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만 게재했다. 홈페이지를 볼일 있어 방문한 사람이라면 제대로 보지도 못할 사과문이다.

사과문 안에는 “과거 5~6년 전에 부적절한 관행과 내부 관리 시스템 미비로 인해 발생했던 행위였다”는 변명도 있다. 무려 12명의 임직원이 불구속 입건된 사건에 대해 고작 홈페이지에 800자도 되지 않는 사과문만 게재한 것으로 무마하려는 대한축구협회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4일 조 전 회장과 이 전 부회장 등 임직원 12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 사기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죄목도 다양하다.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지급된 법인카드로 220여회 1억1천만원 상당을 업무와 무관하게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부인의 항공료, 골프장 비용, 유흥주점, 피부미용실 등 사용처는 다양했다. 11명 외 1명은 이혼했음에도 8년간 가족 수당을 받아 사기혐의를 받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 축구의 정수이자 엘리트 집단인 대한축구협회가 무려 12명의 범법자들로 운영됐다는 것은 가히 충격이다.

논란이 거셌고 결국 대한축구협회는 사과를 했다. 15일 공식홈페이지에 팝업링크로 말이다.

팝업링크를 클릭하면 사과문이 나온다. 800자가 되지 않는 사과문에서도 대한축구협회는 “과거 5~6년 전에 부적절한 관행과 내부 관리 시스템 미비로 인해 발생했던 행위였다”, “대한축구협회는 이와 같은 일의 재발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2013년 정몽규 회장 취임 이후 전면적인 경영진단을 실시했고, 개선안을 도출해 업무에 엄격히 적용해 왔습니다”와 같은 변명성 말들을 늘어놨다.

변명성 말도 문제지만 사과의 진정성도 문제다. 얼마나 많은 팬들이 볼지 확신하기 힘든 공식홈페이지의 팝업창에만 사과문을 게재했다. 정몽규 회장 등 지도부의 공식적 사과, 사죄 기자회견 등은 일체 없었다.

무려 임직원 12명이 연루된 대형 사건임에도 과연 심각함을 느끼는지 의문스러운 행태다. 정몽규 회장부터 이 사건이 터진 후 먼저 나와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이다. 임직원 12명 모두 정 회장이 임기를 보장해주거나 승진 혹은 채용시켰기에 가능했던 인사다. 일이 2011~2012년 있었던 일이라 할지라도 현직 임직원도 상당수다. 그저 ‘나 때 있었던 일이 아니다’라고 말하기에 숫자나 사건의 중요도가 너무 크다.

과연 이런 일이 일어났는데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야 진정있는 사과를 축구팬들은 받을 수 있을까. 가뜩이나 국가대표팀 주장, 감독 등의 구설수에 거스 히딩크 감독과 관련한 말바꾸기와 논란으로 사면초가에 있는 대한축구협회는 범죄 사실에 대해서 고작 사과문 게재라는 황당 처사로 대응해서는 성난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까.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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