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제공
[스포츠한국 신문로=김명석 기자]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최근 대표팀을 향한 비난 여론과 관련해 “사면초가 같은 입장”이라면서도 “소신과 주관을 잃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신 감독은 25일 오전 10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러시아·모로코(미정)전 대비 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 7월 대표팀 지휘봉을 받은 신 감독은 결과적으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었지만, 이란-우즈베키스탄과의 2연전 경기력과 관련해 팬들의 질타를 받고 있는 중이다. 또 거스 히딩크 감독 부임설까지 맞물리면서 여론은 더욱 들끓고 있다.

신 감독은 “취임 당시 최대 목표는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고 말씀드렸다. 성과를 냈는데도 질타를 받고 있다”면서 “경기력 등에 대한 지적은 인정하지만, 본선 진출이라는 결과도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무조건적인 질타보다는 칭찬과 질타를 함께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대표팀 명단에 대해서는 “K리그와의 상생을 위해 K리거들을 뽑지 않았다. 대신 함께 해보고 싶었던 선수, 테스트 해보고 싶었던 선수들을 선발했다”면서 “이들을 직접 확인하면서, 상대보다 한 발 더 뛰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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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신태용 감독 일문일답.

▲전반적인 대표팀 선수 구성 배경은?

“K리그와의 상생 차원에서 전원 해외파로 뽑았다. 해외파로 뽑다 보니까 힘든 부분이 있었다. 특히 스트라이커의 경우 황희찬은 부상, 석현준은 경기에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지동원 황의조 밖에 뽑을 선수가 없었다. 지동원 황의조는 같이 해보고 싶었던 선수, 테스트해보고 싶었던 선수들이어서 뽑게 됐다.

또한 포백도 부족한 점이 있었다. 포메이션을 바꿔가면서 활용해야 할 것 같다. 오재석 임창우 또한 왼쪽 오른쪽 모두 활용할 수 있다. 그래서 풀백은 3명만 구성했다. 10월 유럽 원정은 잘 할 수 있게끔 최대한 노력하겠다.”

▲U-20 월드컵에서 함께 했던 선수들이 제외됐는데?

10월 축구대표팀 명단. 그래픽=김명석
“이승우, 백승호, 이진현 등은 팀을 옮긴지 얼마 안됐다. 그리고 어리다보니까 새로운 팀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전날 데뷔전을 치른)이승우는 그 전까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세 선수는 이미 U-20 월드컵에서 함께 해봤다. 대신 해보고 싶은 선수들을 뽑았다. 물론 계속 체크하고 있다. 언제든지 기회가 되면 대표팀에 부를 것이다.”

▲유럽 원정에 중점을 두는 부분은?

“축구는 재미있고, 이기면 가장 좋다. 하지만 그게 잘 안 되는 것이 축구다. 이번 평가전은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들어갈 것이다.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경기는 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끔 노력하겠다.

핑계같이 들릴 수 있겠지만 평가전은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맞춰서 과정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나한테는 사면초가 같은 입장이다. 경기력도 좋아야 하고, 결과도 내야 한다. 힘들다. 어쨌든 선수들이 어떤 스타일이고, 내가 주문하는 것을 어떻게 소화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경기에 뛰지 못하는 지동원은 발탁됐고, 박주호 등은 제외됐다.

“차두리 코치가 선수들을 만났다. 지동원은 몸은 좋은데 기회가 안 오고 있다고 했다. 대표팀에 오겠다는 열망도 보여줬다. 그래서 러시아 월드컵에 뽑을 수 있는 선수인지 제대로 테스트 해볼 기회라고 생각했다.”

▲한국축구에 대한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반전 계획은?

“분위기 반전은 감독도 중요하지만 선수들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취임 당시 최대 목표는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고 말씀드렸다. 성과를 냈는데도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경기력 등에 대한 지적은 인정하지만,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결과를 다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이제는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 대해 국민과 팬들이 힘을 줘야 우리가 더 나아갈 수 있다. 무조건적인 질타는 대표팀을 힘들게 만든다. 질타와 칭찬을 함께 해주시기를 바란다. 10월부터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상대보다 한 발 더 뛰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축구를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나?

“히딩크 감독님 때문에 힘든 부분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히딩크 감독님은 우리나라의 축구 영웅이다. 히딩크 감독이 사심없이 대한민국 축구를 위해 도와준다면, 나도 사심없이 받아들이겠다. 더 발전하고 좋은 성적 낼 수 있다면, 무조건 OK다.”

▲공격수의 부재는 한국축구 전반의 문제라고 생각하나?

“대형 스트라이커가 나오고 있지 않다. 고민을 해야 한다. 원톱으로 갔을 때는 상관없지만, 투톱으로 갔을 때는 풀이 부족하다. 대형 스트라이커가 많이 나와줘야 팬들이 원하는 공격축구, 이기는 축구, 골을 많이 넣고 재미있는 축구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기성용의 출전 여부는?

“팀에서 100% 훈련을 하고 있다. 2군 경기도 뛰고 있다는 전달을 받았다. 이번에는 경기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외파로만 구성된 것이 K리거들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

“K리그 선수들이 긴장할 것이다. 2연전에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들도 더욱 분발할 것이다. 대표팀 내부적인 경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코칭스태프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 우즈베키스탄 원정 당시부터 김호곤 기술위원장님과 대화를 나눈 부분이다. 히딩크 감독님 얘기가 나오기 전부터 얘기가 나왔다. 기술고문 등보다는 같이 코치로 합류할 사람들을 찾고 있다. 피지컬 코치 등도 2명은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경험이 풍부하고, 네임벨류가 있는 분들을 찾고 있다. 보여주기식 코치보다 우리 코칭스태프에 도움이 될 만한 분들을 찾고 있다.”

▲손흥민의 소속팀-대표팀간 경기력 차이에 대해서는

“(한숨)난해한 질문이다. 상당히 좋은 선수다. 그렇지만 대표팀과 소속팀의 경기력 차이는 팀 구성원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잘 할 수 있도록, 이제는 신태용 축구에 맞춰갈 부분을 준비하겠다. 지금까지는 오로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움직였다. 이제는 조금 더 활발하게 움직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평가전 상대가 튀니지에서 모로코전으로 바뀌었는데.

“바뀔 수 있다고 이틀 전에 보고를 냈다. 처음에는 (튀니지 감독의 거부 의사)기사를 보고 믿지 않았다. 이미 계약이 끝난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상대가 바뀌어도 큰 문제는 없다.”

▲언제쯤이면 신태용식 축구를 확인할 수 있나?

“32개국 중에 30위권, 마지막 수준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져야 한다. 월드컵 진출한 팀 치고는 순위가 가장 낮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내려앉아서 이기는 것보다 앞으로 나가면서도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하겠다. 3월까지는 가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이승우 백승호 같은 선수들이 새로운 팀에서 적응하고, 어느 정도 뛰면서 올라오게 되면 기존 선수들과 상황이 바뀔 수 있다. 세대교체는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신경이 쓰일 것 같다.

“냉정히 얘기하면 신경이 많이 쓰인다. 10월 평가전을 이렇게 준비할 것인지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히딩크 감독님 때문에 동요가 많이 됐다. 하지만 많이 힘들지만 소신을 잃지는 않겠다.”

▲송주훈의 첫 발탁 배경은?

“송주훈은 올림픽 당시 베스트라고 생각했던 선수인데, 출국을 앞두고 부상을 당했다. 국내 스토퍼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신체조건과 와일드함을 갖추고 있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뽑았다.”

▲히딩크 감독과 관련해 비난을 위한 비난이 이어지고 있는데.

“히딩크 감독님에 대한 향수는 분명히 맞다. 2002년 월드컵 때 4강에 들어간다는 것은 기적과 같았기 때문이다. 러시아 갔을 때 만나면 조언도 구할 것이다. 졌을 때 후폭풍이 거세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부분에 흔들려서 주관이 흔들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대신 방심하지 않고 평가전을 준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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