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바람을 내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위기가 찾아왔다. 중원의 핵심 폴 포그바가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각) 2017~2018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이하 UCL) 조별리그 A조 1차전 FC 바젤(스위스)과 홈경기에서 부상으로 쓰러졌다. 경기 시작 18분 만에 허벅지에 통증을 느끼며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당초 4~6주간의 재활을 마치면 복귀가 가능할 것이라 했지만 예상보다 부상 상태가 심각한 모양새다. 최근 오스만 뎀벨레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있는 핀란드 스포츠 전문의 사카리 오라바는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포그바가 수술 위기에 직면했고, 최종 결정은 다음 주 중으로 내려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폴 포그바의 부상 ⓒAFPBBNews = News1
다행히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위기가 없었다. 맨유는 포그바의 부상 공백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포그바가 일찌감치 그라운드를 떠났던 바젤과 UCL 조별리그 1차전을 완승(3-0)으로 가져갔고, 에버턴과 리그 맞대결에서 4-0으로 승리했다. 버튼 알비온과 맞붙은 EFL컵에서도 대량 득점(4-1)에 성공했고, 사우샘프턴 원정에서도 1-0 승리를 따내며 거칠 것 없는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포그바의 수술이 확정되고, 예상보다 복귀 시점이 늦어진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맨유는 내달 14일에 리버풀과 ‘레드더비’를 앞두고 있고, 28일에는 토트넘 홋스퍼와 맞대결을 벌인다. UCL과 EFL컵 등 한 주에 2경기 이상을 소화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을 버텨내야 한다. 기존 선수들의 체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상황.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장신 미드필더 마루앙 펠라이니가 연일 좋은 활약을 이어가면서 포그바의 공백을 메워주고 있다. 펠라이니는 포그바 대신 투입된 바젤전에서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고, 에버턴과 사우샘프턴전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상을 남기며 무리뉴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안데르 에레라는 포그바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특급 미드필더다 ⓒAFPBBNews = News1
펠라이니 뿐만 아니라 안데르 에레라도 포그바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특급 미드필더다. 에레라는 지난 시즌 맨유 중원의 핵심이었다. 무려 40경기(리그+유로파리그)에 모습을 드러냈고, 맨유의 유로파리그 우승에 큰 몫을 담당했다. 포그바가 공격적인 역할에 치중할 수 있도록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고, 공격적인 재능도 뽐내곤 했다. 맨유 구단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상도 그의 몫이었다.

그러나 올여름 네마냐 마티치가 새로이 합류하면서 에레라는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포그바가 부상을 당하며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로테이션 경쟁에서도 펠라이니에 뒤처진 상황이다. 에레라는 올 시즌 리그 4경기(선발 1경기)에서 118분을 뛰는 데 그치고 있다. 풀타임을 소화한 경기는 버튼 알비온전(EFL컵)이 유일하다.

반전이 필요하다. 지난 시즌 에레라는 수비에 치중했지만, 사실 공격적인 재능도 상당하다. 맨유 이적 첫 시즌(2014~2015) 공격적인 역할을 도맡아 26경기(선발 19)에 나섰고 6골 4도움을 기록했다. 이듬해에도 27경기(선발 17)에 모습을 드러내 3골 2도움을 올렸다. 수비적인 역할을 도맡은 지난 시즌에도 득점은 1에 머물렀지만, 7개의 도움을 기록했다. 3선에 위치하는 시간이 많았음에도 남다른 패싱력이 돋보였다.

마티치와 호흡도 기대를 모은다. 에레라는 맨유 레전드 박지성을 떠올릴 만큼 활동량이 엄청난 선수다. 마티치도 활동량에서만큼은 에레라에 뒤처지지 않는다. 이들이 중원을 구성하면, 상대가 공수 양면에서 수적 우위를 가져가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90분 내내 무지막지한 압박에 시달려야 하고, 체력 소비도 배가 될 수 있다.

경쟁에서 다소 앞서 있는 마루앙 펠라이니 ⓒAFPBBNews = News1
펠라이니가 무리뉴 감독의 신임을 받고 있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맨유는 오는 28일 ‘죽음’이라 불리는 러시아 원정(CSKA 모스크바)을 떠나고, 30일에는 크리스탈 팰리스와 리그 맞대결을 벌인다. 10월 A매치 휴식기 이후에도 한 주에 2경기 이상을 소화하는 빡빡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펠라이니와 마티치만으로는 모든 일정을 소화할 수 없다.

기회는 주어질 것이고 이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포그바와 펠라이니에게 없는 자신만의 강점을 보여줘야 한다. 자신이 마티치 못지않은 수비력을 자랑하고, 한층 빨라진 맨유 공격에 어울린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지난 시즌 맨유 최고의 선수 에레라가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또 한 차례의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 스포츠한국 이근승 객원기자 lkssky02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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