가장 크다”라고 진단했다.

“풀백들이 공을 잡는 순간 어디로 공을 줘야할지 모르는 것 같아요. 첫 터치와 킥을 하는 순간부터 공이 정확하게 가질 않아요. 제가 일본 축구를 경험하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이 수비라인에서 공격으로 넘어오는게 굉장히 정확하더라고요. 상대 수비가 정비도 하기전에 공격진에 공이 가버리니 수비라인이 무너지는거죠. 그러면 마치 보는 이들이 ‘맞추고 나온듯한’ 플레이를 느끼게 돼요. 한국대표팀은 풀백이 공을 잡으면 김신욱을 향해 뻥 차거나 하는 보이는 플레이만 하는게 문제라고 봐요.

이천수는 신태용 감독의 향후 가장 큰 과제는 ‘풀백찾기’가 될 것이라면서 “물론 카드가 많지 않지만 조금 더 넓게 시야를 봐야한다고 봐요. 스스로 풀어가는 재주가 있는 풀백을 찾는 게 신태용 감독님의 승부수가 될겁니다”라고 했다.

올림픽사진기자단
2002 한일월드컵의 경험을 예로 든 이천수는 “2002 월드컵 성공의 비결은 단연 송종국, 이영표, 이을용같은 사이드백”이라고 했다. “이제는 사이드백에 일대일 마크만 잘하는 선수가 들어갈게 아니라 멀티 능력을 가지고 경기를 풀 수 있는 선수가 들어가야한다고 봐요”라며 “저도 윙으로서 그랬지만 사이드백이 살아줘야 윙이 살아요. (손)흥민이가 살려면 윙백이 올라와서 도와줘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사이드백이 공격진영으로 올라오면 윙은 자연스럽게 숫적 우위로 돌파가 수월해지고 크로스가 가능하다. 혹은 사이드보다 안으로 좁혀 들어가 직접 공격도 가능하다.

이천수는 “토트넘에서도 흥민이가 잘하는건 사이드백들이 잘 도와주기 때문이에요. 전개가 빠르고 사이드백이 같이 올라와 주니까 흥민이가 과감하게 때리고 자신이 잘하는 플레이를 살릴 수 있는거라고 봐요”라고 강조했다.

이천수는 “남은 9개월동안 사이드백의 역할, 이를 통한 손흥민 살리기가 가장 큰 숙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풀백들이 공을 잡았을 때 누구에게 어떻게 공을 줄 것인지 잘 생각해야 해요. 이는 훈련에서 나오고 스스로 이미지 트레이닝도 필요하죠. 현대축구는 볼을 가지지 않은 선수가 잘 움직이는게 중요한데 한국은 공을 가진 선수만 축구를 해요. 축구에서 공을 가진 시간은 정말 얼마 되지 않는데 말이죠. 덜 뛰고 효과적으로 공간을 잡는 연구가 꼭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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