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수원=이재호 기자] 지난 4년간 수원 삼성을 상대한 14번의 경기(K리그, FA컵 포함)에서 제주 유나이티드가 승리한 것은 단 한번. 1승 2무 11패였다. 조성환 감독 체재 때는 1승 1무 9패. 그야말로 수원 앞에 제주는 한없이 작아지는 팀이었다.

하지만 이 징크스를 털어냈다. 제주는 행운의 골(선제골)부터 완벽한 팀플레이에 의한 골(두 번째 골), 개인 기량에 의한 골(세 번째 골)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골을 넣으며 수원 원정에서 승리를 거뒀다.

마침 리그 하위권의 상주 상무가 전북 현대 원정에서 2-1 극적인 역전승을 해주면서 이제 2위 제주와 1위 전북의 승점 차이는 고작 3점(전북 60, 제주 57)이 됐다. 수원 징크스를 터니 전북이 보이는 제주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제주 유나이티드는 20일 오후 7시 30분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017 수원 삼성과의 원정경기에서 3-2 승리를 거뒀다.

전반 9분 수비수 알렉스의 행운이 깃든 80m 초장거리 골로 분위기를 잡은 제주는 무려 3골이나 넣으며 수원 징크스를 털었다. 제주는 이날 승리로 승점 57점이 됐고 마침 30분 먼저 경기를 한 1위 전북이 상주에게 1-2로 역전패하며 승점 3점차 2위가 됐다.

▶출사표 : "강한 제주전, 자만심 되지 않길" vs "선수들이 더 이기고 싶어해"

-수원 삼성 서정원 감독 : “제주가 우리에게 약했는데 그것이 더 조심스럽다. 지난 3경기를 모두 이겼는데 자신감이 자만심이 되지 않길 바란다. 신중하게 하자고 선수들에게 강조했다. 제주가 3백을 하면서 안정화되는 모양새인데 김민우, 산토스 등 제주에 강했던 선수들을 기대한다. 염기훈이 60-60클럽(59골-97도움)에 1골 3도움, 100도움에 3도움만 남기고 있지만 얽매이지 않더라. 베테랑의 힘이고 경기에만 집중한다. 그래도 페널티킥이 나오면 염기훈에게 몰아주고 싶다.”

-제주 UTD 조성환 감독 : “수원은 알면서도 당하는 팀이다. 염기훈과 김민우의 왼발로 시작되는 공격을 막아야한다. 측면에서 시간과 공간을 내주면 안 된다. 산토스는 2선 침투가 좋으니 그런 부분을 신경. 윤빛가람의 경우 기대감을 갖고 선발 출전을 시켰다. 아직 경기감각이 올라오지 않았어도 베테랑이고 경험이 있다. 이런 경기는 중요한 선수들의 활약을 무시 못한다. 지난 4년간 수원에게 14경기 1승 2무 11패로 절대 열세인데 징크스를 우리가 깨야한다. 선수들이 가장 이기고 싶어한다. 냉정한 경기 운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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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전 : 9분만에 80m 행운 혹은 황당 골, 경기 양상을 모두 바꾸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대형사고가 터졌다. 전반 9분만에 제주의 수비수 알렉스가 수비진영에서 단숨에 공격 진영으로 길게 킥을 했다. 이 킥은 다소 길었고 수비와 골키퍼 사이에 떨어졌기에 신화용 골키퍼가 달려 나갔다. 하지만 한번 바운드 되더니 공이 확 튀었고 페널티박스를 벗어난 신화용 골키퍼의 키를 넘어가버렸다. 그대로 골문으로 공은 빨려 들어갔고 알렉스의 80m 초장거리 골이 됐다.

전반 9분만에 선제골을 넣은 제주는 전반 14분에도 추가골을 만들어냈다. 수원 공격수 박기동의 중원돌파 중 충돌이 일어나 박기동이 넘어진 사이 제주는 왼쪽 공격을 했고 윙백 정운이 빠르게 올린 얼리 크로스는 수비 뒷공간을 파고 들었다. 공격수 진성욱은 몸을 날려 슈팅 했고 그대로 추가골이 됐다.

전반 15분이 되기도 전에 수원 원정에서 2-0으로 앞선 제주는 이후 느긋한 경기운영을 할 수 있었다. 반면 수원은 충격적인 연속 실점에 볼점유와 공격에 매진했다.

성과는 전반 종료 직전 나왔다. 전반 44분 염기훈이 왼쪽 돌파를 하며 코너킥을 얻어냈고 그대로 왼발로 바깥쪽으로 감아찬 코너킥은 165cm의 단신 공격수 산토스의 머리에 맞고 골대를 맞춘뒤 골이 됐다. 1-2로 따라붙으며 전반을 마친 수원이다. 수원은 지속된 판정 불만으로 전반 종료 후 이례적으로 서정원 감독이 휴식을 위해 들어가는 주심에게 항의를 하기도 했다.

▶후반전 : 윤빛가람의 ‘클래스’ 다른 골, 제주 승리 확정짓다

수원의 반격이 시작될 분위기였지만 그 분위기는 윤빛가람의 클래스가 다른 골 한방에 잠재워졌다. 조성환 감독의 표현에 의하면 ‘아직 경기감각이 올라오지 않았어도 베테랑이고 경험이 있고 이런 경기는 중요한 선수들의 활약을 무시 못 한다’고 말한 윤빛가람은 후반 5분 마그노의 패스를 이어받아 환상적인 개인기와 드리블링으로 수원 수비를 농락시킨 후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만들어냈다.

후반 10분에는 진성욱이 역습상황에서 전개된 낮고 빠른 긴 스루패스 때 특유의 폭발적 스피드로 단숨에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맞았다. 가까운 포스트로 때린 슈팅은 골대를 맞고 나오며 제주는 네 번째 골 기회가 무산됐다.

제주는 후반 14분 공격형 미드필더 이창민을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 이찬동을 넣으며 3-1 리드 상황을 지키기 위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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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은 끝내 자멸했다. 후반 27분 수비수 곽광선이 반칙을 범했고 비디오 판독 후 곽광선의 반칙은 퇴장으로 바뀔 정도로 심했다. 곽광선은 윤빛가람의 발뒤꿈치를 고의적으로 밟은 행위가 퇴장으로 적용됐다.

결국 남은 20여분간 수적 열세에 놓인 수원은 그럼에도 막판까지 최선을 다했다. 결국 후반 38분 왼쪽에서 염기훈의 긴 크로스가 뒤로 흐른 것을 유주안이 미드필드 진영에서 달려들어오는 이종성에게 내주자 이종성은 논스톱 슈팅으로 한 골을 만회했다.

그러나 더이상 시간이 부족했고 결국 패배를 받아들여야했다. 제주로서는 원정에서 징크스가 있던 수원에 완승을 거둔 것은 그 어떤 승리보다 기쁠 수밖에 없었다.

▶수원에게 ‘쥐약’이었던 제주, 드디어 탈출한 ‘1승2무11패’ 징크스

제주는 수원에게 참 약해왔다. 2014년 경기부터 FA컵 1경기를 포함해 총 14번 경기를 했지만 1승2무11패였다. 2016년 6월 경기부터는 5연패. 이정도로 쥐약이기도 어렵다.

이는 조성환 감독의 약점이기도 했다. 조성환 감독은 2015년부터 제주 지휘봉을 잡아왔다. 즉 조성환 감독 시절만 한정하면 3년간 11경기 1승1무9패로 더 좋지 못했다. 조성환 감독으로서는 반드시 수원 징크스를 깨야만 했다.

행운도 뒤따랐다. 전반 9분 터진 알렉스의 골 같은 경우는 프로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 정도로 신화용 골키퍼의 판단 미스와 참 코스가 절묘한 행운의 골이었다. 이 선제골 덕분에 분위기를 가져왔던 제주는 선제골 후 5분만에 추가골을 넣으며 자신에게 문을 두드린 행운의 여신을 집안으로 맞이했다.

그래도 쉽지 않앗다. 수원은 수적 열세에 놓인 상황에서도 한골을 만회하며 한골차로 제주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제주는 견뎌낸 덕분에 '제주 징크스'라는 고름을 짜냈다. 제주에게 올 시즌 어떤 승리보다 값질 수 밖에 없는 천금같은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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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기자회견 : "수원 상대 부진이 동기부여 됐다"

-제주 조성환 감독 : "그동안 수원 상대로 많이 부진했는데 도리어 그것이 동기부여가 됐다. 이후 전북을 상대로 이긴 상주와 맞붙는데 철저하게 준비해야할 것이다. 한 경기 한 경기 해나가다보면 좋은 방향으로 갈 것이라 본다. 선제골의 경우 간절함이 수원보다 더했기에 나온거라 본다. 기운이 모였다. 전반 막판 실점 했지만 윤빛가람의 후반 초반 득점으로 어려운 경기지만 승리했다. 진성욱의 결정력이 많이 좋아져 기쁘다. 조용형이 징계에서 돌아왔는데 윤빛가람, 알렉스 등과 함께 우려했던대로 체력문제는 있었지만 결과를 봐서는 잘됐다고 생각한다. 조용형은 베테랑 답게 경험으로 선수들을 리드해줬다."

▶경기 정보

-수원 삼성 2 : 신화용(GK) - 매튜 곽광선 이종성 - 김민우 다미르(후18 김종우) 최성근 산토스 고승범(후38 김건희) - 염기훈 박기동(후24 유주안)

-제주 UTD 3 : 김호준(GK) - 오반석 조용형 알렉스(후35 권한진) - 정운 권순형 윤빛가람 이창민(후14 이찬동) 배재우 - 마그노 진성욱(후43 이은범)

득점 : 산토스 7호(전44) 이종성 2호(후38·이상 수원), 알렉스 1호(전9), 진성욱 5호(전14), 윤빛가람 2호(후5·이상 제주)

-스한 리뷰 : 스포츠한국 기자들이 현장에서 전하는 종합기사. 여러 기사 볼 필요 없이 이 기사 하나면 날카로운 경기분석부터 현장의 코멘트까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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